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짜리 강남 빌딩 '경매 고수'가 반쪽 냈다

2011. 6. 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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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 나온 건물 토지 절반…공동투자자 37명 낙찰받아철거 후 땅 팔아 79억 수익

서울 교대역 근처의 멀쩡했던 수백억원대 빌딩이 두 개로 쪼개졌다. 건물 절반이 두부 잘리듯 헐리더니 그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절반 헐려나간 건물

두 채로 나뉘고 있는 빌딩은 서울 서초동 1573의 13과 1573의 14에 지어진 5층 업무용 삼덕다솜빌딩이다. 당초 두 개의 지번에 건물 한 동이 올라간 형태로 삼 형제가 소유하고 있었다. 건물이 헐린 부분 토지는 둘째,나머지 토지는 셋째가 갖고 있었고 건물은 첫째가 대표인 법인 명의였다.

문제는 둘째가 사망하면서 발생했다. 직계 가족이 상속세를 내지 못하자 국세청은 이 땅을 공매에 부쳤다. 물건을 분석한 A씨 등 37명은 눈이 번쩍 뜨였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아 건물 절반을 철거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이런 물건은 권리 분석이 어려워 시세의 절반 이하로 낙찰할 수 있다. 싸게 확보한 뒤 건물 철거를 무기로 건물주를 압박하면 고가에 되팔 수 있다. A씨 등은 공동 투자를 결심하고 2005년 11월 감정가 65억7000만원인 토지를 46억1000만원에 법인 명의로 낙찰했다.

땅을 되파는 일은 순조롭지 않았다. 건물주와 협상했지만 의견차가 컸다. A씨 등은 4년가량의 지루한 소송 끝에 철거 판결을 받아 건물 절반을 헐었다. 이어 지난해 11월 이 땅을 제3자에게 126억원을 받고 팔았다. 매수자는 최근 지하 6층~지상 11층 규모의 건물 신축에 착수했다.

◆피말린 법정지상권 소송

2006년 시작한 소송은 피를 말리는 진검 승부였다. 1 · 2심에선 A씨 등이 이겼지만 대법원에선 고법에 다시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4년 만인 2009년 12월 A씨 등이 최종 승소했다.

쟁점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느냐였다. 이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을 때 건물을 철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리다. 그러나 소유자가 다르다고 무조건 지상권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과거 '건물 소유주와 토지 소유주가 한번이라도 같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첫째 아들은 1990년 건물 신축 당시 땅과 건물이 모두 자기 명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 등은 건축 허가 당시에는 동일인 명의였지만 건축이 20% 정도 진행된 시점에 건축주 명의가 법인으로 변경돼 첫째 아들이 건물을 원시취득하지 못했음을 밝혀내 소송에서 이겼다.

◆큰 손해본 건물 세입자

A씨 등은 비교적 큰 이익을 거뒀다. 세금 등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차익은 79억9000만원에 이른다.

형제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건물 반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제 기능을 하려면 돈을 들여 손질해야 한다. 임대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임차인들도 예상치 못한 피해를 봤다. 반으로 헐리기 전 이 빌딩엔 게임장 은행 병원 주점 등이 세들어 있었다. 이들은 전세권 · 임차권을 설정했지만 법원은 "땅을 점유 · 사용할 권한이 없는 만큼 건물을 비워주라"고 판결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현금 없이 건물만 상속했다가 상속세 탓에 건물을 잃는 경우가 심심찮게 생긴다"며 "건물 소유주들은 상속 계획을 미리 세워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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