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스피치' 오스카작품상 탈만했다..말더듬는 왕, 극복기 뭉클(씨네리뷰)
[뉴스엔 홍정원 기자]
|홍정원의 영화가 즐거워|
영화 관람 전까지만 해도 '말더듬는 왕이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왜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영화 관람 후 말끔히 사라졌다. 실화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데 유머와 재미까지. '킹스 스피치'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탈 만했다.
말더듬이 영국 왕 조지 6세가 청산유수처럼 연설하는 히틀러를 보면서 부러워한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킹스 스피치'. '킹스 스피치'는 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 처음 공개됐다.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말더듬이 조지 6세와 그의 언어치료사의 우정 이야기도 영화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조지 6세가 말더듬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그의 언어치료사와의 우정은 알려진 적이 없다. '킹스 스피치'는 지난 2월28일(한국시간) 열린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4개 부문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조지 6세의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의 반대로 영화화되지 못했던 '말더듬이 조지 6세의 연설 도전기'는 휴먼 드라마에 고급스러운 유머를 섞어놔 아카데미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또 영화라는 매체가 왜 가치 있는지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실화(역사)를 유쾌하고 감동적인 영화로 만들어 널리 알린다. 허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실화만이 가진 감동의 울림. 이 영화는 그것을 노렸다(?). 실화가 지닐 수 있는 감동을 극대화했다.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 조지 6세의 실제 이야기다. '킹스 스피치'는 왕이 될 일이 없을 것 같던 조지 5세의 차남 앨버트 왕자(버티)와 평생 스포트라이트 같은 건 못 받게 될 것 같던 호주 연극배우 출신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인간 승리와 우정 이야기다. 사실 인생 역전이란 표현이 맞다.
앨버트 왕자(또 다른 이름 버티, 조지 6세)는 어렸을 때부터 활달한 형 에드워드 8세와 달리 말더듬이에 병약한 체질, 소심한 성격으로 왕위는 꿈도 꾸지 않은 채 행복한 가정만을 꿈꿨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36년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과 도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 나갈 수가 없다"는 에드워드 8세의 목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탔고 조지 6세는 형이 미국인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세기의 스캔들'에 빠지자 원치 않았던 왕위에 오른다.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왕이 된 조지 6세는 불안한 정세 속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멋진 연설을 해야 한다. 조지 6세 뒤에는 말더듬증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가 있었다. 괴짜 언어치료사인 로그와의 첫 만남은 순탄치 않았으나 그의 도움으로 말더듬이었던 조지 6세는 위엄 있는 라디오 연설을 해 '국가의 상징적 존재인 (영국)왕'을 뛰어넘어 영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왕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시 독일군의 공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런던을 떠나지 않고 버킹엄궁을 지키며 연설한 왕의 모습에 국민들은 감격했다.
영화는 에드워드 8세의 스캔들이 아닌 말더듬증을 극복하고 진정한 왕이 되려는 조지 6세의 노력과 인간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왕이 말을 제대로 못한다면 그 존재 자체가 아무 소용없었으며 바로 그 점이 말더듬이 조지 6세를 두렵게 했다.
'엘리자베스 1세' '존 아담스' 등 왕이나 대통령의 이야기에 일가견 있는(각각 골든글로브 TV영화, TV 미니시리즈부문 수상) 톰 후퍼 감독이 연출했다. 콜린 퍼스가 말더듬이 영국 왕 조지 6세 역, 헬레나 본햄 카터가 조지 6세의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 역, 제프리 러쉬가 말더듬증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 역을 맡아 호연을 선보였다.
콜린 퍼스의 연기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답다. 그의 말더듬는 연기는 리얼하며 말더듬증 때문에 겪는 왕으로서의 좌절감은 빛나는 내면연기로 표현했다.
조지 6세 콜린 퍼스와 치료사 로그 제프리 러쉬 연기와 유머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진지하다. 각자의 캐릭터는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영화는 친구가 없었던 왕과 그의 친구가 된 말더듬증 치료사의 치료과정과 우정도 강조한다. 국왕의 말더듬증은 결국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으로 로그는 왕의 언어 치료뿐 아니라 용기를 주며 마음까지 치료한다. 로그는 사생활을 말하려 하지 않았던 왕의 마음을 연다. 마침내 왕과 평민은 속내까지 털어놓는 진정한 친구가 된다.
기상천외한 치료 과정과 두 사람이 주고받는 유머 섞인 대사는 웃음을 주는 코드이며 이들의 관계가 점점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 어렵다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았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토끼도 잡았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게 아쉬워 러닝타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영화, 이런 작품은 처음이다.
한편 말더듬이와 관련된 장면과 내면 연기를 보다 생생하게 스크린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각본가 데이빗 세이들러 역시 어린 시절 말을 더듬었던 경험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원래 연극무대에 올리기 위한 '킹스 스피치'의 각본을 완성했지만 호주 출신 톰 후퍼 감독 어머니가 대본 리딩에 참관하면서 각본이 톰 후퍼 손에 들어갔고 영화화됐다. 또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사진 한 장만으로 표현해야 했던 제프리 러쉬는 촬영 전 라이오넬 로그의 손자 마크 로그로부터 당시 진료카드 등 조지 6세와 로그의 관계를 기록한 친필 일기장을 입수해 살아있는 연기를 해낼 수 있었다.
러닝타임 118분. 12세 관람가. 17일 개봉.
# 시놉시스
1939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 버티(콜린 퍼스). 권력과 명예, 모든 것을 가진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이크. 그는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졌다. 국왕의 자리가 버겁기만 한 버티와 그를 지켜보는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헬레나 본햄 카터), 그리고 국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게다가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중이다. 불안한 정세 속 새로운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을 위해 버티는 아내의 소개로 괴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만나게 되고 삐걱거리는 첫 만남 이후 둘은 기상천외한 치료법을 통해 말더듬증 극복에 도전한다. 세기의 선동가 히틀러와 맞선 말더듬이 영국 왕. 그는 국민의 마음을 감동시킬 연설에 성공할까.
홍정원 ma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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