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선배, 황당하고 부끄러워"

2011. 2. 17. 23: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C 내부, 엄 전 사장 이상한 고문대우에 "어이가 없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사직 후에도 MBC 고문 대우를 받으며 억대의 보수를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나자 MBC 구성원들 사이에서 "황당하다" "어이가 없고 MBC 선배의 처신에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엄 전 사장이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MBC 고문으로 있으면서 매월 1000만 원에 업무추진비 150만 원, 에쿠스 차량과 운전기사까지 지원받았다는 미디어오늘 보도에 대해 MBC는 여러 면에서 자문받을 일이 있어서 위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이같이 전하면서 "그런 역할에 준해서 지원해온 것이었는데, 최근엔 엄 전 사장이 자동차도 반납하고, 월 1000만 원 받던 것도 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BC 구성원들은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일을 MBC와 엄 전 사장이 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MBC의 한 부장급 기자는 17일 오후 MBC의 엄 전 사장 보수 지원에 대해 "MBC에서 사장을 하다가 본인의 뜻과 달리, 원치 않은 사퇴를 한 모양새를 보였는데, 진실로 그러했다면 이런 식으로 (인)연을 끌고 가면 안된다"라며 "반대로 간접적으로라도 친정인 MBC를 위해 도우려는 생각으로 고문직을 수락했다면 그에 걸맞는 일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후 엄 전 사장이 보인 모습은 완전히 정치행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엄기영 전 MBC 사장. ⓒMBC 노조

이 중견기자는 "결과적으로 MBC가 잠정적인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에 대해 운전기사 대주고 법인카드 대주면서 서포트한 셈"이라며 "공영방송에 맞질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지원을 받고자 했다면 적어도 언론인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처신)했어야 했다"며 "도무지 말도 안되는 일을 MBC와 엄 전 사장이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18년차 중견기자도 "이런 행보는 적절하다고 할 수가 없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다 용인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MBC의 엄 전 사장 지원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MBC의 한 부장급 간부는 "MBC 내부에서 일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 얘길 처음 들었을 때 여러 구성원들은 '그래도 되나, 말도 안된다, 도대체 왜그러느냐, MBC는 왜 이렇게 책 잡힐 일을 하느냐, 뭐하러 이렇게 큰 돈을 갖다 바치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MBC의 한 평기자도 얼마 전에 이런 사실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면서 "당시 받았던 인상은 한마디로 황당했었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본인 스스로 인사권을 침해받았다며 쫓겨난 모양새로 그만뒀고, 후배들에게 'MBC를 지켜달라'는 글도 썼을 뿐 아니라 팔을 치켜들고 노조위원장과 악수하며 나갔던 분이 고문으로 위촉돼 보수까지 지원받은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그런 지원을 한 MBC도 그렇고, 그런 지원을 받으며 정치행보를 했던 엄 전 사장까지 총체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라며 "저널리스트라면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느끼고 있었을텐데 그렇게 감이 없는지, 왜 정치행보까지 보이는지 알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 기자는 "(정치적 철학이 현 정부와 맞는) 그런 분이었다고 생각했다면 차라리 사장 때 그렇게 했으면 서로 속편하게 싸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선배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회사를 떠난 선배가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영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당선자도 "황당하고 부끄럽다는 구성원들 반응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며, 노조 역시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우선 그런 제도가 도대체 뭐냐에 대해서도 그렇고, 적잖은 비용을 지불하고 고문을 뒀으면 경영진이 이런 사실을 투명하게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KBS < 아침마당 > 에 출연한 엄기영 전 사장.

정 당선자는 "나 역시 아주 최근에야 얼핏 그런 얘길 들었을 만큼, 많은 구성원들이 잘 몰랐을 것"이라며 "1년 전만 해도 방문진을 성토하며 투사처럼 나간 분이 그 뒤에 불합리한 구조에 안착한 김재철 사장에게서 고문직을 받고, MBC는 또 고문으로 위촉하고, 모든 상황이 이해도 안되고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상식적인 것을 떠나 정서적으로 얘기하자면 정말 황당하고 부끄러운 노릇"이라며 "그간 워낙 MBC 내부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말도 안되는 일을 많이해 일부 알고 있던 사람들도 그냥 황당해하며 흘려듣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17일 저녁 "다른 임원들도 지방사 사장으로 있다가 임기 중 퇴사하면 대우해주는 규정이 있다"며 "MBC 안팎 일부에서 엄 사장에게만 그런 혜택이 갔고, 그 이유는 한나라당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비난을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고, 견강부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다른 임원들이 임기중 퇴사했을 때 대우를 받은 것은 임기 중 퇴사 임원에 대한 보수 보전 규정에 따른 것이며, 엄 전 사장처럼 별도의 고문직과 거액의 보수를 지급한 전례는 없었다.

'고문직을 두고 전직 사장에 거액의 보수를 지급한 것은 엄 전 사장이 실질적으로 처음있는 일 아니냐'는 질문에 이 국장은 "모든 관례라는 것은 첫 번째라는 게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엄기영 전 사장은 지난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처우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없다"면서도 "내가 무슨 정치행보를 했으며, 뭘 자제하고 지적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원도지사 후보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활동을 일단 잘 되도록 할 것"이라며 "(다른 일을 하는 것과 무관하게) 온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서 유치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