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왜 '영구 앓이' 할까

뉴스엔 2010. 12. 3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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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홍정원 기자]

심형래가 주연을 맡고 연출한 영화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개봉 첫 날보다 개봉 2일째의 일일 관객수가 더 높게 나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라스트 갓파더'는 무서운 흥행세를 보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던 '황해' '헬로우 고스트'까지 제치고 1위에 오르더니 날이 갈수록 일일 관객수가 늘고 있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30일부터 31일 오전 6시까지 집계 기준으로 전국 546개 스크린에서 18만6,870명을 모아 누적관객 31만6,979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는 30일부터 31일 오전 6시까지의 집계이므로 개봉 2일째인 30일 일일 관객수나 다름없다.

'라스트 갓파더'의 일일 관객수는 개봉 첫날 29일에는 15만명에 육박했다. 29일 일일 관객수는 전국 485개 스크린에서 불러모은 14만9,926명. 개봉 2일째인 30일에는 첫날의 일일 관객수보다 3만명가량 많은 18만명을 끌어모으며 '영구 파워'를 과시했다. 한편 '라스트 갓파더'에 이어 '헬로우 고스트'가 2위, '황해'가 3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이 4위, '트론: 새로운 시작'이 5위에 올랐다.

이 같은 흥행에 앞서 바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평론가들도 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영구의 스크린 귀환과 흥행 여부를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9년 영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첫 영화 '영구와 땡칠이'가 당시 270만명 동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냈고 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심형래 감독은 어린이 관객을 비롯한 가족 관객이 영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심 감독에게는 영구 영화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심 감독은 최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도 "어린이 관객을 비롯한 남녀노소 가족 관객이 영구를 좋아하더라. '디워' 때만큼 자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구를 좋아하던 관객이 '라스트 갓파더'를 보러 극장으로 와줄 것이라 믿는다"며 가족 관객을 믿었다.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돌풍은 시청자와 관객 곁에서 웃겼던 코믹 캐릭터 영구가 여전히 그들 가슴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었음을 입증한다.

'라스트 갓파더'는 영구(심형래)가 마피아 보스(하비 케이틀)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그가 뉴욕에서 펼치는 활약을 그린 코미디다. '라스트 갓파더'를 통해 할리우드로 진출한 영구는 극중 조직의 후계자로 지목돼 뉴욕을 배경으로 마피아 수업을 받는다. 다소 저속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식 슬랩스틱 대신 순수하고 착한 '영구식 슬랩스틱 코미디'가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다. 총격신 외에는 폭력적인 장면이 거의 없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훈훈한 작품이다.

심형래가 연기한 영구는 영어를 하는 등 과거의 영구보다 똑똑해졌으나 못 생긴 외모는 그대로이며 다소 모자라게 행동하는 마피아 보스의 아들로 나온다. 극중 마피아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영구의 순수함에 빠져 '영구 앓이'를 한다.

영구의 아버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는 물론, 영구와 멜로라인을 선보이는 라이벌 조직의 딸 낸시(조슬린 도나휴)도, 영구가 없었다면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조직의 2인자 토니V(마이크 리스폴리)도, 영구가 바보 같다며 싫어하던 다른 조직원도 순수한 영구를 좋아하게 된다. 영구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라이벌 조직과의 전쟁에 임박해 있던 마피아 조직원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관객도 영구 때문에 웃고 행복해진 마피아 조직원들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연말연시 극장으로 간 관객은 한해의 복잡했던 일상을 잊고 싶은 마음에 무거운 소재의 영화보다는 '라스트 갓파더' 영구의 순수함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홍정원 ma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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