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주식투자대회 어떡하기에..(종합)

이율 2011. 10. 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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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ㆍ투기 경연장 전락…건전한 투자는 뒷전

증권사 탐욕이 수익률 지상주의 조장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이영재 기자 = 투기와 불법으로 얼룩진 증권사 주식투자대회에 금융당국이 메스를 들이대기로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률만 높이면 입상하는 관행을 서둘러 개선하지 않으면 주식시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투자대회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투기꾼들이 상금과 `주식왕'의 명예를 독차지하도록 한 증권사들의 무책임한 운영 방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투자대회로 한 몫 잡으려는 증권사들의 탐욕도 결부돼 있다

금융당국은 수익률 지상주의로 일관해온 투자대회에서 난무하는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조만간 행정지도에 나선다.

행정지도는 불공정거래를 미리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투자대회 우승 비결은 `잡주 단타매매'

투자대회는 보통 2∼3개월 동안 열리며 참가자들은 대회 기간에 올린 수익률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투자의 과정과 내용은 도외시한 채 최종 수익률로만 우열을 가리다 보니 참가자들은 당연히 무리한 수익률 경쟁에 열을 올리게 된다.

주요 증권사들이 개최한 투자대회 우승자들의 수익률을 보면 이런 양상이 잘 드러난다.

지난 5월 열린 H 증권사 주식투자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의 수익률은 무려 2천89%나 됐다. 공동 2위인 참가자들의 수익률도 각각 614%, 428%에 달했다.

대회 기간 코스피가 2.70%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투자 방식으로는 이만한 수익률을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참가자들은 단기간에 수익률을 극대화하려고 비정상적인 방법에 의존했다.

시가총액과 유통량이 적어 주가 등락 폭이 큰 소위 `잡주(雜株)'를 단타 매매해 시세차익을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인 수법이다. 심지어 분ㆍ초 단위로 주식을 사고파는 `스캘핑' 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과도한 욕심은 범죄로 이어진다.

작년 초부터 올해 5월까지 8개 투자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어 `고수'로 군림하던 참가자가 주가조작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된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지인들의 계좌로 허위 매수주문을 내 주가를 끌어올리고 20여개 종목을 평균 10분 안팎으로 단타 매매하는 방식으로 투자대회에서 월등한 기록을 거뒀다.

◇증권사 탐욕이 수익률 지상주의 조장

투자대회를 지배하는 원리가 수익률 지상주의이고 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매매가 난무하는 배경에는 증권사들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증권사의 투자대회는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에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다. 오히려 잠재 고객을 유치하고 막대한 수수료 수익도 거두는 일거양득의 기회다.

증권사들은 투자대회 참가자들이 자사 계좌를 통해 거래하도록 하고 필수 회전율 규정을 둬 매매 빈도를 높인다.

매매 빈도가 높아지면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그만큼 늘어난다. 여기에다 참가자들의 단타 매매까지 가세하면 수수료 수익은 급증한다.

증권사들이 투자대회에서 거두는 수수료 수익은 보통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타는 상금은 모두 합쳐 봐야 수억원에 불과하다. 증권사로서는 그야말로 `수지맞는 장사'인 셈이다.

투자대회의 승자는 언제나 소수의 `고수들'과 증권사들이고 패자는 다수의 평범한 참가자들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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