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 매만지며 4, 5일 금단증세

2010. 10. 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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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한달 끊어보니…스마트폰 고비 넘기니 '풍요로운 삶' 보여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의 경이에 푹 빠졌던 직장인 박모(32)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스마트 단절기'를 체험했다. 이 경험은 놀라웠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순간 생활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손 안의 정보세상'에서 즐기던 것을 직접 몸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전까지 자신이 스마트폰을 애용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고 스마트폰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자각마저 들었다. 다시 스마트폰을 손에 쥔 그는 스마트폰을 지배하는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박씨의 스마트폰 끊기 전후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스마트폰은 꿈같은 신세계였다. 해외에서 써본 친구들은 입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고 국내에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출시하자 마자 구매한 아이폰은 일주일만에 내 생활을 바꿔놓았다. 바로 업무와 연동해 언제 어디서나 메일을 체크하고 인터넷을 사용했다.

재미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트위터와 게임을 시작하면서, 쉬는 날엔 하루 10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집에서 스마트폰은 컴퓨터 대신이었고, 친구를 만나거나 TV를 볼 때조차 게임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며 정신을 분산시켰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점심시간에, 또는 화장실에서 게임을 하기도 했다. 하루 2시간 정도는 트위터에 할애했다. 친구들과의 화제도 단연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친구는 모르는 소리만 끝도 없이 한다며 짜증을 내곤 했다.

그러던 내가 한달 동안 스마트폰을 끊었던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장기근속휴가를 받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묵었던 호텔을 포함해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이 거의 없었던 것.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부터 손이 근질근질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확인했지만 관광지에서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은 거의 없었다. 저녁 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프론트에 문의를 했는데 아뿔싸, 호텔마저 연결이 안 됐다.

이렇게 되자 여행을 떠나는 날까지 애지중지 관리하던 게임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됐다. 가축을 돌보고 곡물을 키우기를 하루라도 소홀히 하면 내 등급이 오르지 않는데…. 갑자기 왜 그렇게 한국 소식은 궁금한지, 뉴스도 보고 싶고 메시지도 보내고 싶었다.

다음 날도 관광을 하는 틈틈이 카페 등에서 와이파이를 확인했다. 접속불능에 속은 바짝바짝 타올랐다.

스마트폰 차단 3일째. 타오를 듯한 조급증은 약간 가라앉았다. 그래도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스마트폰 액정을 쓰다듬었다.

'금단증상'은 4, 5일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체념하고 나자 갑자기 스마트폰 속의 세상이 아닌 현실의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더 이상 게임이나 뉴스, 채팅 등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 그제서야 함께 여행을 간 가족과 편한 심정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손 안의 작은 화면 대신 주변 경치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주간의 유럽 여행 직후 남은 휴가를 이용해 다시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도는 유럽에 비하면 와이파이 환경이 훨씬 좋았지만 이번엔 별로 쓰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올레길에 삼삼오오 주저 앉아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있는 여행객들을 보았을 때는 '저 사람들이 제주도까지 와서는 왜 저러고 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들었다. 올레길을 걸으며 여유를 즐기는 이 묘미를 왜 즐기지 않는 걸까?

남은 휴가기간 내내 스마트폰을 거의 쓰지 않았다. 대신 많이 걸어다녔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좋았다. 스마트폰을 끄고 다닌 한달 동안 스마트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세상과 나를 연결해 준다고 믿었던 스마트폰이 오히려 사람들과의 관계를 방해하기도 했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스마트폰에 내가 종속돼 있었다는 느낌도 들었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직장에 나가면서 스마트폰을 다시 손에 쥐었지만 사용시간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의식적으로 사용을 줄였고 내가 정해놓은 용도로만 사용한다. 내 만능 장난감은 '조금 기능이 많은 전화'로 돌아왔다. TV를 보든, 친구를 만나든, 책을 읽든 늘 가까이 있으면서 내 정신의 일부를 점령해온 스마트폰을 이제는 주말에 한두 시간 이용하는 정도로만 즐긴다. 대신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난다. 스마트폰 없이. 내 오락은 23단계에서 다 죽었지만 내 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스마트폰 중독 체크리스트 10

다음 항목 중 4~7개에 해당하면 스마트폰 중독 초기, 8개 이상일 경우 이미 심각한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1.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뒷목이 당기거나 손이 찌릿한 경우가 있다.2. 다른 IT 제품을 다룰 때 나도 모르게 터치를 하게 된다.3.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놓거나 아예 손에 쥐고 잠을 잔다.4.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뉴스 혹은 트위터를 확인한다.5. 화장실에 갈 때는 아무리 급해도 꼭 스마트폰을 챙긴다.6. 컴퓨터로 웹서핑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웹서핑하는 것이 더 좋다.7. 내가 있는 공간에서는 언제나 충전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놓는다.8. Wi-fi가 되지 않는 지역에 오래 있는 것은 스트레스다.9. 무료라고 해서 받아놓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앱이 한 페이지가 넘는다.10. 궁금한 것이 있으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한다. 도움말: 고도일 고도일 병원장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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