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고·대영중 90여명 일제고사 거부
[한겨레] 영등포고 "모두 치렀다" 허위보고…교육청, 감사 착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치러진 13~14일 서울 지역 중·고교 두 곳에서 모두 90여명의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시험을 거부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이 가운데 한 학교는 애초 '모든 학생이 정상적으로 시험을 쳤지만, 일부 답안지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허위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돼 14일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3일 영등포고 2학년의 한 반 학생들은 1교시 시험을 치르기에 앞서 담임 교사에게 "일제고사를 반드시 치러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담임 교사는 "시험을 치르지 않을 수는 있지만, 대신 대체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이 반 학생 30여명 모두는 1교시부터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옆 반 학생들도 2교시 시험에 앞서 담임 교사에게 같은 질문을 했고, 해당 교사 역시 비슷한 내용의 답변을 했다. 이에 따라 이 반 학생 32명 가운데 15명은 2교시부터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담임 교사는 "학교 차원에서 별다른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았던 터라,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들에게 '일제고사와 기타 정기적인 시험에 대한 평소 의견'을 주제로 한 논술문을 작성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문제의 2개 반뿐 아니라 다른 반에서도 몇몇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않아, 이 학교 2학년 10개반 가운데 응시 대상 인원보다 답안지가 적게 제출된 반이 모두 6개반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학교 쪽이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렀다고 허위보고를 한 이유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이틀째인 14일엔 대영중에서 학생 32명이 시험 치르기를 거부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13일엔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렀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언론보도 등으로)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안 일부 학생들이 1교시 시작 전에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나서자, 꽤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따라나서면서 혼란이 빚어졌다"며 "교사들의 설득으로 일부 학생들은 교실로 돌아가 시험을 치렀지만, 끝까지 남은 학생들은 도서실에 모여 독서를 하는 등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1교시 때 40명가량의 학생이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했으나 교사들의 설득으로 2명만 응시하지 않았고, 2교시 때는 60여명의 학생이 모였다가 최종적으로 32명이 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시교육청이 일제고사와 관련해 지난 12일 오후 일선 학교에 '시험을 거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적 차원에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듯한 공문을 이튿날 이른 아침 다시 내보내면서 혼선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관계자는 "영등포고와 대영중을 빼고도 지금까지 확인한 것만 6개 학교에서 70여명의 학생들이 등교 뒤 시험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교과부의 강경한 방침에 시교육청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일선 학교에선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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