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과의 전쟁'뒤 첫 조직 대규모 행사 가보니

차성민 2011. 10. 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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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팽팽' 강력반 형사 50~60 등 경찰병력 100명 투입조직원들 "개인 행사인데 불편하다"

【인천=뉴시스】함상환 차성민 기자 = "경력 3반 차를 타고 가겠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5시. 인천 남동서 강력팀 형사들의 움직임은 바빴다. 조직폭력배의 집단 난투극 사건 뒤 처음 열리는 조폭의 대대적인 행사를 앞둔 탓이다.

남동서 강력반 형사들은 테이저건 등을 챙겨 조직폭력배 두목급으로 알려진 조직원의 집안 행사가 열리는 부평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후 6시. 부평역 앞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복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인천지역 강력반 형사 대다수가 이곳에 배치됐다. 전·의경을 태운 버스도 눈에 띄었다.

부평역 근처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혹시 벌어질지 모를 조직폭력배간 다툼을 막기 위해 경찰 50여 명은 행사장 입구는 물론 행사장 5m안까지 근접 경계를 서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형사는 "장례식장에서 발생했던 조폭간 난투극같은 사건을 사전에 막기 위해 대다수 강력반 형사들이 이곳에 급파됐다"며 "(조폭 난투극)사건이 발생한 뒤 열리는 조폭 내부 행사여서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이곳에 모였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경찰들을 지나 행사장 입구쪽으로 다가갔다.

행사장과 불과 5m 떨어진 의자에는 사복 차림의 형사 1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행사장 안쪽에서는 이를 축하하러온 하객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검정색 양복대신 케주얼 복장을 한 남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경찰들 때문에 불편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나와는 상관없다"며 말을 아꼈다.

40대로 보이는 남성은 현장 취재를 나온 기자에게 "들어가서 밥이나 먹고 가라"며 행사장으로 안내했다.

행사장 안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검정색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줄지어 인사를 하는 이른바 '도열'도 없었으며 예정됐던 밴드의 축하 공연도 취소됐다.

100여 명 가량으로 보이는 하객 중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도 있었으며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던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도 눈에 띄었다.

정치인은 "지역구에 있는 인사의 초대로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이런 곳에서 (기자를)만나다니 뜻밖이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참석한 조직원들은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조직원은 "가족 행사에 경찰들이 쫙 깔려 주인공인 가족들이 너무 불편해 한다"며 "가족들 대부분이 평범한 사회생활을 하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큰 사건이 터졌는데 무슨 일을 또 벌일 수 있겠냐"며 "오늘은 조촐한 가족행사"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같은(경찰이 출동한다는) 소식을 접한 가족들이 행사를 취소하자는 말까지 했다" 며 "개인적으로 축하받아야 할 자리가 안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고개를 숙였다.

행사장 밖에서 근무를 서고 있던 한 형사는 "매일 매일 조직폭력배들과 긴장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형사들이 (억울하게) 매도되고 있는 현실에 화가 난다"며 "현장에서 뛰는 형사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지는 못할 망정 조폭앞에 비굴한 경찰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회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형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단 한번도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라면서 "이것이 대다수 형사들이 인생을 사는 방식이며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세간의 시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편 이번 행사장에는 각 경찰서 강력반 형사 50여 명과 전의경 40여 명 등 100여 명 가량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투입됐으며 조직원 등 100여 명의 하객이 참석, 별다른 탈 없이 행사를 마쳤다.

hsh3355@newsis.comcsm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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