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포상금제도 '돈값' 제대로 하고 있나

2010. 10. 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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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39개 부처서 336개나 운영… 법적근거 미약 등 갖가지 문제점

'신고 포상금', '성과성 포상금', '승소 포상금', '예산절약 상여금' ….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급하는 각종 포상금의 이름이다. 포상금이란 일반 국민 또는 공무원들이 특정인(또는 집단)의 불법적인 행위를 신고함으로써 정부로부터 받는 보상금를 말한다. 지급 대상에 따라 국민에게 지급하는 포상금은 신고 포상금이 있으며, 공무원들이 받는 포상금은 성과성 포상금, 승소 포상금 등이 있다.

정부 각 부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39개 정부 부처에서 총 336개의 각종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경우 ▲농촌진흥청(28개) ▲고용노동부(23개) ▲법무부(20개) 등이 많이 도입하고 있다. 포상금에 대한 예산도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포상금 예산규모는 2007년 165억원에서 2008년 168억원, 2009년 182억원, 2010년 199억원으로 늘고 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퉈 포상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행한 '2010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개요'에 따르면 2010년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해 6375억원이 포상금 명목으로 편성되어 있다.

정부와 지자체 경쟁적으로 도입

하지만 정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포상금 개수와 예산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포상금제도와 예산을 관리·담당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는 면밀한 검토 없이 경쟁적으로 포상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박수정 정책실장은 "행정기관의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손쉽게 포상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문제"라며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고용보험 부정수급자의 경우 아는 사람이 고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것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 노동부의 고유 업무"라고 말했다.

때문에 포상금과 관련해 갖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포상금 관련한 지급 기준과 금액, 범위 등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다. 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지침에 따르면 '보상금 및 포상금에 대한 지급 근거 및 지급 한도는 법령으로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며, 지급 방법 및 절차·금액 등은 하위규정(행정규칙)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신고 포상금의 경우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각 부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거나 자체 계획 또는 내부 규정 등에 근거해 시행하고 있는 포상금 제도가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박물관협력망 유공자 포상, 병무청의 모범사병 포상금, 보건복지부의 기초노령연금 유공자(기관) 등은 법적 근거가 없었으며, 농촌진흥청의 베스트강사(농촌진흥청 교육훈련 등에 관한 규정:농촌진흥청 훈령 제812호)와 법무부의 교정의날 현상공모(법무부 포상업무지침) 등은 내부 규정 또는 지침에 의해 시행하고 있다.

둘째, 일부 포상금은 집행 실적이 전무하는 등 유명무실한 포상금도 존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은닉재산 신고 포상금, 방송통신위원회·방위사업청의 예산낭비 신고 포상금, 법무부의 내부공익 신고 포상금과 부조리 신고 포상금, 산림청의 은닉재산 신고 포상금과 산림 내 불법행위 신고 포상금, 조달청의 공무원비리 신고자 포상금 등은 최근 집행 실적이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사업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목적 달성이 어려운 포상금은 정비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셋째, 포상금액이 본래 용도 이외에 쓰여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 또는 지자체가 포상금으로 예산편성을 해놓고, 포상금액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다. 정부 업무평가 보상금을 예로 들면 지난 2009년 정부 업무평가 포상금 예산액 24억원 중 8억원이 전용됐다. 전용금액 8억원 중 대부분은 총리실의 시설비와 자산취득비로 사용됐다.

집행실적 전무한 유명무실 포상금도

특히 각종 포상금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신고포상제도다. 우선 신고포상제가 이웃을 신뢰하지 못하고 하고, 사회적으로 감시를 조장하고, 불신풍조를 만연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방방재청에서 시행하는 비상구 폐쇄 등 신고포상제도의 경우 같은 아파트 아래·위층 사람들이 포상금을 노리고 신고하는 광경도 벌어진다. 원래 이 포상금 설립 목적은 대형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화재나 재난시 문제 발생을 우려해 이런 시설을 자진 철거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포상금을 노리는 전문 직업인 즉 신고 포상요원(일명 파파라치) 등이 생겨나고, 이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원이 생겨나는 것도 문제다. 파파라치의 양산은 예산의 낭비와 함께 신고 포상금의 기본 취지인 준법정신의 고양이라는 의미가 퇴색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신고포상제도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즉 민주시민이라면 불법적인 행위를 보면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라는 것. 이같은 주장의 기저에는 건강한 신고문화 정착을 통해 국민의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깔려 있다. 박흥식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민주화됐지만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책임과 역할은 하고 있지 않다"며 "포상금제도가 시민사회교육의 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신고포상제는 일종의 민간위탁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며 "정부가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없으니까 정부의 일을 민간에 나눠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 문화와 민주적 시민정신에 부합하는 포상금제도로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파라치를 막기 위해 우선 포상금의 액수를 줄이고, 상한액을 지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1인당 포상금 수급액 혹은 수급 회수의 제한 방안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 지자체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는 경우,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일정 기간 이상 둔 사람에 한해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전문적인 신고 포상요원 양산

포상금제도 논란과 관련해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교육을 통해 법과 제도에 순응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국민들이 지키면 손해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법과 제도는 하루 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법과 제도가 엄정하게 집행되는 문화도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목 교수는 "미국의 경우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으면 90% 이상 적발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사소한 것이라도 국민들이 지키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강한 공권력 집행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 포상금 문제를 지적한 김정 의원(미래희망연대)"정부 차원 전면적 조사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포상금은 무려 300여개가 넘는다. 이 많은 포상금을 제대로 관리하는 부처가 있나.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지적했지만 이를 총괄하는 부처나 법률이 없다. 또한 포상금이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정부 성과평가 보상금은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고, 전 부처에 관련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른 포상금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에도 각종 포상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자체 포상금의 경우 운용면에서 중앙부처보다 투명성이 덜 확보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중앙정부의 포상금은 그래도 관련 법령을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포상금은 상위규정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고, 또한 포상금이라고 명기하지 않지만 포상의 성격이 다분한 것들이 워낙 많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해외 포상여행 같은 경우도 포상금은 아니지만 실제 예산은 집행된다."

포상금 중에는 이름만 있지 아예 집행 실적이 '0'인 것도 있다. 이렇게 유명무실한 포상금은 아예 정리를 해야 하지 않나.

"몇 년간 집행이 없거나 아주 낮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 위원회같이 회의도 없고 아무 것도 안하면서 그냥 존속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한번 만들면 그래서 쉽게 폐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 논리는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있는 문제가 되는 곳, 즉 공무원으로는 모든 것을 적발할 수 없으니까 포상금제도를 운용한다는 논리인 것 같다.

"정부는 포상금을 주면 사람들이 공무원 대신 지켜주고 감시하고 적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참으로 안이한 생각이다. 가령 과거 도로교통과 관련해 '차파라치' 같은 것을 운영했다. 그런데 포상금을 주고 그것이 횟수나 금액에 제한이 없다보니 아예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정부가 최초에 의도한 것은 아닌지 몰라도 제도가 운영되면서 사람들이 그 맹점을 찾는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현재 운용되고 있는 포상금 중 신고 포상금에 대해 어떻게 보나.

"신고 포상금이라는 것이 정부 기관이 할 일을 일반 국민들이 대신하면서 행정비용을 줄이고 그 대신 그만큼의 행정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나 많은 신고포상금이 생기는 것이고, 또한 주변이나 이웃을 범죄자로 간주하게 되고 서로 간에 불신을 조장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신고 포상금이 없거나 낮아지면 금세 신고 자체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돈을 보고 신고하는 것이지 법을 지키자고 하는 마음에서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고 포상금을 노리는 전문직업인 일명 '파파라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고 포상금의 가장 큰 문제다. 신고 포상금을 운영하면 당장 전문적 직업적 성격의 신고꾼이 생긴다. 달리 경제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이런 신고꾼이 더 많을 수 있다. 정부가 신고 포상금을 많이 만드는 것은 그래서 문제다. "

각종 포상금제도에 대해 앞으로 개선책이 있다면.

"일단 포상금제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조사가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포상금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든지, 아니면 개별법을 근거에 두더라도 각 개별법에서 포상금에 관한 조항의 존재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법률 개정 등을 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보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고 포상금을 공무원이 받는 경우도 있었고, 부처에서 나누어 가지는 경우도 있고, 포상금 지급 절차도 거의 없고 그랬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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