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잃은 88만원세대 허각 밀었다

2010. 10. 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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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어 보이는 허각이 노래 실력만으로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서는 모습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문자투표란 걸 해봤습니다."(40대 직장인 A씨)

"처음에는 외모가 멋진 존박을 지지했죠. 그런데 허각의 가정사와 눈물로 노래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어요."(20대 직장인 B씨)

'슈퍼스타K' 허각의 탄생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뜨거운 열망이었다. 허각을 우승으로 이끈 것은 바로 '88만원 세대'와 '아저씨' 힘이었기 때문이다.

허각은 가요계를 주름잡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과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작은 키(163㎝)와 평범한 외모, 중졸 학력에 든든한 배경도 없었다. 경쟁자에 비해서도 여러 모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반면 미국에서 자란 존박은 훤칠한 외모와 큰 키(180㎝), 든든한 학벌(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까지 겸비했다.

슈퍼스타K 시즌1에서도 비슷한 대결 구도가 벌어진 바 있었다. 개성 넘치는 음악성이 무기인 조문근과 비교적 훤칠한 외모가 돋보인 서인국 간 대결은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서인국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네티즌 투표에서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장재인이 존박에게 밀려 3위로 탈락했던 15일 방송이 분수령이었다. 허각에게 남성들 표와 20대 전후반 '88만원 세대' 표가 몰리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승자를 가리는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투표 결과를 분석해 보니 이 같은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전체 평가요소 중 10%가 반영되는 사전 온라인 투표에서 허각은 4만2022표를 얻어 3만2139표를 얻은 존박을 결선 시작 이래 처음으로 앞질렀다. 특히 남성들에게서 2만267표가 몰렸다. 존박의 9756표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다.

여성 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존박도 20대 여성에게서는 7130표를 얻어 8646표를 얻은 허각에게 뒤졌다. 존박의 여성 지지율이 69%에 달하고 허각은 51%에 그쳤던 걸 고려하면 적어도 '88만원 세대'는 여성들조차 허각에게 더 많은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같은 열기는 결승전에서 무려 130만통의 문자투표가 이뤄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전 방송까지 70만~80만표에 그쳤던 투표는 결승전에서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이에 대해 엠넷 측은 남성들과 20대 시청자들이 준결승 방송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했다. 평소에는 흥미롭게 지켜보기만 했던 '관전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엠넷미디어의 오지은 씨는 "그동안 가요 프로그램 투표를 좌지우지했던 것은 10대 소녀팬들 위력이었기 때문에 관계자들조차도 허각의 우승을 쉽게 점치지는 못했다"며 "문자투표는 성별을 구분할 수 없지만 준결승까지 결과와 인터넷 반응 등을 종합해볼 때 결승전에 남성이 많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존박에게 이어졌던 여성들의 뜨거운 지지로 볼 때 600만 관객을 넘긴 '꽃미남' 원빈 주연 영화 '아저씨'가 성공한 데 대한 평범한 아저씨들의 반감으로 해석하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원빈이 아저씨로 나온 영화 '아저씨'가 성공을 거두면서 평범한 아저씨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외모 지상주의'를 배격하며 허각을 위해 뭉쳤다는 것이다.

허각이 우승한 직후 트위터에서는 '허각 같은 인생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우승하는 거 보고 싶었다'(@berkeleymac), '허각이 나에게 큰 감동과 위로를 줬다. 어디서든 굴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자에게 기회는 분명 온다'(@suepd) 등 반응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이처럼 실력만으로 우승한 허각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최근까지 외교부 특채 논란 등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88만원 세대'는 슈퍼스타K에 표출시켰다. 허각이 보여준 인생 역전 드라마에서 이들 세대가 읽은 것은 대리만족이자 '공정한 사회'에 대한 작은 희망이었다.

황상민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두 사람 배경 자체가 한 사람은 외국에서 자랐고, 한 사람은 이 사회에서 '루저'라고 할 수도 있는 경제ㆍ사회적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흥미로운 대결이 이뤄졌다"면서 "20대들은 평범한 '나'와 여러 모로 닮은 허각을 지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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