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채로 벗겨지는 동물, 이런데도 모피 입을 것인가

김정환 2011. 1. 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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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혹한 속에 모피 의류가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어느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모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3%나 증가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SBS TV '동물농장'이 30일 '당신이 입는 모피의 불편한 진실'을 전한다. 모피를 얻기 위해 연간 4000만 마리의 동물들이 도살되는 실태를 고발한다.

'동물농장' 제작진은 모피 제작용 생피 생산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 하베이성의 모피용 동물 집단사육 마을에 잠입했다. 이 마을은 토끼, 여우, 너구리, 밍크 등을 농가마다 적게는 100여 마리, 많게는 1000여 마리까지 사육하고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활동성이 뛰어난 야생동물인 여우나 너구리의 사육환경은 몹시 열악했다.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이 동물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끊임 없이 고개를 돌리는 등 심각한 이상행동을 보였다. 또 언제 청소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사육장 안에는 형편없는 먹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동물들의 털가죽을 벗겨내는 과정은 더욱 충격적이다. 상인이 너구리 한 마리를 골라 오더니 몽둥이로 마구 내리쳐 기절시켰다. 이어 곧바로 가죽을 벗겨냈다. 너구리가 죽은 다음 작업을 하게 되면 피가 굳으면서 가죽이 딱딱해져 벗겨내기도 어려울뿐더러 상품 가치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잠시 후 더욱 경악할 상황이 전개됐다. 가죽이 다 벗겨져 나갔을 때 너구리가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것이다. 너구리는 앞발을 움직이며 가죽을 잃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죽어갔다. 맞은편 구석 철창에 갇힌 너구리들은 동족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벗겨진 너구리 생피는 장당 340위안(5만~6만원)에 팔린다.

생피 시장에서는 갓 벗겨온 개의 가죽도 팔리고 있다. 개 가죽으로 만든 코트는 상인이 밝히지 않는다면 어느 동물의 털로 만들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동물농장'이 이날 폭로하는 내용은 수년 전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가 제작, 세계에 충격을 안긴 영상에서 다뤄진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이 영상은 국내에서도 애완동물 동호회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갈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모 여가수는 "모피 동영상을 봤다. 어머니와 함께 앞으로 모피를 절대 입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개념 연예인'으로 칭송 받았다. 하지만 이 가수는 몇 달 지나지 않아 화려한 모피 코트를 걸치고 행사장에 나타나면서 질타를 받았다.

담당 김재원 PD는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짚고 나가야 할 일이고 '동물농장'에서 그 동안 유기견, 동물학대 등 충격적인 내용을 계속 다뤄온 만큼 시청자들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최대한 모자이크 작업을 통해 혐오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동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릴 것"이라고 전했다.

동물사랑실천연대 박소연 대표는 "밍크 롱코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200마리가 넘는 밍크의 털가죽이 산 채로 벗겨진다. 옛날에는 모피 외에는 추위를 막을 방법이 뾰족히 없었다지만 요즘은 모피를 능가하는 대용 섬유가 많은 데도 모피를 착용하는 것은 부의 과시나 멋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죽은 다음에 모피를 벗기는 것으로 알고 있겠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 모피 획득방법이 알려져 모피를 입는 것이 멋을 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라는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환영했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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