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대권주자'정운찬, 10개월만에 빈 손으로 떠나다

2010. 7. 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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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취임 10달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퇴진을 요구한 것도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지만 1년도 못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허전해 보였다.

10달 전, 정 총리는 스타였다. 본인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대외적으로 알려진 직함이라고는 서울대 총장 이력이 거의 유일했던 정 총리는 2008년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에 하차했지만 정치권에서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베일에 가려져 신비감으로 가득했던 이 은둔형 스타는 지난해 9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명박 행정부의 두번째 총리로 화려하게 정치 일선에 등장했다.

깨끗한 이미지에 학자적 품성이 돋보인 정 총리의 입각은 의외였다. 이명박 정부와도 대립각을 세워왔다. 하지만 그가 입각하면서 이 대통령이 늘 입에 달고 살던 '친서민 중도실용'을 실현할 적임자로 꼽혔다. 정 총리는 일순간 박근혜, 정몽준과 함께 차기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도약했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선택, 이제 남은 건 그의 활약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 무대에서 정 총리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만주에서 인체실험을 하던 부대였던 731부대를 "항일독립부대"라고 대답하는 등 그의 '합리적인 학자'이미지를 깎아먹는 말실수가 잇따랐다.

'세종시 수정안'은 결정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충청도 출신 정 총리는 충청도민을 직접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고향을 팔아먹는다"는 싸늘한 반응이었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세종시는 불합리하다"던 그의 주장과 달리 세종시는 곧 정치적 격랑에 휩싸였다.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해결에 명예를 걸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라는 정치거목 앞에 가로막혔다. 당내 뚜렷한 기반이 없었던 정 총리에겐 박 전 대표는 버거운 상대였다. 정 총리가 "정치를 모른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친박계 의원들도 반대를 하면서 세종시 관련법은 국회에서 표류했다.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출범해 '플러스 알파(+α)'를 내놓았지만 여론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았다. 세종시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정 총리도 길을 잃었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은 너무 험난했다"는 정 총리의 말은 그의 고충을 잘 대변한다. 용산 사태와 천안함 침몰 등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대형 악재에 대처하기에도 바빴다. 그가 꿈꾸던 교육 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등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사이 '정운찬'하면 떠오르던 '경제학자', '겸손한 인재' 등의 긍정적 이미지는 사라지고 오로지 '실패한 세종시 총리'만 남았다. 변변히 이루어낸 성과 없이 첨예한 갈등만 불러일으킨 총리란 낙인은 정 총리에겐 너무 아픈 상처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면서 정 전 총리의 사퇴는 기정사실화 됐다. 다만 시기가 문제였다. 세종시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여론이 표로 나타나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출구전략'을 모색했다. 정 총리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대통령의 부담을 덜고자 고심했다.

7.28재보선에서 뜻밖의 승리로 한껏 분위기가 들떠 있는 지금이 정 총리로서는 조용히 퇴진할 적기였다. 정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지금이 국가의 책임 있는 공복으로서 사임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김우영 기자/kw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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