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퇴진" "공천 물갈이".. 與 쇄신 방향 놓고 '부글부글'
원희룡 '홍준표 때리기' 앞장…이재오도 '객토론' 거론 가세소장파들 "혁신결사체 구성"…일각 "제풀에 지칠 것" 자조
[세계일보]
'태풍전야'가 이럴까.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이 당 쇄신의 방향과 폭을 놓고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지도부 퇴진에서부터 총선 공천 물갈이까지 자아 비판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분출하고 있다. 진폭이 큰 데다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갈등도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30일 당 내부에서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은 홍준표 대표를 향했다.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라는 보선 평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문가 영입'으로 압축되는 당 쇄신 방향이 더 큰 반발을 부르는 형국이다.
그간 침묵을 지키던 원희룡 최고위원이 앞장섰다. 여당이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라며 당장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인적쇄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에게도 지도부 총사퇴 및 비대위 구성을 제안한 상태다. 유 최고위원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원 최고위원은 또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 조국 서울대 교수와 전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등을 동행하며 논쟁을 벌였다. "최고위원 그만두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안 물러나고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조 교수 지적에 "당 지도부의 버티기는 확실하게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트위터에 소개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특임장관 퇴임 후 지역구 활동에만 집중했던 이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내년 농사 잘 지으려면 객토(땅 힘을 돋우기 위해 다른 곳에서 좋은 흙을 가져오기)를 하든, 땅을 바꾸든 해야 한다"고 적었다. "지력이 다한 땅에 아무리 땀 흘려 농사 지은들 쭉정이밖에 더 있겠는가. 종자가 좋아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객토론'을 다시 거론한 배경이 관심을 끝다. 이 의원은 특히 "나는 원래 농사꾼이었지"로 글을 끝맺어 '당 쇄신 작업의 전면에 나설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소장파도 '쇄신의 칼'을 준비하고 있다. 통상 수준이 아니라 당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소수 정예로 집중력을 높인 혁신 결사체를 구성하는 논의가 한창이다. 10·26 보선 이전부터 시작된 논의에는 남 최고위원,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구상찬·김성식·김세연·정태근·홍정욱 의원 등이 참여 중이다. 이들 중 한·일 차세대 의원 모임인 '한일미래구상' 세미나 때문에 방일 중인 남·이·구·김·홍 의원은 전날 도쿄에서 밤샘 혁신토론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을 당한다'는 절박한 위기감 속에서 새벽까지 당 혁신 방향·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했다"고 전했다.
쇄신 논의는 분분하지만 "결국 또 이러다 제풀에 지칠 것"이란 자조적인 분위기도 적지 않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입 꾹 닫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한동안 시끄럽겠지만 일단 자기 살 길 찾기가 먼저 아닌가"라고 말했다. 진성호 의원은 "안상수 전 대표 취임 시에도 20, 30세대 소통 부족, SNS 등 디지털분야 강화 등이 문제점과 진단이었다. 변한 게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 트윗스타인 원 최고위원은 왜 선거기간 중 트윗 한번 안 했나"라고 꼬집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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