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다 생각나는 그 집.. 자전거도 식후경

한현우 기자 2011. 10. 29. 18: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마니아의 또 다른 즐거움 '맛집 탐방'.. 어디가 좋을까

록 밴드 '델리 스파이스' 멤버 윤준호는 자전거 마니아인 동시에 맛집 마니아다. 그는 동료 뮤지션 너덧 명과 함께 '평양랭면 이륜단'이란 동호회를 만들어 자전거를 타고 서울·경기 곳곳의 평양냉면집을 찾아다니는 취미를 갖고 있다. 그는 "냉면뿐 아니라 국수, 곰탕, 피자, 수제 버거, 양꼬치까지 다양한 맛집을 자전거 타고 찾아다닌다"면서 "가급적 자전거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맛집을 발굴하는 재미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11월 말이면 4대강 자전거길이 완공된다. 인천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700여㎞에 이르는 자전거길로 국토를 종단할 수 있다. 금강과 영산강 자전거길까지 합치면 총 구간은 1187㎞에 달한다. 4대강 사업은 여러가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자전거 라이더들에게만큼은 더없이 좋은 라이딩 코스가 될 전망이다. 이 거대한 자전거 인프라는 "자전거로 한 바퀴 돌 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외국의 자전거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자원이다.

자전거길이 가져온 또 하나의 효과는 '자전거 맛집'이다. 자전거길에서 가깝고 음식값이 저렴하며 양도 많은 식당들이 라이더들의 핸들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미 서울·경기의 한강 자전거길 주변은 물론이고, 최근 개통한 남한강 자전거길에도 새로운 맛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자전거 맛집의 조건

자전거 맛집이 각광받는 이유는 많은 라이더들이 자전거로 하루 50~100㎞ 구간을 타면서 한 끼 정도는 해결해야 하며, 맛집 한 곳을 반환점으로 삼아 라이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한강공원에서 만나 한강자전거길을 타고 행주산성이나 팔당댐에 다녀 오거나, 중랑천 자전거길을 이용해 의정부에 다녀오는 동호인들이 많다.

자전거 맛집들은 우선 자전거 라이더들에 대해 '열린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자전거를 타고 온 라이더들은 자연히 자전거를 안전하게 세워둘 수 있는 맛집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미사리나 행주산성의 맛집들은 아예 자전거 거치대를 여럿 갖추고 자전거 관리인을 따로 두기도 한다. 동호회 단위로 자전거를 거치해놓고 긴 케이블로 자전거를 묶어 자물쇠를 채워준다. 또 라이더들의 빈 물통을 채우도록 식수대를 따로 준비한 집도 있다. 자전거 거치대가 없더라도 통유리창으로 장식된 집을 라이더들이 선호한다. 자전거를 한데 세워두고 수시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라이더들이 가기 쉽지 않다. 일반 도로에서 오랫동안 라이딩을 하면 위험하기도 할뿐더러 교통량과 신호등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은 맛집 메뉴로 간편하고 양이 많은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선호한다. 자전거 맛집 가운데 국수·냉면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면서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메뉴가 인기를 끈다. 자전거 동호인들 가운데는 주말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 아침은 행주산성, 점심은 팔당, 저녁은 의정부에서 각각 이름난 국수를 먹으며 라이딩을 하는 '세끼 국수 라이딩'을 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행주산성 국수타운

행주산성은 한강 북단 자전거길의 종착점이어서 서울에서 출발한 라이더들이 반환점으로 즐겨 찾는 곳이다. 또 경기 일산이나 파주 쪽으로 건너가기 위한 중간 휴식지점이기도 하다.

행주산성 입구에 몰려있는 국수집들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개발한 음식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이 지역에는 토종닭 백숙이나 장어 같은 교외지역의 전형적 메뉴가 많았는데 자전거 라이더들이 쉬었다 가던 구멍가게에서 국수를 말아내던 것이 소문을 타고 대형국수집으로 변신한 경우다. 이곳 국수집들은 대개 잔치국수를 주 메뉴로 내놓는데, 점심시간마다 밀려드는 차량과 자전거, 주차 안내하는 사람들로 붐벼 흡사 '국수 전쟁'이 벌어지는 듯한 형국이다.

이 가운데 '원조국수(031-972-8688)'가 그야말로 원조격이다. 조그마한 식당으로 시작해 현재는 별관까지 확장한 국수집이다. 조금 과장해 쌀 씻는 양재기만한 대접에 가득 내주는 이 집 잔치국수는 페달을 밟아 수십 ㎞를 달려온 라이더들의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값도 3500원으로 무척 싼 편이다. 대단히 매혹적인 맛이라기보다 잔치국수 본연의 맛에 충실하도록 멸치국물에 말아낸 국수다.

원조국수의 대흥행에 힘입어 근처에 국수집이 여럿 생겨났다. 행주산 국수(031-938-8294)는 후발 주자이지만 좀 더 쾌적한 주차시설 덕에 손님을 끌어모으는 곳이다. 역시 푸짐한 잔치국수가 주 메뉴다. 잔치국수집들 사이에서 민물생선 국물에 국수를 말아주는 지리산 어탕국수(031-972-6736)가 독특한 메뉴로 라이더들을 유혹하는 집이다. 뚝배기에 뜨끈한 생선찌개국과 우거지, 그리고 소면을 말아 내놓는다. 값은 5000원으로 잔치국수보다 비싸지만 미식가 라이더들의 두 바퀴를 잡아 끄는 집이다. 이 밖에도 오전 10시부터 푸짐한 갈비탕을 내놓는 한일가든(031-974-0694)이 넓은 주차장과 친절함으로 라이더들에게 인기다.

미사리 국수타운

팔당댐을 반환점으로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미사리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이곳 식당은 주차장이 넓고 라이더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 많기 때문이다. 팔당대교를 건너 남한강을 끼고 양평·여주 방면으로 향하는 라이더들 역시 미사리를 중간 휴식지로 삼는 경우가 많다.

미사리에서 라이더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집은 초계국수를 내놓는 밀빛초계국수(031-795-0330)다. 이북 음식인 초계탕의 냉면 대신 밀국수를 말아서 내놓는 이 집은 살얼음 가득한 육수에 잘게 찢은 닭고기, 푸짐한 소면으로 라이더들의 땀을 식혀주고 동시에 수분을 보충해 준다. 이 집은 자전거를 나란히 걸어놓을 수 있는 거치대를 여럿 마련해 놓고 있으며, 자전거를 관리해주는 사람도 따로 두고 있다. 초계국수 6000원.

초계국수집 옆에 있는 팔당냉면(031-793-6868) 역시 자전거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뛰어난 맛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냉면(5500원)을 시키면 고기구이가 함께 나와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메뉴로 꼽힌다.

이 밖에는 엄나무 닭백숙이 주 메뉴인 소나무집(031-795-6677)의 간편 메뉴인 잔치국수도 인기이고, 샤부샤부 칼국수가 괜찮은 아미채(031-795-3020)도 라이더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의정부 맛집 골목

중랑천 라이딩의 기점으로 꼽히는 의정부에는 맛집이 많다. 우선 서울 모든 평양냉면집의 원조로 꼽히는 평양면옥(031-877-2282)이 중랑천 자전거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집에서는 냉면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는 전통 평양냉면의 참맛을 볼 수 있다.

의정부의 특색있는 메뉴인 부대찌개 역시 라이더들의 기호음식이다. 의정부경찰서 근처 골목에는 오뎅식당(031-842-0423)과 형네식당(031-846-4833), 경원식당(031-846-5464)이 모여 있는데 이 가운데 오뎅식당이 가장 유명하지만, 라이더들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푸짐한 고기와 진한 육수로 서울의 평범한 부대찌개에 길들여진 입맛을 감동시키는 음식점들이다.

부흥국수(031-847-1960)는 시내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교외의 주차장 넓은 곳에 분점을 낸 국수집으로, 잔치국수와 비빔국수가 맛있는 집이다. 메밀전을 손님이 직접 부쳐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집이기도 하다.

곳곳에 숨은 맛집들

자전거길을 따라 들어선 맛집은 헤아리기 어렵지만, 라이더들이 즐겨 타는 코스를 따라서 우선적으로 알려지는 특성이 있다. 광릉 수목원을 반환점으로 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게 유명한 광릉불고기(031-572-6631)가 돼지숯불고기 백반으로 유명하고, 한강·안양천 합수부~안양~과천~잠실·탄천 합수부에 이르는 약 70㎞ 구간을 일컫는 '하트 코스'(코스 모양이 하트처럼 생겼다고 붙은 별명)에서 이름난 과천의 강릉동치미막국수(02-503-1199)의 막국수, 상암동~송추~의정부~서울숲을 잇는 약 80㎞ 구간의 '포도 코스'(포도를 거꾸로 놓은 모양의 코스)에는 불광천 자전거길에서 멀지 않은 응암동 대림시장의 감자탕 골목과 송추의 또 다른 평양냉면 명가 평양면옥(031-826-4231)이 있다. 이 밖에도 한강공원 자양나들목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택시기사 선호도 1위'라고 해서 유명한 기사식당인 송림식당(02-457-5473)이 라이더들이 자주 찾는 맛집에 포함된다.

[키워드]평양냉면집 자전거 여행 의정부 맛집 서울 맛집

  • 윤이상 딸은 "이 여자 미쳤구먼, 미쳤어" 말만 반복
  • "北 김정은, 작년에 결혼… 부인은 김일성大 박사과정 중"
  • 日 어선, 쓰나미로 쓸려간 1억6000만원 든 돈가방 낚아
  • 안철수에 조국까지… 서울대에 무슨 일이?
  • 대졸자 비정규직 31%… 1년새 17만8000명 늘어
  • '미친 듯이' 비 퍼붓는 하늘… 방콕의 주말은 공포 그 자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