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수업 다 받은 고교 축구부가 전국 선수권 차지했다

장민석 기자 2011. 8. 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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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유소년 클럽 모범 사례 광양제철고

국내 고교 축구 챔피언을 가리는 제66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조선일보 · 스포츠조선 ·대한축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이 열린 3일 제천 종합운동장. 삼일공고를 1대0으로 꺾고 2년 만에 대회 정상에 복귀한 광양제철고 선수들은 모두 '해냈다'며 환희에 찬 표정이었다. 골키퍼 류현준은 땀에 흠뻑 젖은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올여름 개인적인 목표가 두 가지 있었다. 고교선수권 우승을 이뤘으니 이젠 독후감을 잘 써서 감독님의 칭찬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광양제철고 선수들에게 매월 한 편씩 독후감을 제출하는 것은 이제 생활이다. 광양제철고를 유스팀으로 둔 프로축구 전남 구단은 선수들을 공만 잘 차는 '축구 기계'로 만들지 말자는 취지에서 독후감 제도를 도입했다. 매달 제출하는 독후감은 광양 YMCA에서 평가를 받는다. 1등을 하면 책을 더 읽으라고 도서상품권을 준다. 이평재 광양제철고 감독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며 창의력도 좋아진 것 같다"며 "결국 이것은 '생각하는 축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독후감은 공부하는 축구팀의 한 단면일 뿐이다. 요즘 광양제철고 선수들은 정규 수업을 모두 받은 뒤 훈련한다. 이전처럼 죽어라 축구만 하던 때와는 딴판이다. 훈련이 끝난 뒤엔 영어와 천자문(千字文)도 익혀야 한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한자를 섞어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과제가 떨어지기도 했다. 주장 오영준은 "처음엔 축구만 해도 힘들었다"며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짧게나마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공부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교실에서도 일반 학생과 무조건 섞여 앉는 것이 광양제철고 불문율이다.

그렇다고 축구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광양제철고는 최근 차세대 스타들을 배출하는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지동원(20)과 올림픽대표 유지노(22) 윤석영(21), 2011 콜롬비아 U―20 월드컵에 출전한 황도연(20) 김영욱(20) 이종호(19)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 광양제철고 출신이다.

프로축구 전남 구단은 2003년 1월부터 구단 모기업 포스코의 교육재단 산하 광양제철남초·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와 협약을 맺어 학교 축구부의 선수 선발과 훈련을 맡았다. 현재 전남 드래곤즈 선수 중 30%가 넘는 13명이 유스팀 출신이다.

이번 고교선수권 3위에 오른 일동고도 '공부하는 축구부'의 전형을 보여줬다. 2002년 '선수도 수업을 착실히 받아야 한다'는 기치 아래 일동중 축구부가 생겼고, 3년간 공부와 축구를 병행한 선수들이 그대로 일동고에 진학하면서 팀 전통으로 굳어졌다.

일동고 선수들은 학교 수업을 받은 뒤 오후 4시부터 두 시간씩 축구 연습을 한다. 이후 프로그램은 자유다. 축구 실력을 더 키우고 싶은 선수들은 밤에 개인 훈련을 따로 하고, 공부를 더 하고 싶은 학생들은 숙소에서 학교 담당 과목 교사에게 1~2시간씩 지도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진로 선택도 자유롭다. 축구 선수로 뛰면서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임성열은 2009년 뉴욕주립대에 진학했고, 2008년 연세대로 스카우트됐던 김재연은 지난 4월 올림픽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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