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진출했는데 기분 어떠냐고?"

2011. 5. 23. 17: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흡혈귀와 맞서 싸우는 프리스트 역을 맡은 폴 베타니

ⓒ 소니픽쳐스

"친구들이 제게 많이 물어봤어요. '작품이 많이 바뀌었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냐'고 말이죠. 그럼 제가 되물어요. '너 같으면 할리우드에서 작품 만드는데 기분이 어떻겠니?'라고요" 한국 만화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 < 프리스트 > 의 원작자 형민우(36)씨의 말이다. 23일 오전 왕십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그는 영화가 원작과 많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게 메가폰이 주어지고 영화 촬영에 대한 권한이 있었으면 치열하게 싸웠을 거다"라며 "분명한 사실은 내가 원작자라는 거고 영화 만드는 건 할리우드의 몫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할리우드 특유의 제작 구조와 상업적인 시스템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1998년 소년만화잡지인 < 소년챔프 > 에 연재된 원작은 본래 대천사 테모자레가 이끄는 열두 명의 타락 천사들에 대항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악마와 인간과의 대결구도가 이번에 제작된 영화에선 흡혈귀와 인간의 대결로 작품의 배경 역시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서 미래의 가상 도시로 바뀌었다.

"한국 만화가 상당히 힘듭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미안할 정도로 가능성 있는 다른 작가들 고생하고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만화가 사양세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작가들이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소재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굉장한 경쟁력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원작인 만화 < 프리스트 > 는 국내에서만 5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전세계 33개국에 100만 권이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만화로는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국내 만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형민우씨는 최근 여인영 감독 등 한국인들의 해외 영화계 활약에 대해 "한국이 가진 문화적 가능성이 상당히 포장되었다고 생각했고 한류 열풍에도 비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성공 사례가 현실로 하나 둘 나오는 것을 보니 (한국 콘텐츠의 힘을) 인정 안 할 수가 없겠더라"라며 "외국에 나가면 사람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칭찬하는 말을 들으며 실제로 달라진 위상을 체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프리스트 > 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작업실에서의 형민우씨 모습

ⓒ 이선필

형민우씨는 본래 만화를 시작할 때 독학으로 했다고 한다. " < 프리스트 > 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아이템의 집대성이라고 봐도 좋다"고 말한 그는 "그래서 기술적인 면에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작품 자체를 '할리우드 키드'에 비유하면서 그는 "일종의 언더 문화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 있다"며 작품의 성격을 설명했다.

형민우씨의 원작 < 프리스트 > 표지

ⓒ 형민우

좀비·악마 등이 등장하는 호러물은 본래 할리우드에서 주류가 아니었다. 최근에 들어서 각종 음향 및 시각 효과가 발달하면서 그 가능성이 재조명되는 상황이다. 형민우씨 작품 역시 국내 출판 이후 마니아층에서 서서히 주목받았고 2002년 중반에 도쿄팝이란 만화 전문 출판사에 의해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2004년에 들어서 영화화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 되었지만 제작 과정에서 감독과 출연 배우 내정자들이 모두 교체가 되었고 2006년부터 다시 제작에 들어가야 했다.

"일단 제 작품 하나가 영화로 만들어졌단 사실이 영광이죠. 할리우드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다음 작품을 한다고 하면 < 프리스트 > 에서 진행했던 그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는데 더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제겐 또 다른 숙제입니다." 본인의 다른 작품의 영화화에 대한 생각을 말한 형민우씨는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없지만 이번 작품이 잘 된다면 속편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 프리스트 > 시리즈물 계획 얘기를 언급했다. 왜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지 않고 해외에서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작가로서 나도 의아한 점이지만 운이 좋았고 주변의 도움이 컸다"고 답했다.

개봉 첫 주 전미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던 영화 < 프리스트 > 는 지난 주말 6위를 지키고 있다. 3D로 입체효과가 특징인 이번 영화는 볼거리가 많은 영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시각효과팀인 오퍼나지팀에서 < 쥐라기공원 > < 씬시티 > 등의 작품에 참여했던 스콧 스튜어트가 메가폰을 잡았고 < 아이언맨 > < 아바타 >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조나단 로스버트가 시각효과를 맡았다. 오프닝 장면이 형민우 작가의 그림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영화 < 프리스트 > 는 국내에서는 6월 9일 개봉예정이다.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