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논란' 비, 지난 3년 간 뭐했나?

2010. 7. 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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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먹튀'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수 비(본명 정지훈)에 대한 논란이 가시질 않고 있다. 월드스타로 한창 인기를 얻던 그가 갑자기 투자자들로부터 배임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그가 최대주주로 있던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이하 제이튠) 지분을 전량 매각했기 때문.

 그저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이 소식이 투자자들을 들끓게 한 건, 비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나친 애정(?) 때문 만으로 보기엔 미심쩍은 부분들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비의 주변 상황들은 비의 지분 매각을 놓고 갖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설사 비 자신이 순수한 목적으로 지분을 매각했다고 해도 말이다.

 ◇ 회사는 계속 적자인데 비는 200억원대 챙겨?

 비가 때아닌 논란에 휩싸이게 된 건 지난 9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이튠 주식 350만7230주를 전량 매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사실상 '비를 위한 회사'로 보여졌던 제이튠에서 순식간에 비가 사라졌다. '앙코빠진 찐빵'이란 표현처럼 더 이상 '비의 회사'에 비는 없었다.

 그의 행동에 대한 성실신의에 대한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그의 행동이 비난받고 있는 건 자신을 믿고 제이튠이라는 적자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결국 큰 손실을 보게 됐다는 사실이다. 한때 2만6700원까지 올라갔던 제이튠 주가는 순식간에 200원대로 추락, 제이튠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겐 순식간에 휴지조각만 남게 됐다.

 외형상으로는 비도 34개월 만에 20억원의 손실을 입으며 '주식 쪽박'을 찬 것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니 비의 비자금(?)은 따로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는 2007년 10월 세이텍(현 제이튠)을 인수하면서 4년 전속계약 대가로 150억원을 받기로 했다. 용역비는 매년 41억원 규모. 제이튠은 이 같은 전속계약 내용을 공시하지 않다가 2008년 6월 감사보고서에서야 뒤늦게 이 사실을 밝혔다.

 이 계약대로라면 비는 지난 2010년 3월까지 총 232억원을 챙겼으며 이번 회계연도에 받을 돈까지 포함하면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지난 3년 간 전체 매출액은 194억원에 불과하다. 매출보다도 많은 돈을 비 혼자서 가져간 셈.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제이튠은 2007년 10월~2010년 3월까지 약 1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회사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동안 비는 적자 규모보다도 많은 돈을 받아간 셈이다.

 겉으로는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적잖은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비가 실제론 이보다 많은 금액을 꼬박꼬박 챙겨갔을 것이라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비는 지분을 전량 처분하기 불과 한 달 전인 6월 초에도 1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어 15억원 어치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발행하며 자금을 증권시장에서 조달했다. 지분을 줄이면서 증자에 나선 그의 행보도 갖가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수많은 계열사들…적자에 또 적자

 비에 대한 논란은 단지 제이튠이라는 회사 자체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제이튠 외에도 제이튠크리에이티브, 제이튠캠프 등 다양한 회사들을 설립하고 해산, 이 과정에서 '돈 세탁'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비는 지난 2008년 2월 패션업체 제이튠크리에이티브를 설립했다. 제이튠은 제이튠크리에이티브에 15억원을 투자했고 비도 9억5000만원을 투자하며 27.1%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 회사에서 비는 모델로 활동하면서 수십 억대의 모델료와 계약금을 받은 후 이를 지분으로 바꾸며 최대주주로 등극,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된 적이 있다. 회사가 2008년 7월부터 1년 동안 판매비 등으로 1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는 동안 비는 자신의 회사에서 버젓이 20억원의 광고비를 받아나갔다.

 지난 4월 제이튠크리에이티브의 한 투자자는 "비를 포함한 주주 7명이 제이튠크리에이티브 설립 과정에서 주식 납입금 25억원을 가장 납입하고 상업등기부에 등재했으며 비에 대한 모델료 명목으로 20억원을 횡령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투자를 유인한 후 투자금을 빼돌리고 단기간에 회사를 폐업하는 금융사기·횡령 배임사건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08년 10월 설립된 연예 매니지먼트업체 제이튠캠프도 논란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제이튠엔터의 퇴직 직원들이 만든 회사다. 적자에 시달리던 제이튠엔터가 인력감축을 시작하면서 매니지먼트 사업부 인원들을 정리했고 이들 중 일부가 제이튠캠프를 설립했다.

 제이튠캠프는 제이튠과 계약을 맺고 가수 비와 탤런트 연정훈씨의 매니지먼트를 대행해주는 등 제이튠의 연예사업을 아웃소싱했다.

 얼핏 보면 비와 큰 연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이 회사는 사실상 비의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제이튠캠프의 주주명단에 비의 아버지인 정기춘씨의 이름이 올라와 있기 때문.

 또 비의 매니저 구태원씨가 제이튠캠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제이튠캠프의 소속 가수인 그룹 엠블랙 멤버들도 비를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실상 제이튠캠프는 비의 소유인 셈.

 이에 소액주주들은 비가 제이튠캠프를 설립한 뒤 운영비 등을 제이튠엔터로 전가시킨 것 아니냐며 재무제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제이튠는 지난해 자본금 5000만원 규모의 제이튠퍼스트를 설립했다가 같은 해 해산시켰으며 비 아버지는 레이니 엔테터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앞서 하얀세상이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해 비가 최대주주로 있고 그의 아버지가 이사를 맡기도 했다.

 제이튠을 둘러싸고 수많은 계열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없어지면서 이 과정에서 '돈세탁'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 비의 제이튠엔터 경영참여 여부가 관건

 소액주주들은 비의 행동을 놓고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배임죄 혐의여부를 수사해달라는 청원글을 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에 대한 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죄가 성립되려면 비가 제이튠의 경영에 참여했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비가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이튠의 예산 사용에 관여한 만큼 매출액에 비해 비용이 높은, 즉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느냐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기 때문이다.

 제이튠 측은 비의 경영참여 사실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비가 소속 연예인일 뿐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 12일 제이튠이 공시한 바에 따르면 비는 당시 제이튠의 대표이사였던 홍재화와 계약을 체결, 회사 주식과 경영권을 양수했다. 인수 목적은 경영권 취득이다.

 제이튠의 주장대로 비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날 공시는 허위 공시가 돼 소액주주들을 의도적으로 속인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다만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해도 이는 경영진들에게만 혐의가 씌워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은 또 제이튠의 현 대표 조동원씨가 과거 비의 매니저였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씨는 지난 2007년 10월 전 대표로부터 경영권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한 소액주주는 "비가 외형상으로는 이사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전 매니저였던 조 대표를 이사로 선임함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경영권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의 경영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뉴스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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