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효과' 소문에 편백나무 수난
"베어지고, 훔쳐가고…." 편백나무가 수난을 겪고 있다. 아토피 등 피부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광주 광산구는 10일 "하남동 경암공원에 서 있던 30년된 편백나무가 잘려 사라졌다"며 범인을 찾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지름 40㎝ 이상된 편백나무가 9일 오전 밑동이 기계톱에 잘린 채 없어진 것이다. 이 나무는 도로에서 불과 1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주민들이 산책하러 자주 드나드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광산구청 최윤호 공원관리팀장은 "밤낮없이 인적이 끊이지 않은 곳인데 나무를 베어갔다"면서 "정말 간 큰 도둑"이라며 혀를 찼다.
편백나무는 각종 피부병에 좋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물질인 '피톤치드'를 대량 발산하는 나무다. 이에 따라 침대나 책상, 톱밥을 넣어 만든 침구류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여유가 있는 가정엔 내장재를 편백나무로 바꾸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편백나무 조림지인 전남 장성 축령산에서도 최근 입구에 심어진 편백나무 600여그루가 밑동이 잘린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축령산 숲 가꾸기 사업을 맡은 목가공업체 작업자들이 간벌을 한다면서 나무를 벤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나무가 욕심이 나서 일부러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작업자들이 실수로 나무를 잘라버린 것 같다"고 진술, 경찰이 진위를 가리고 있다.
편백나무가 잇달아 수난을 당하면서 전남지역 시·군에 비상이 걸렸다. 편백나무 숲을 가꿔 산림욕장을 만드는 등 편백을 활용한 관광자원 만들기에 온힘을 쏟아온 때문이다. 전남도 이원희 산림소득과장은 "편백나무 숲이 쉼터로 각광을 받으면서, 각 시·군이 많은 예산을 들여 조림을 하고 있다"면서 "오랜 시간과 갖은 정성을 들여 키운 나무를 베는 행위가 드러나면 엄벌토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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