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오세훈 "대선 불출마" 승부수.. 대권 꿈 잠시 접고 주민투표에 올인

2011. 8. 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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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차기 대선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 시장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대선과 관련해 고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오는 24일 치러질 주민투표는 저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12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제 거취 문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고, 주민투표에 임하는 저의 진심을 왜곡하고 있기에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더 이상의 오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職)을 걸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시민 여러분의 뜻을 묻고 당과도 긴밀히 협의한 끝에 입장이 서면 투표 전에 (시장직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여권에선 '순수한 충정'을 확인한 만큼 오 시장을 돕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격려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투표 성패를 좌우할 주민투표의 참여율도 제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수해와 국제 재정위기 등 대형 악재가 터진 데다 야당이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어 불출마 선언이 개표에 필요한 투표율 33.3%를 달성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예상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인 여권 관계자는 "재·보궐 선거의 평균 투표율이 30% 초반대로 나오는 상황에서 야권 및 진보 성향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서지 않는 경우 오 시장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선다 해도 투표율은 30%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친이계 한 의원도 "오 시장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대선 후보가 아니었던 만큼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권 행보라는 의심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 시장 행보에 부정적이었던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끌어내기가 용이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친박계는 여전히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주민투표는 순전히 본인 판단으로 이뤄진 '오 시장 개인의 전쟁'이기 때문에 개입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오히려 투표 결과가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설사 주민투표에서 승리한다 해도 아이들 전면 무상급식을 저지했다는 게 내년 총선에서 박수받을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쨌든 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막아낸 영웅으로 부각될 수 있다. 또 가장 강력한 차차기 대선 후보로 떠오를 수 있고, 한나라당 역시 복지정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패배하게 되면 여권은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복지전쟁'에서 야권에 수세에 몰릴 수 있다.

그러나 패배할 경우에도 여권 내부에서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은 낮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오 시장의 사퇴로 총선을 앞두고 보궐선거가 치러져도 여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아 당과 청와대가 말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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