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뚫려도 지하철 호재에도 집값 하락

2010. 7. 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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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투자하면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은 부동산 투자 격언 중 하나다.

2005년 1월 전철이 개통됐던 천안시 아파트 값은 1년 만에 9.52% 올랐다. 경의선이 지나가는 행신동만 하더라도 2006년 한 해 집값 상승률이 34.2%에 달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서울~용인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29일 신분당선 연장이라는 더블 교통망 프리미엄까지 겹친 서용인 일대 집값은 오히려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신음하고 있다. 이달 말 제2자유로 개통이라는 큰 교통 호재가 있는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도 거래가 '뚝' 끊긴 채 전세마저 넘쳐나고 있을 정도다. 교통망 확충 프리미엄에 투자하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29일 공사에 들어간 신분당선 연장(정자~광교)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은 성남시 정자동에서 수원시 이의동까지 12.8㎞를 복선전철로 잇는 사업이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통되면 광교에서 강남까지 30분대에 접근이 가능해 용인시 노선 중간 지역인 서용인 일대는 서울 근접성이 획기적으로 나아진다.

하지만 예전과 같이 착공을 앞두고 집값이 들썩거리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신분당선 연장 구간 6개 역사 중 4개 역(가칭 동천역 수지구청역 성복역 신대역 등 SB1~4)이 집중된 용인시 수지구는 올해 상반기 아파트 거래 건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20.6%나 급감했다.

같은 시기에 경기도가 9만7314건에서 9만4933건으로 2.4% 감소한 데 비해서도 거래 위축이 오히려 두드러진 셈.

신분당선 연장 후광에 이어 지난해 개통된 서울~용인고속도로 수혜까지 받고 있는 성복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SB3'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서울~용인고속도로 근접성이 뛰어난 성복동 성동마을 강남빌리지 전용 134㎡도 올해 초 평균 5억5000만원을 호가했지만 현재 4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입주가 시작된 성복자이 등 새 아파트들은 중형이 3000만~5000만원, 대형이 7000만~1억원 정도 분양가보다 싸게 나와 있다.

경기 북부권도 상황은 마찬가지. 31일 제2자유로 조기 개통이 예정된 파주시 일대.

현재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주민들은 서울로 진입하기 위해 자유로 문발IC를 주로 이용하고 있으나 제2자유로가 개통되면 주행 거리가 10㎞ 정도 짧아져 서울 진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10~15분 정도 단축된다. 그러나 집값은 도로 공사에 들어간 2007년 이후 현재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4분기 파주시 아파트 3.3㎡당 매매가는 765만원에서 2010년 2분기 현재 721만원으로 떨어졌다.

교통망 확장이 집값 프리미엄 보증 수표로서 가치가 사라지게 된 건 공급 과잉 시기에 교통망 신설만 믿고 한 지역에 분양을 집중시켰던 건설사 측 '자업자득'이다. 제2자유로 착공 직후인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파주 운정신도시에 분양된 아파트는 총 4만가구에 이른다. 용인 성복, 수지 일대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용인 성복ㆍ수지ㆍ흥덕 일대에서는 2007년 1만3500가구, 2008년 1만1000여 가구, 2009년 1188가구, 올해도 4050가구가 공급됐다.

매년 1만가구가 넘는 대단위 물량이 용인과 파주에 집중됐고 결국 3~4년 후 '입주대란'으로 대가를 치르게 됐다.

건설사들은 당시 주변 시세 대비 15~20% 이상 웃도는 고분양가를 책정해 분양하면서 '제2자유로 개통과 경의선 개통으로 서울까지 30~40분 안에 진입' 등을 최대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은 "용인에서는 올해만 1만4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인데 신분당선 연장 구간인 동천ㆍ신봉ㆍ성복동 일대에만 8800가구가 몰려 있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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