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의 고통, 한국 힙합엔 축복이었다

2011. 10. 30. 21: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곽진성 기자]

타블로(YG엔터테인먼트)

ⓒ YG엔터테인먼트

30일 오후, SBS < 인기가요 > 에서는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였다. '학력 논란'으로 그간 마음고생을 했던 타블로는 1년 6개월 동안 공백을 딛고 자신의 이름을 단 첫 앨범을 발표했다.

< 인기가요 > 에 출연한 타블로는 컴백 무대를 시작하기에 앞서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예전보다 한층 차분해진 듯한 타블로는 담담하게 1집을 낸 소감을 밝혔다.

"다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어 타블로는 컴백 무대를 통해, 오랫동안 갈망해 왔을 자신의 음악을 팬들에게 선보였다. 팬들은 열렬한 환호로 그의 복귀를 반겼다.

무대에 등장한 타블로는 빅뱅의 태양과 호흡을 맞추며 'tomorrow'를 선보였고, 이어 가죽 의자에 홀로 앉아 '나쁘다'를 열창했다. 타블로는 이 노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짧게 '나쁘다'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곡('나쁘다')은, 나쁜 사람들을 위한 노래는 아니고요. (웃음) 착한데 사랑 때문에 나빠진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담담한 설명이었지만 지켜보는 팬들에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었다. 타블로의 말에는 뼈가 있는 듯 보였다. '학력 논란'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타블로였기에 더욱 그랬다.

음악은 창작의 산물이기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작곡가의 삶이 투영된다. 타블로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그를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안내한 듯했다. '나쁘다'에는, 한 젊고 유능한 가수가 감당해야 했던 '고통의 깊이'가 고스란히 투영된 듯했다.

타블로의 고통은 한국 힙합엔 축복이었다

ⓒ YG엔터테인먼트

학력 논란의 태풍이 몰아닥치기 전 타블로는 다양한 감성의 음악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돌아온 타블로의 음악은 이전의 그것과 달랐다.

한 편의 시 같은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로, 또 때론 유쾌한 가사와 빠른 선율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던 타블로였지만, 다시 돌아온 그의 곡에는 이전과는 다른 '어두운' 감성이 깃들어 있었다. 불과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타블로의 음악적 지향점은 감정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감정의 가장 낮은 곳이 되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heaven'을 작곡하던 섬세함은, 시련 속에 '밑바닥에서'와 '나쁘다'라는 극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한 가수를 절망의 벼랑으로 몰았던 학력 논란, 여전히 타블로는 그 힘든 비난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 고통의 순간은 그의 음악에 있어선 한층 더 성숙한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30일 타블로가 < 인기가요 > 에서 선보인 무대를 통해 그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동안 타블로, 혹은 에픽하이의 음악은 호불호가 명확했다. 고급스러운 가사, 거칠지 않은 멜로디는 다른 거친 힙합 음악과 비교해 차별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타블로 특유의 섬세한 표현들이 리스너들에게 잘 와 닿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통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타블로의 가사는 진실성 있게 다가왔다. 지난 21일 그의 '나쁘다' 음원이 공개되자, 각종 음원 사이트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은 타블로 팬의 스펙트럼이 이전보다 넓어졌다고 볼 수 있는 한 예이다.

1년 6개월 만의 컴백이었지만 타블로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태양과 함께한 무대에서도, 그리고 이어 혼자서 무대에 등장해서도 타블로는 멋진 무대를 연출했다. 아픔을 통해 성숙한 그는 과거보다 한층 더 발전해, 듣는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힙합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잔인한 말일지 모르지만, 타블로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이 한국 힙합엔 축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 같았던 시련을 뚫고 더욱 멋진 음악을 들고 돌아온 타블로.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