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들 내가 지금 죽이러 간다"
김기덕 감독 베일 속 신작 '아리랑' 칸 공개
제자 장훈 감독 등에 분노 드러내
엄청난 파란이 예상된다. 특정 영화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분노를 쏟아내고, 한국영화 관객들에 대한 서운함과 영화계 풍토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배어있다. 이토록 주변에 대한 한 개인의 광기 어린 독설이 난무하는 영화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오후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김기덕 감독의 신작 '아리랑'은 지독하게 문제적인 영화다. 김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를 만든 장훈 감독 등 특정 영화인에 대한 욕설과 비판이 담겨 있어 무엇보다 충격적이다. "악마들이 영화를 못 만들게 한다" "배신자들 내가 지금 죽이러 간다" "너 같은 쓰레기를 기억하는 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온갖 욕설이 섞인 직설적인 발언과 함께 스스로 권총을 만들어 누군가를 단죄하고 자살하는 장면 등이 이어진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유일한 출연자다. 연출, 촬영, 각본, 편집 등도 모두 혼자 해냈다.
13년 동안 15편을 만들 정도로 다작이었던 그는 2008년 '비몽' 이후 영화 활동을 중단한 뒤 강원도 한 마을에서 3년 동안 홀로 칩거해왔다.
영화는 집 안에 텐트를 친 채 살아가는 김 감독의 예사롭지 않은 일상을 비춘다. 봉두난발의 행색으로 고구마와 호박을 구워먹고, 눈을 녹여 라면을 끓여먹으며 "개처럼 사는" 모습이 동정심을 부른다. 집에 상ㆍ하수도 시설이 돼있지 않아 그는 땅을 파서 용변을 해결하기도 한다.
정통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던 영화는 중반부로 향하면서 김 감독이 1인 3역을 하는 유사 다큐멘터리로 변신한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며 분노와 회한과 칭얼거림으로 일관하는 김 감독, 그런 김 감독을 비판하고 다그치는 또 다른 김 감독의 자아, 두 자아의 대화를 영상에 담아 이를 지켜보고 편집하는 또 다른 김 감독이 등장한다.
김 감독의 외톨이 자아가 쏟아내는 날 것 그대로의 발언은 논란의 불씨를 제공할 전망이다. 그는 전작 '비몽' 촬영 중 목매는 장면을 찍던 주연배우가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악몽 같은 기억, 그와 신작 '풍산개'를 준비하던 장훈 감독과 절친했던 프로듀서가 "자본주의의 유혹" 때문에 자신을 배신하고 메이저 영화사와 '의형제' 연출을 계약한 사실이 자신을 비참한 현실로 몰아넣었다고 넋두리를 쏟아낸다('의형제'는 지난해 546만 관객을 부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5년 전 이메일로 호소하고 비 맞으며 간절히 부탁해 받아 들였더니… 떠났다." "그런데 떠나는 방법이 잘못 됐어… 모든 게 기회주의로 보인다. 난 그 정도는 아니다." "사람들이 참 무섭다. 어느 순간 날카롭게 되돌려준다. 더 이상 믿을게 없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연말 한 매체가 "측근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폐인처럼 산다"고 보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장훈 감독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김 감독은 해명 글을 통해 "몇 달 동안 말 못하는 공황 상태에 있었다… (장 감독이) 수 차례 사과를 했고 나는 이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리랑'에서 술에 취해 마구 독설을 뿜어내는 김 감독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그리 쉽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는 영화를 통해서나마 '살인'과 '자살'을 감행하고 스스로를 다시 추스르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계의 현실에 대한 독설도 지나칠 수 없다. 김 감독은 "도끼로 때려죽이고 망치로 때려죽이는 죽음에 대한 영화가 수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당신들(해외 영화제)이 날 발견해줘서 한국에서 인정해주는 감독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아쉽다. 한국이란 사회는 많이 슬프고 아쉽다"며 한국 관객과 영화계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영화에 자주 나왔던 특정 배우를 겨냥한 듯 "악인 역이 제일 쉽다는 건 너의 내면이 실제로 그만큼 악하다는 거야"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태생적으로 외로웠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친구가 없었다"며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유일한 친구가 미군이 낳고 떠난 혼혈아였다"고 밝혔다. "중학교를 가지 못하고 (여자들이 많은) 공장에 들어가 계속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감독 데뷔 전) 폐차장에서 차 때려부수고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렸지만 존중 받지 못했다. 영화감독은 내가 가장 존경 받은 직업이었다"고도 말했다.
'아리랑'은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국내 개봉은 불투명하다.
ㆍ '한심한 한국' 이 말 한마디면… |
ㆍ 임재범, 충격적인 등장 뒤에는… |
ㆍ "박찬호가 배신했다" 日언론 자극적인 비난 |
ㆍ '나가수' 새멤버 15일 공개… 바로 이 사람? |
ㆍ [화보]'블랙이글' 화려한 비행 |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