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것 같은 이 스시, 한끼 50만원!

도쿄 2011. 8. 3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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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고 스시요리사 나카자와씨 "오리지널 스시는 생선 숙성시켜 먹는 것"

나카자와 게이지(中澤圭二·48)씨가 생선감 진열대에서 흰 거즈로 싼 덩어리 하나를 꺼냈다. 보물이라도 되는 양 조심스레 거즈를 펼쳤다. 초밥용으로 다듬은 참치살 덩어리였다. 흔히 보는 선명한 붉은색이 아니었다. 갈회색이었다. 상하기 직전 생선처럼 보였다. 나카자와씨가 "열흘 숙성시킨 참치 뱃살"이라고 했다. 나카자와씨가 시퍼렇게 날 선 칼로 참치살 한 점을 떠냈다. 그가 나무통에서 밥을 덜어 참치살과 함께 쥐었다. 그러곤 초밥을 내밀었다. "이것이 진짜 '에도마에즈시(江戶前ずし)'입니다."

나카자와씨는 일본 에서 '스시계의 우두머리'라고 불린다. 신주쿠에 있는 그의 가게 '스시쇼(すし匠)'는 좌석 11개가 전부인 작은 가게이다. 예약 손님만 받는다. 1인당 한 끼 가격이 우리 돈으로 50만원이나 된다. 그래도 손님이 몰린다. 오후 6시 시작하는 저녁 식사 1부와 8시 30분 2부가 꽉 찬다.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자갓 서베이' 도쿄판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등 도쿄 최고의 스시집으로 꼽힌다. 스시요리사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스시요리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카자와씨는 "요즘 일반적으로 먹는 (날생선을 얹는) 스시는 역사가 50여 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최초의 생선초밥은 7세기 무렵 붕어 같은 민물생선의 내장을 제거한 다음 소금에 절이고 밥을 채워 삭혀 만들었다. 한국의 식해와 비슷하다. 16세기부터는 생선 속이 아닌 도시락 같은 틀에 밥과 자른 생선살을 함께 담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달 동안 숙성시켜 먹었다.

이어 19세기 중반 에도(江戶·지금의 도쿄)에선 식초로 간 한 초밥에 숙성시킨 생선살을 올려 먹는 초밥이 등장했다. 에도성 앞에서 팔렸다고 해서 '에도마에즈시'라고 불렀다. 우리가 현재 흔히 먹고 있는 선어(鮮魚)와 활어(活魚) 스시는 냉장·냉동기술, 저온 유통체계가 등장한 1950~60년대 이후에 나왔다. 지금 일본에선 숙성된 생선과 날생선을 쓰는 초밥 모두를 '에도마에즈시'라고 부른다.

나카자와씨는 자신처럼 숙성시킨 생선을 사용하는 게 "오리지널 에도마에즈시"라고 했다. 1978년 요리계에 입문한 그는 "신선한 날생선을 사용하는 스시가게가 도쿄에 퍼진 건 1960년대 이후"라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는 숙성 생선초밥은 거의 사라지고 아예 프레시(fresh) 초밥이 대세를 이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1993년 스시쇼를 개업하면서 "에도마에즈시의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과거에는 기술이 없어서 숙성시켰지만 내가 생선을 숙성시키는 이유는 맛을 위해서"라고 했다.

나카자와씨가 생각하는 생선초밥의 맛은 '균형'과 '어울림'에서 온다. 균형은 감칠맛과 산미(酸味)의 조화이다. 그는 "감칠맛과 산미는 숙성을 통해 깊어진다"면서 "냉동참치는 산미가 없어 맛있다는 느낌이 없다"고 했다. 어울림이란 초밥과 생선, 고추냉이(와사비), 간장이 섞이며 맛을 완성시키는 것을 말한다. "숙성시킨 생선이라야 초밥을 입에 넣었을 때 샤리(초밥용 밥)와 네타(초밥에 얹는 생선)의 어울림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카자와씨가 생선을 숙성시키는 기간은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생선에 따라 다르다. 참치는 큰 덩어리로 다듬어 서늘한 곳에서 열흘 정도 숙성시킨다. 고등어, 전어 등 등푸른 생선은 소금으로 절여 식초로 씻는다. 광어 같은 흰살생선은 다시마로 감싸 수분을 제거하고 감칠맛을 증가시킨다. 소금과 쌀을 섞은 용액(시오코지)에 담가두기도 한다. 스시쇼에서 연수 중인 롯데호텔 일식요리사 정병호씨는 "한국 손님들은 생선이 상했다고 먹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나카자와씨는 10월에 한국에 와 롯데호텔에서 자신의 '원조 에도마에즈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이 행사 준비를 위해 최근 서울을 찾아 생선을 비롯한 식재료를 살펴보고 한국 음식도 맛봤다고 한다. "숙성을 통해 어우러진 강렬한 매운맛과 신맛, 감칠맛이 대단했어요. 이런 맛을 이해하는 한국인이라면 숙성된 제 생선초밥도 이해하리라 봅니다."

[키워드]에도마에즈시 자갓 서베이 생선초밥

  • 쉰 듯 시큼하고 흐물흐물… 탱탱 육질 좋아하는 한국 사람 입맛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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