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물안개가 빚은 '구름 다리' 신선이 속겠네

조용준 2011. 7. 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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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새벽공기를 가르며 퍼지는 자욱한 물안개가 북한강을 타고 흐른다. 싱그러운 풀 기운을 머금은 숲을 옆에 끼고 물안개 속으로 들어선다. 수채화 같은 북한강변의 풍경은 사라지고 구름 속에 잠긴 한 폭의 수묵화가 길을 연다. 페달에 발을 올린다. 바퀴 아래서 찰랑거리는 흔들림만이 이곳이 물 위라는 것을 전해준다.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바람소리 물소리 벗 삼아 떠나는 구름 위 산책이 시작된다.

강원도 화천땅에 가면 이름만 들어도 청명하고 상쾌한 길이 있다. 파로호 100리 산소(O₂)길. 말 그대로 굽이굽이 휘도는 북한강 위에 조붓이 길을 낸 42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이다.

원시림을 관통해 가는 숲속길(1km)과 북한강 위로 지나가는 수상길(1km), 물안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길(2㎞), 연꽃길, 야생화길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숲속길은 포장되지 않은 원시림 산길로 난이도가 높다. 수상길은 강 위로 자전거가 지나가 북한강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어 좋다.

# 100리 산소(O₂)길-수묵화 한 폭에 점을 남기다

화천 산소길 체험에 나섰다. 읍내 붕어섬 입구에 있는 관광 전시관이 들머리다.

직접 자전거를 가지고 와도 되지만 신분증과 5000원을 내면 최신형 자전거와 안전모를 빌려준다. 5000원은 반납할 때 화천사랑 상품권(지역에서 사용가능)으로 돌려주니 무료나 다름없다.

전시관을 나와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장마철 굳은 날씨에 북한강은 물안개가 자욱하다. 강변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몽환적이다.

발놀림을 재촉하면 20여분 만에 먼저 미륵바위를 만난다. 미륵을 닮은 모습은 어디에도 없는 작은 바위 여러 개뿐이지만 전설은 그럴 듯하다. 조선 말 이곳 마을에 가난한 선비가 바위 앞에서 정성을 들여 장원급제했다는 사연이다. 그래서일까. 입시철에는 이 바위가 '절'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길은 꺼먹다리로 이어진다. 산소길이 나면서 통행금지가 풀린 곳이다. 1945년 건설된 꺼먹다리는 나무로 만든 상판에 검은색 타르를 칠해 이름이 붙여졌다.

6ㆍ25전쟁 당시 격전지 중심에 있었기에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상징물이다. 교각에는 전쟁 당시 포탄과 총알에 의한 흔적이 남아 있다. '전우' 등 주요 전쟁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꺼먹다리를 지나면 정겨운 이름의 '딴산'이다. 장엄하게 쏟아지는 인공폭포와 물놀이장으로 인기만점이다. 잠시 다리품을 쉬어갈 만하다.

딴산은 산이라기보다 물가에 자리 잡은 작은 동산으로 섬처럼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설악산 울산바위와 마찬가지로 금강산으로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이곳에 눌러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상류 쪽으로 더 오르면 어마어마한 시멘트 덩어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화천댐이다. 이 댐이 품고 있는 물이 '산속의 바다'라 불리는 38.88㎢ 규모의 파로호다.

화천댐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리면 '이구가 고개'라는 푯말이 보인다. 언덕의 경사가 너무 심해 자전거를 타고 가지 못하고 머리에 이고(이구) 가야 되기에 붙여진 재미난 이름이다.

고개를 지나면 드디어 산소길의 백미인 '수상길'에 들어선다. 일명 '강상(江上) 길'로 불리며 총 연장 1km, 폭은 2.5m로 북한강 물 위에 만들어진 부교다.

수상길은 바퀴가 돌 때마다 찰랑거리는 물의 흔들림이 묘한 매력을 전해준다. 물안개 깔린 북한강과 녹음 짙은 여름산을 즐기며 달리는 기분은 상상을 초월하는 짜릿함을 안겨준다.

물빛에 취하고 바람에 취해 페달을 밟다 보면 북한강을 이토록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길이 또 있을까 싶다.

나영식(45ㆍ서울)씨는 "자전거를 타고 북한강변을 달리는 즐거움에 힘든 것은 저 멀리 사라지고 없다"며"특히 물안개에 덮인 수상길은 너무도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고 자랑을 쏟아낸다.

수상길을 지나 원시림 숲속을 빠져나오면 연꽃단지인 서오지리다. 수련이 지고 백련과 홍련이 살포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연꽃향에 취해 길을 재촉하며 동구래 마을의 야생화가 반긴다.

어느새 출발지인 붕어섬이 저 멀리 보인다. 자전거여행이 힘들 만도 하지만 온몸은 기운이 펄펄난다. 산소가 충만하다.

# 파로호 물빛누리호-평화의 염원을 담아 물길을 헤치다

화천에는 산소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에 취항한 물빛누리호가 파로호 물길을 연다.

구만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수달연구센터를 거쳐 지둔지, 법성치, 비수구미,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24km 물길이다.

잔잔한 물결 위로 작은 섬들의 반영이 드리운 파로호는 고즈넉하고 평온한 풍경을 자아낸다.

하늘빛이 무겁게 내려앉은 파로호에서 출발을 알리는 물빛누리호의 엔진이 용트림을 한다.

구만리 물길을 벗어난 물빛누리호의 뱃전에서는 녹음이 짙어진 일산(해 뜨는 산)과 월명봉이 펼치는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난다.

한 시간을 넘게 파로호를 달리던 물빛누리호가 거대한 돌벽을 마주하곤 엔진소리를 재운다. 평화의 댐이다. 북한의 임남댐 붕괴 시 일어날 수 있는 수해를 막기 위해 건설된 댐이다.

댐 아래에는 '세계평화의 종 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지구상의 모든 분쟁국가에서 보낸 탄피로 만든 평화의 종이 파로호의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고 있다.

# 2011 쪽배축제-이색 쪽배 콘테스트 상상 초월

화천의 대표 축제는 산천어축제다. 하지만 아쉽게도 산천어축제는 겨울축제다. 그럼 여름 축제는 없을까. 당연히 있다. 산천어와 쌍벽을 이루는 '쪽배축제'가 그것이다.

휴가철 마음을 설레게 하는 쪽배축제는 30일부터 내달 15일까지 화천읍 붕어섬 및 생활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쪽배축제의 백미는 뭐니 해도 유쾌한 상상력이 총동원되는 '창작 쪽배 콘테스트'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무동력 창작선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29일까지 축제홈페이지(www.narafestival.com)에서 온라인 접수를 하고 내달 6일 수상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심사방법이 변경돼 심사위원 점수 50점, 30m 경주 50점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필요한 퍼포먼스로 부담을 덜어 일반인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수상레저스포츠체험(수상자전거, 용선, 카약, 야외수영장, 어린이 물놀이장 등), 캠핑촌, 마당극 낭천별곡, 은하수 별빛콘서트, 여름마을 계곡소풍 등 풍성한 즐거움이 넘쳐난다.

화천=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해 춘천IC를 나와 시내를 통과해 5번 국도와 407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화천이다.

△먹거리=

파로호 가는 길목인 간동면에 있는 화천어죽탕(033-442-5544)은 잡고기를 갈아 야채와 끓여내는데 담백하고 깊은 맛을 풍긴다. 화가인 주인장이 다양한 소품으로 꾸민 식당도 볼거리다. 대이리의 콩사랑(033-442-2114)은 콩요리 정식, 모둠보쌈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볼거리=

여름철 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기암괴석과 빼어난 절경을 이룬 만산동계곡은 가족나들이로 좋다. 겨울 산천어축제장으로 활용되던 장소인 산천어밸리는 여름이면 야영장으로 변신한다. 계곡상류 산에는 금강산에서 날아왔다는 비래바위가 눈길을 끈다. 화악산에서 시작해 춘천호로 흘러드는 용담계곡은 깊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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