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급 古書들이 썩고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문서 3만3012점 훼손된 채 방치

2011. 9. 2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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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얼룩이 심하고 표지 곳곳이 떨어져 나간 '주자어류'(위)와 '통감속편'(국보 283호).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국보 283호인 '통감속편'은 곳곳에 얼룩이 묻어 있고 표지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보물 제1674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문인 박세당의 필적 '서계유묵'도 곳곳에 곰팡이가 슬어 일부 글자를 알아볼 수 없다.

이처럼 교육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한 왕실기록 문서 등 고서(古書)의 관리 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곰팡이가 피고 좀이 드는 등 훼손 정도가 심각하지만 원래 상태에 가깝게 복원하거나 유지하는 등 보존처리에 필요한 예산이 없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22일 국회 교과위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문화재, 고서 훼손 현황'에 따르면 연구원 내 장서각에서 보유한 국가문화재와 국가왕실문서, 민간 위탁 및 기증 문서 등 고서는 모두 15만7940점이다. 여기에는 1400년대 제작된 '통감속편' 등 국보 1점과 보물 25점, '동의보감' '조선왕실의궤'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점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수증기를 통해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훈증, 결손 부분 복원, 보관함 제작 등 보존처리가 필요한 문서가 3만3012점이나 된다. 특히 훼손 정도가 심각해 보존처리가 시급한 문서는 4304점(국보와 보물 16점 포함)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문신 손소 선생의 초상화인 '손소영정'(보물 1216호)은 아주 낡아서 전시하기가 곤란하다. 조선 말기 학자 남정섭의 시문집인 '소와문집'은 쥐와 곤충 때문에 책 오른쪽 윗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나 연구원에서 보존처리를 할 수 있는 문서량은 1년에 40여 건뿐이다. 보존처리가 시급한 문서의 0.01%도 안 된다. 담당 직원은 2명(정규직 1명, 비정규직 1명)뿐이다.

오염이 심하거나 외부에서 서고로 반입되는 도서를 소독하는 훈증기는 2대가 있지만 훈증용 천연약품이 비싸 기계를 사용할 수 없다. 개당 4만 원짜리 훈증약 하나로 30점을 소독할 수 있다. 고문헌의 결손 부분을 메우는 리프캐스팅 기계도 1개뿐이고 문서에 산소가 닿지 않도록 하는 진공포장기, 재료 연구에 필요한 이동식 현미경은 구매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보존처리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 보존처리에 필요한 1억9500만 원을 내년 예산에 신청했지만 등록금 지원정책에 밀려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국보와 보물이 아닌 문헌도 앞으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아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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