대출받아 구입한 집, 어쩌나..

지영호 기자 입력 2012. 1. 11. 09:19 수정 2012. 1. 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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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매몰비용의 함정/무너진 '부동산 불패'

[편집자주] 영국과 프랑스가 자존심을 걸고 개발했다가 2003년 운항을 중단한 콩코드 여객기. 로밍 서비스의 대중화로 인기를 잃은 위성 휴대폰에 투자를 지속한 모토로라.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졌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매몰비용의 함정'은 더 큰 손해를 부르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에 손해 볼 것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그동안 공들인 노력이나 시간, 비용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고 사업이나 투자를 이어가는 현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집을 구입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 받았다가 이자 빚에 허덕이고 있는 가계가 좋은 예다. 본전 생각에 집값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다가 손실을 키우고 있는 경우다. 매몰비용에 발목 잡힌 가장 흔한 사례는 주식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점에서 물린 주식을 손절매 하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소위 '물타기'를 했다가 손실을 키운 사례가 주변에 많은 이유다. 투자에 대한 원칙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머니위크 커버]매몰비용의 함정/무너진 '부동산 불패']

무리한 투자는 늘 투자자의 발목을 잡게 마련이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다면 시계를 구입시점 전으로 돌려놓고 싶은 게 투자자의 심정이다. 본전 생각에 구입 가격에 세금 몇 푼 붙여 팔려 해도 매수세가 없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추자니 그동안 은행에 꼬박꼬박 갖다 바친 이자가 눈에 밟힌다.

그렇게 전전긍긍한 지 수 년째다. 직장인 A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2008년 전 잘 아는 중개업자를 통해 시세보다 3000만원 싸게 잠실에 35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A씨는 그토록 좋아했던 3000만원이 족쇄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는다. 집값은 구입가격 대비 20% 넘게 빠졌다.

싸게 산 돈 이상의 이자를 갚느라 생활은 궁핍해졌다. 마지막 자존심처럼 여겼던 첫째 딸의 학원도 올해부터 끊기로 했다. 그동안 들인 이자비용과 주택자금을 생각하면 매도하는 게 내키지 않지만 더 이상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아 '손절매'를 할까 고민 중이다.

부동산 활황기인 2006년 이후 이뤄졌던 대규모 대출의 원금상환시기가 최근 도래하고 있다는 점은 가계 부실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금상환개시금액은 2010년 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6000억원까지 급등했으며 올해에는 2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출원금을 갚아야 하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파트 구입비용에 목돈을 쏟아 부은 가계는 이미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져버린 셈이다.

◆집에 돈 물린 가계, 고민만 커진다

2006년 말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은 상승국면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듬해 발표된 1.11 대책 이후 시장은 대세 하락기를 맞이하게 된다. 수도권과 지방투기과열지구 내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주택담보대출 억제 등의 내용을 담은 1.11 대책은 이후 서서히 위력을 발휘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 전·후로부터 2009년까지 주택을 구입한 가구가 사실상 고점에 물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 연구실장은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이던 2007년 1월 근처에 무리하게 대출을 안고 주택을 구입한 이들의 매물이 시장에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면서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5년 전 시세보다 30%까지 떨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불패'를 외쳤던 시장 분위기는 어느덧 '부동산 무용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더 이상 부동산으로 수익을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견이 압도하고 있다.

결국 매몰비용의 문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장 많은 지출 항목으로 주택비용을 꼽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치명적이다. 들인 비용에 비해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적다는 점이 가계가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이자부담과 대출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라도 집만큼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고집이 부동산 거래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상태에서 어떤 행동이 최선의 판단이라고 생각할까. 사실상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그저 손실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뿐이다.

채 실장은 정부의 정책 변화를 통해 손실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채 실장은 "정부가 수익형 부동산이나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기존 주택을 팔고 소형아파트와 오피스텔 형태로 나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며 "매입 요건이 간소화되고 세금 완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주택을 나눌 수 있는 형편이라야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대출 갈아타기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채 실장은 "수년 전 금리가 다소 높았음을 감안하면 현재의 저금리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출 갈아타기를 하지 않고 높은 이자를 무는 사례를 의외로 자주 접한다는 것이 채 실장의 의견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 역시 "과거 6%대 대출을 아직도 유지하는 가정이 상당히 있는 만큼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전환해 이자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중도상환수수료 등 손실액까지 꼼꼼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 시점에서 '손절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주택 소유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조언한다. 투자수요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어 조금 더 보유하고 시장 여건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자기부담금이 높은 실수요자 입장이라면 소형주택이나 도심 외곽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채 실장은 "향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하반기에는 경기 불황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올해 부동산 시장 전체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양 팀장은 장기적 침체에 무게가 실린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결국 중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지 않는 이상 대출비용이 부담스런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주택을 매각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양 팀장은 "앞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쉽게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앞으로 더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면 파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손실률은 어느 수준까지 감내해야 할까. 양 팀장은 손실률 20%를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주택 매입비용의 20%가 빠지면 더 이상 본전 생각 말고 손을 털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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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영호기자 tellme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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