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한국 의료 관광..성장 여력 좀먹는 '바가지'

정유진 2011. 12.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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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22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고도 비만으로 고생하던 중국인 A씨는 올 겨울 한국에서 위절제 수술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 중국에는 위절제술이라는 수술자체가 보편적이지 않은데다 한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더 높은 성공률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A씨는 한국행을 택하게 됐다.

A씨는 한국 병원을 소개하는 여행사를 통해 수술 비용으로 2000만원을 썼다. 치료결과도 만족했다. 하지만 며칠 후 A씨는 한국인들이 내는 치료비보다 50% 이상 비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바가지를 썼다는 기분에 찝찝했다.

한국 의료에 대한 인지도가 향상되면서 한국행을 택하는 외국인 환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환자 유치 대가로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 한국 의료 관광의 성장 여력을 잡아먹는 암적인 존재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외국인환자 유치사업 '메디컬 코리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를 방문한 환자수가 2009년 6만201명(국내 2300개 의료기관 기준)에서 2010년 8만1789명으로 30% 이상 늘었다. 올해 해외환자는 당초 목표치 11만 명을 넘어서 2009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진료수익도 1032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해외 환자 유치를 대가로 고율의 수수료를 챙기는 여행업체들이 난립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의료계는 고성장세를 보이는 의료 관광이 바가지 상술로 인해 조만간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브로커들이 활개치는 분야는 국내 시장의 포화 상태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으로 꼽힌다. 여행업체,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며 중국, 동남아 등의 현지 브로커를 활용해 치료비의 15~40%까지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B원장은 "40% 넘게 수수료를 챙겨가는 브로커도 있다"며 "요즘은 15% 수수료를 주면 환자를 알선해줄 브로커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높은 수수료 때문에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서 "중국 사람들은 비쌀수록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희한한 논리로 응대한다고 덧붙였다.

병원들은 브로커 수수료만큼 환자의 치료비가 상승하게 돼 있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의 경쟁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바가지 상혼'이 해외에 알려지게 된다면 국가 이미지 실추 또한 피할 수 없다.

국내 의료서비스 홍보와 의료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9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국제의료협회(KIMA)에서 브로커 유치 알선 수수료를 10~15%선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분 이를 어겨도 제재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병원이 직접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사정에 밝지 않은 병원들이 직접 해외환자를 유치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높은 수수료를 떼이면서도 브로커들을 `필요악`으로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C원장은 "현지에서 치료나 미용시술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환자들의 욕구를 직접 파악해서 데려오는 것은 쉽지 않다"며 "특히 중국과 같이 법적인 장벽이 막혀있어서 중국 본토로 진출하고 싶어도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에서 환자를 국내로 끌어오기는 더욱 쉽지 않아 브로커를 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브로커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해당 부처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호원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소위 브로커들이 높은 수수료를 받는데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으로 사실이나, 이는 법적으로 수수료율을 제한하거나 처벌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며 "해외환자가 점차 늘어나면 이러한 고비용을 끼고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유진 (y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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