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행한 어린이, 더 불행해질 우리 사회

입력 2011. 5. 4. 20:10 수정 2011. 5. 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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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요람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친구들과 경쟁해서 이기도록 단련받게 되는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이런 물음을 6410명에게 던졌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곳 아이들 조사 결과와 비교해, 주관적 행복지수는 추종을 불허하는 꼴찌였다.

오이시디 평균(100점)보다 34점이나 낮았고, 한국 다음인 헝가리와도 20점 이상 차이 난다. 3년 내리 이런 형편이니, 우리 아이들의 심리적 불안과 불만은 이제 체질화되는 듯하다. 특히 교육의 기회와 성취, 물질적 수준, 보건과 안전 등 객관적 지표에선 최상위권이었음에도 아이들은 불행하다고 느꼈다. 경주마처럼 내쫓기듯 살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다. 경쟁으로 촘촘히 짜인 구조 탓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학업성취 등을 따지는 교육지수와 학교나 가정생활의 만족도 등을 따지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대체로 비례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교육지수와 주관적 행복지수가 정확하게 반비례했다.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고 살인적인 성적 경쟁에 내몰린 결과일 터이다. 이는 전교조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어린이 스트레스의 80% 이상이 학원 다니기와 학업 성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고학년일수록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돈을 꼽았다. 돈을 꼽은 아이일수록 행복지수는 떨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이 성적, 성공, 돈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는 셈이다.

문제는 명료하다. 해결 방향 또한 선명하다. 정글과도 같은 경쟁 교육을 혁파하는 게 우선이다. 가족간의 유대, 친구들과의 우정과 협력을 증진하도록 교육과 삶의 틀을 다시 짜는 것이 다음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불행하다면, 그 사회가 행복해질 순 없다. 어른들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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