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지는 유럽,뜨는 아시아.. 경제나침반 '중심이동'

윤재준 2010. 12. 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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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은 미국의 소비 저조와 유럽의 부채사태로 경기 회복이 느린 가운데에서도 아시아의 성장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성장이 회복되면서 글로벌 경제를 주도해 이제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했음이 과언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 같은 아시아 경제의 호조는 통화와 재정정책을 적절한 시기에 펼친데다 정부들이 부채를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지트 니바르드 카브랄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아시아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이 지역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완충 역할을 했다"며 "아시아가 없었으면 사태는 끝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난달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올해도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지난해에 비해서는 저조하겠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이 타지역보다 높으면서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는 해결해야할 과제 또한 있다.

■올해 아시아 경제 변수는 인플레이션

UBS 이코노미스트인 던컨 울드리지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아시아에는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평균 5%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음을 예로 들었다.

특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QE2) 조치이후 아시아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억제 대책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에 물가가 지난 28개월래 가장 높은 5.1% 상승하기도 했다.

물가상승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식료품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투기단속과 식용유 가격 억제, 빈곤층에 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일부 농산물값을 안정시키는데 일단 성공했다.

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성탄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전격 인상했다. 물가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이미 예견돼온 조치로 올해도 더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아시아의 이머징 마켓 중 특히 투자자들의 돈이 많이 유입되는 국가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상하이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는 "이머징 국가들이 결심하면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면서도 그대신 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하거나 환율이 50% 이상 올라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국가간 불신, 유로화 위기 극복이 과제

아시아에 비해 유럽에 2010년은 생각도 하기 싫은 한해였다.

10년 전부터 차입에 열을 올린 그리스는 1450억달러, 아일랜드는 9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받기로 했으며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스페인은 추가 강등을 지난달 무디스로부터 경고받았다.

이들 유럽국가는 지난 1980년대에 남미국가들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잃어버린 10년'을 체험해야 할 처지가 됐다.

저출산과 노령화로 2014년이면 EU 국가들의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일부에서는 EU 회원국끼리의 단합과 정치적 비전 부족, 지도력 결여 같은 내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또 회원국들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도 커지고 있다.

독일인들은 임금인상 억제와 정부의 예산삭감을 참아오면서 자신들이 내는 세금이 그리스에서 퇴직금, 아일랜드에서 낮은 법인세 납부에 이용될지 모른다는 불쾌감 또한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유럽의 부채사태를 독일의 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해 봄 그리스 부채사태가 절정에 달할 때 독일은 늑장을 부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 파이낸셜 타임스(FT)지는 독일이 유로존에서 가장 먼저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를 자주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서 민족주의와 반자본주의 정치세력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일랜드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단일통화인 유로는 유럽 부채사태로 인해 큰 위기를 맞고있으며 그 존재가 위태롭다는 여론 또한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회 위원이며 슬로베니아 중앙은행 총재인 마르코 크란예치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유로에 문제는 있지만 해결되고 있다며 "EU와 유로존 회원국들의 이익이 달린 문제이므로 유로화는 반드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전 ECB 위원을 지낸 미트야 가스파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를 했지만 효과가 있었는지는 미지수이며 같은 유로 회원국들을 도와야 하지만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 이후 인내에 한계가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가 유로화 사수를 위한 회동을 가져 유로존의 세금제도와 노동법 통합을 논의했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자칫 동유럽에서는 실업자 급증을 유발하고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법인세가 높은 나라들이 불공정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서 쉽지만은 않다.

유로존이 세계 경제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하다는 지적과 함께 유럽에서는 EU와 러시아, 터키의 각기 다른 정책으로 다극화 현상이 나타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EU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터키는 지난해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사전 동의없이 브라질과 함께 이란의 핵개발 문제 중재에 나섰다.

러시아는 일부 EU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의 독립을 인정했다.

최근 그리스는 운송업계의 파업, 이탈리아는 학생들의 시위를 겪었으며 영국 최대 노조는 이달에 대규모 총파업 실시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올 한해가 벌써부터 조용하지 않을 징후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해 10월 F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급속히 변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앞으로 5∼6년 후에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정치·경제적인 갈등에서 볼 수 있듯, 올해 유럽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막대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그리스의 국채매각에 입찰함으로써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포르투갈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이 재정위기를 극복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유럽은 이제 갈수록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처지가 됐다. 또 이를 계기로 관계 또한 가까워지고 있으며 유럽에서 중국의 이미지도 개선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EU는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3차 중·EU 경제와 무역 고위급 회담에서 대중국 첨단기술제품 수출 금지를 재검토하겠다고 중국측에 전달했다.

유럽은 어느 때보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처지가 됐으며 성장을 등에 업고 세계경제에서 아시아의 힘이 유럽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독일의 로비단체 비즈니스유럽의 위르겐 투만 사장은 "아시아·태평양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유럽은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고 있다"며 안일한 유럽의 분위기를 질타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유럽형 아이폰을 본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jjyoon@fnnews.com윤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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