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조난자가 보낸 '사진 한장의 힘'(종합)

이종건 2011. 12.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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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사무소 "분석결과 마등령 코스로 확인해 집중수색"

철저한 산행준비가 살려..식량ㆍ침낭ㆍ텐트 등 산행장비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혹한과 폭설 속 설악산에서 나흘을 버틴 등산객이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산행시 등산장비를 갖추는 것이 사고방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난자가 등산 도중 촬영해 아들에게 보낸 사진이 조난지점 위치파악에 도움을 줘 구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구조당국과 설악산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구조된 박모(44.경남 진주)씨가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 속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산행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에 나섰던 대원들이 전하는 바로는 박씨는 식량은 물론 침낭과 텐트 등 야영이 가능할 정도의 산행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비록 통제구역에 들어가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다 손발에 동상이 걸리고 저체온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이 같은 준비가 없었다면 산속에서 엄동설한을 견뎌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 나흘 동안 박씨 구조에 나섰던 설악산사무소 박용환 계장은 "박씨는 큰 배낭에 필수적인 장비는 대부분 갖추고 있었고 휴대한 침낭이 완전 겨울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침낭이 영하의 혹한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계장은 "겨울철 조난은 대부분 동사로 이어지는 만큼 체온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산행 시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박씨가 산행 중 촬영해 아들에게 보낸 사진이 보다 빠른 구조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설악산사무소 홍성광 시설탐방과장은 "실종신고 접수 후 수색대상 지역을 놓고 유관기관 간에 이견이 있었으나 박씨가 등산 중 아들에게 보낸 사진 1장의 촬영지점이 마등령 코스 '유선대'인 것으로 분석돼 마등령에서부터 박씨가 가족과 통화에서 언급한 백담사 사이 구간을 집중수색한 결과 영시암 계곡에서 박씨의 텐트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설악산사무소는 박씨가 사진을 촬영했던 지점에서 똑같은 사진을 찍은 뒤 서로 비교해 보는 확인작업도 벌였다.

홍 과장은 "조난이나 실종사고는 대부분 당사자 위치 파악이 안돼 수색에 애를 먹고 구조도 지체되는데 이번 사고에는 사진이 나름대로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산행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자주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도 사고시 도움을 받는데 좋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원은 "일반인들은 분간하기 힘들어도 공원지리에 밝은 직원들은 사진을 보면 대략적인 지점을 찾아 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행 시에는 무엇보다 차림이 중요하다.

고가의 기능성 제품은 아니더라도 계절에 맞는 등산복과 등산화 등을 착용해야 한다.

단풍철 수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설악산에는 청바지와 구두 차림으로 대청봉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이 간혹 목격되는데 이는 활동성에 지장을 주고 미끄러짐으로 인한 타박상, 발목골절 등 부상을 당하기 쉬워 자제해야 한다.

1박 이상의 등산을 할 경우 이에 적합한 식량과 텐트, 침낭 등 등산 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정규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인 만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통제구역은 대부분 사고위험이 크기 때문에 출입을 막는 것으로, 올 한해 설악산에서 발생한 7건의 사망사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4건이 통제구역에서 발생한 것만 보더라도 사고위험성을 실감할 수 있다.

설악산사무소는 "정규등산로에서 일어난 사고는 모두가 심장마비지만 출입통제구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대부분 추락사였다"며 "자신의 산행실력을 과신한 사람들이 단속을 피해 출입통제구역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무모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등산을 할 때는 단독산행을 삼가고 조난 시 신고에 필요한 전화와 여분의 배터리 휴대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조난당했을 때는 길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바위 밑이나 동굴 등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체온과 체력을 유지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더 큰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구조대 관계자는 조언했다.

mom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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