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속에 피어난 인간승리의 주역, 여자복싱 김주희

2010. 9. 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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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 같다"고 김주희는 말했다. 김주희가 세계 여자권투 4대 기구 통합 챔피언에 오른 감동의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 프로복싱의 간판이 된 24세 김주희 선수의 부은 눈에 사람들은 박수와 눈물을 보냈다. 단지 그녀가 6개 타이틀을 석권한 세계 유일의 여성 복서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굴곡과 고난이 함께 했던 시기를 딛고 마침내 얻어진 소중한 땀의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최근 '공정사회'를 운운하며 정재계 안팎으로 쇄신을 촉구했으나 드러난 것은 청문회 파동, 외교부 특채 비리를 비롯한 갖가지 의혹뿐이었다. 연예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더했다. 원정도박 파문과 거짓말 논란을 일으킨 신정환, 병역기피 의혹으로 불구속입건을 앞두고 있는 MC몽,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본 것 같다던 태진아-이루 부자와 작사가 최희진 사건, 조작인지 실제인지 여전히 공방 중인 이른바 '4억 명품녀' 사건. 심지어 '4억 명품녀'는 김주희 선수와 같은 나이다. 드라마보다도 더한 막장드라마같은 일들이 바로 우리 옆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눈을 감고 귀를 닫아도 들리는 불쾌한 소식들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러한 사건 속에 전해든 김주희 선수의 스토리는 대중의 눈과 귀를 정화시켜준 이야기임에 분명했다.

김주희는 12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주제스 나가와(23·필리핀)와의 라이트플라이급 4개 기구 통합 타이틀 방어전에서 2대0의 판정승을 거뒀다. 두 번의 세계 타이틀을 반납한 뒤 거둔 값진 승리였기에 그녀의 기쁨은 감출 수 없었다. 난타전을 방불케했던 이번 시합의 승리로 김주희는 4개의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게 됐다. 6개 기구 타이틀을 석권한 세계 유일의 여성 복서이기도 했다.

2005년 여자복싱 최연소 세계챔피언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6개 타이틀을 석권한 세계 유일의 여성 복서가 되기까지 김주희는 사연도 많았다.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 충격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뒤로 하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이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연습장을 찾은 김주희는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희소식이 들리다가도 그녀는 이내 악재속에 내던져졌다. 2006년 11월 엄지발가락 골수염으로 발가락 뼈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 더이상의 선수생활은 무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때문에 방어전을 치르지 못했던 김주희는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타이틀을 반납했다. 수술 9개월 뒤 그녀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 2007년 8월 사쿠라다 유키를 TKO로 꺽고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여자복싱의 열악한 환경은 그녀에게 또 다시 챔피언 벨트를 반납하게 했다. 방어전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는 포기를 몰랐다. 2008년 6월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라이트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KO승으로 다시 한 번 여자복싱계에 이름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에는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여자국제복싱연맹(WIBF), 세계복싱연합(GBU) 3개 기구 통합 타이틀전에서 승리를 거머쥔 데 이어 세계복싱연맹(WBF) 챔피언 결정전이 걸린 이번 경기를 통해 6개 기구 타이틀을 석권하게 됐다.

이날의 경기도 늘 그렇듯 투혼이었다. 발가락 수술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연습에 임했던 5년, 재기 불능이라는 청천벽력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간들, 스물넷의 앳된 얼굴이 점점 알아볼 수 없을 양의 피멍과 붓기로 뒤덮이는 동안 보여준 집념. 그녀가 보여준 이 한 편의 드라마는 진짜였다. 거짓으로 거짓을 만들고, 원치 않는 일이라면 피하기 위해 기를 쓰고, 애초에 없었던 사실을 있었던 것처럼 포장하고, 노력없이 그럴듯한 결과를 움켜지며 피나는 노력으로 사는 이들을 좌절케하는 현실인 것이 요즘이다. 아무리 현실속에 막장 드라마가 판을 쳐도 공정사회 이면엔 비리와 의혹뿐인 현실인 것이 진실일지라도 김주희가 보여준 인간 승리 드라마는 보는 이들의 허기를 그나마 채워주었다. 김주희의 것이 진짜 드라마였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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