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직도 연령제한 안돼"..'나이 장벽' 깨진다

임아영 기자 2010. 9. 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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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30세 이하 응시 규정은 차별" 헌재에 의견서민간기업 이어 특정 공무원까지 사회전반 확산 조짐

연공서열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늘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연령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대부분 민간기업에서 취업 시 연령제한 규정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특정 직종에선 공공연히 취업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특수직 공무원 등에 대해서도 나이 제한을 철폐하라고 잇따라 권고하면서, 연령 제한의 두꺼운 장벽은 마지막 도전에 직면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일 "경찰·소방공무원 선발시험 응시연령을 30세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차별로 판단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냈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방재청은 "위계질서가 중요한 조직이라 나이가 적은 사람이 상급자로 있게 되면 질서를 유지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나이 제한을 유지해왔다. 인권위는 경찰청과 소방방재청에 5차례 연령제한 폐지를 권고했으나 두 기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을 지원하는 백모씨 등 5명은 지난 5월 "순경 공채시험 나이제한(18~30세)과 소방사·지방소방사 공채 연령제한(21~30세)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 정부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가정보원도 만 31세 이상은 7급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민간기업의 경우 지난해 3월 연령차별금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취업연령 제한규정이 대부분 사라졌다. 지난 2월 강원 춘천에 사는 최모씨(73)는 12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한 아파트에서 파견업체가 바뀌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최씨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자 업체는 연장근무에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에서 납품 운전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 38세 응시자가 서류 접수를 거부당하자 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인권위는 차별로 판단하고 재발방지를 권고했으며 업체는 이를 수용했다.

민간기업이 인권위의 시정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부가 시정명령이나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부 특수직 공무원에 대해선 일반 노동자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는 상태다.

인권위는 그동안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취업연령 제한을 없애라고 권고해왔다. 나이 제한규정은 차별이라는 것이 인권위의 일관된 판단이다. 지난 7월에도 KBS의 개그맨 공채와 관련해 30세 이하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없애도록 권고했다. KBS는 "연예인 데뷔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에서 30세를 넘어 합격한 사람이 몇 년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신인으로 방송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지만, 인권위는 "신인 개그맨으로서의 능력을 연령에 의해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제 영세기업을 제외한 중소 규모 이상 기업 중에선 채용에 연령 제한을 두는 곳이 거의 없다"면서 "취업연령 차별이 잘못됐다는 인식은 많이 확산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임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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