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미러클' 두산, 믿을 수 없는 승리방정식
[OSEN=이상학 기자]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은 마치 2010년 가을 두산을 위해 나온 말처럼 보인다. 두산이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가을의 미러클을 이어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미러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몇 번이고 벼랑 끝에 몰리고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매달리고 일어섰다. 2010년 가을 두산의 야구다.
▲ 계속된 위기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롯데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1차전에서 9회 전준우에게 결승 홈런을 맞은 뒤 2차전에서 이대호에게 연장 10회 결승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두산은 1~2차전에서 각각 켈빈 히메네스와 김선우라는 원투펀치까지 써버린 상황이었다. 게다가 3차전부터는 사직 원정. 누가 보더라도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3차전도 시작부터 연속 안타 3개를 맞고 2점을 먼저 내주면서 녹다운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며 분위기를 타더니 2연패 후 3연승이라는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다. 1차전에서 두산은 다 잡아놓았던 승리를 8회 박한이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고 역전패했다. 필승 계투조 5명을 모두 소모한 상황이라 충격은 두 배였다. 이번만큼은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차전에서 히메네스의 역투로 반전의 기틀을 마련한 두산은 3차전에서 선발 김선우가 1회에만 3실점하며 조기강판되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무려 8명의 구원투수를 총동원하며 연장 11회 대역전승했다. 이 과정에서 흐름이 끊기는 장면이 수차례 반복됐지만 막판 집중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
▲ 무너진 핵심들
두산의 올해 페넌트레이스 투타 핵심이라면 단연 정재훈과 김현수였다. 정재훈은 양적으로 얇아진 두산 불펜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홀드왕에 올랐고 김현수는 부진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3할-20홈런-80타점이라는 중심타자의 기본 카테고리를 모두 채웠다. 그러나 그들이 포스트시즌에서 나란히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다. 정재훈이 결승포 3개 포함 피홈런만 4개나 맞고 심각한 내상을 입은 가운데 김현수도 22타수 2안타로 타율이 고작 9푼1리에 불과하다. 게다가 고영민마저도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투타의 핵심들이 모두 깊은 침체에 빠져있지만 두산은 이 공백마저도 기대이상으로 메워나가고 있다. 십시일반의 힘이다. 얇아진 불펜은 임태훈을 비롯해 레스 왈론드·고창성·이현승 등이 번갈아가며 메우고 있다. 매일 마운드에 출석 도장을 찍다시피하는 그들은 불평 하나 없이 마운드에 오른다. 김현수의 부진은 정수빈·임재철 등 대체자 이상의 선수들이 완전하게 지우고 있다. 고영민의 침묵은 오재원이 공수 양면에서 200% 만회하고 있다. 워낙 선수층이 두텁다 보니 큰 경기에서도 한두 선수에게 좌지우지되지 않는 것이 두산의 힘이다.
▲ 무서운 분위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산은 연장 11회초 2점을 먼저 내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11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오히려 3점을 몰아내며 9-8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에게 승운이 따라주는 듯하다. 선수들이 연장가면서 끝까지 뭉쳐있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2점을 먼저 내줘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을 다시 뒤집은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도 지금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3차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었던 '주장' 손시헌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손시헌은 "우리팀 선수들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참 좋은 경험을 했다. 지고 있어도 다급한 마음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남은 경기도 이기면 좋겠지만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선수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에 설령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후회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재원도 "팀 분위기가 한 번 졌다고 해서 와해되는 게 아니라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시련을 통해 더 강해진다고 한다. 개인이 아닌 팀도 마찬가지다. 팀워크의 스포츠라는 야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련을 통해 더 강해진 팀이자 더 강해질 팀. 그래서 한계를 모르고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앞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팀. 바로 2010년 가을 두산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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