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멈춰 마법' .. 한 학기 만에 왕따도 싸움도 사라졌다

이한길 2011. 12. 31. 0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맞선 사람들 ② 2010년 3월 노르웨이식 멈춰 교육 도입한 청주 동주초 김미자 교사

[중앙일보 이한길]

12월 30일 청주 동주초등교 김미자(41) 교사가 자신의 교실에서 '멈춰'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뒤에 적혀 있는 학급규칙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왼쪽 TV 화면엔 최근 있었던 '남학생 한마당' 모습이 띄워져 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2010년 3월 초 충북 청주시 동주초등학교 5학년 교실. "우리 다 같이 약속하자. 친구들을 서로 괴롭히지 않기로."

 담임 김미자(41) 교사가 새 학년 첫날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른 명의 아이는 무슨 말인 줄 몰라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심한 욕을 하거나, 몸을 밀치고 때리거나 따돌리는 것을 보면 누구든 '멈춰' 하고 외치는 거야, 알았지?"

 본지가 학교폭력 해법으로 제안한 노르웨이식 '멈춰' 교육(본지 12월 27일자 6면)은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실천에 옮겨지고 있었다. '멈춰'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학교폭력을 막게 하자는 김 교사의 열정이 계기가 됐다. 그도 여느 교사와 마찬가지로 '멈춰' 교육을 알기 전까지는 학교폭력은 골칫거리였다. 아이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방학을 항상 기다렸다. "솔직히 얘기하면 아이들에게 '빨리 서로 사과해'라는 말밖에 할 줄 몰랐어요."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학교폭력 앞에선 늘 벽에 부닥쳤다. 김 교사는 충북 지역의 뜻 맞는 교사 10여 명과 2010년 1월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교사들과 외국 사례를 공부하다 노르웨이에서 시행 중인 멈춰 교육을 알게 됐다.

 김 교사 반 아이들에게 '멈춰'는 생경했다. 덩치 큰 아이들의 거친 행동을 봐도 모른 척하거나 입 안에서만 '개미 소리'가 빙빙 돌았다. 김 교사는 3월 한 달 내내 큰소리로 멈춰를 외치도록 가르쳤다.

지난해 동주초등교 학생들이 그린 '학급 위계질서(카스트)'. 1 피라미드 맨 위에 있는 김○○군이 반에서 가장 힘이 세고 친구들을 많이 괴롭히는 학생. 맨 아래 조○○군은 친구를 괴롭히지 않고 규칙을 잘 지킨다. 2 학생들의 힘 관계도. 왼쪽 위 왕관 그림의 김○○군이 가장 힘이 세다. 화살표는 김군이 대부분의 학생에게 장난을 치거나 괴롭힐 수 있다는 의미. 김군을 상대로 장난칠 수 있는 학생은 세 명뿐이다.

 4월이 되자 아이들 목소리가 커졌다. 5월 들어선 하루에도 네댓 번씩 "멈춰" 하는 아이들의 외침이 교실에 울려 퍼졌다. 외침이 나오면 아이들은 곧바로 학급총회를 열었다. 가해·피해 어린이들은 전체 급우 앞에서 상황을 재연했다. 그러고선 역할을 바꿔 한 번 더 재연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역지사지 (易地思之)'를 배웠다.

  아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2학년 이후 줄곧 왕따를 당해온 희영(가명·여)이에게도 하나 둘 친구가 생겼다. 그전까진 늘 혼자 밥을 먹던 아이였다. 그런 희영이가 이제는 동아리 회장이 됐다. 희영이는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면 다가가 '중재' 역할을 자청했다. 여름방학이 다가올 무렵 교실에서 따돌림과 싸움이 사라졌다. 아이들은 '멈춰 제도를 잘 지키자' '남녀 구분 없이 협력하자' '자기 잘못을 흔쾌히 인정하자'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말자' 등의 규칙을 정하면서 자율성을 키워갔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멈춰'를 외치는 일도 줄어들었다. 아이들 스스로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법에 배운 것이다. 이른바 '일진문화'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런 기적을 경험한 동주초에선 멈춰 교육이 2011년 10여 개 학급으로 확대됐다. 이 학교 이규희(61) 교장은 "아이들의 인성이 많이 나아지고 있어 새해에는 시행 학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멈춰 마법'을 신기해한다. 5학년 김혜수양은 "지금은 정말 큰일이 아니면 학급총회를 여는 일이 드물 정도로 폭력이 없어졌다"면서 "다른 반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신기해한다"고 자랑했다. 12월 30일 본지가 찾아간 김 교사 교실에서 '평화와 우정을 위해 협력하는 우리 반'이라고 적힌 급훈이 눈에 띄었다. 김 교사는 "공동체의식을 길러주면 아이들 스스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 onewayjoongang.co.kr >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그만 좀…" 26살짜리 한테 한 방 먹은 박근혜

고문으로 만신창이 된 김근태 노래선물에 부인 '깔깔'

유명 개그맨 '부탄 국왕 모욕' "국제망신"

김정일 빈소 참배하는 양키스 'NY' 모자 꼬마 포착

친구 자살 후에도 "샘한테 혼나면…" "몰라 ㅋㅋ" 문자질

"은밀한…죄질 매우 불량" 곽노현 징역 4년 구형

한국인이 꾸는 꿈 중 돼지꿈과 쌍벽 이루는 길몽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