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영화 '이끼' 세트장, 실제 농부들이 농작물도 길러

2010. 7. 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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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나오는 마을을 실제로 만들어라!'영화 '이끼'(감독 강우석)의 제작팀과 미술팀에 '미션 임파서블'이 떨어졌다.윤태호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주인공 유해국(박해일)이 폐쇄된 마을에 들어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30년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마을.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장(정재영)집이 마치 군주의 성처럼 마을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이 사는 것처럼 완벽한 마을을 만들어야만 했고, 내부 촬영이 가능한 오픈 세트로 지어야 했다.

'이끼'의 세트의 실무를 담당한 이태훈 미술감독은 "7개월 동안 한 마을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총 제작비는 10억원.

최우선 과제는 적당한 부지를 찾는 것이었다. 산이 감싸고 있는 이 마을은 실개천이 중앙으로 흐르고 초입에는 작은 가게, 언덕길을 따라 마을회관과 이장집, 류해국의 아버지인 류목형의 집이 위치한다.

이 감독은 "산세가 좋은 강원도를 샅샅이 훑고 다녔다. 가장 유력하게 뽑힌 건 강원도 평창이었는데, 산이 높아 깊이감은 있었지만 마을을 형성하기에는 너무 컸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무주군청에서 2013년 완공예정인 태권도 공원 조성부지 2만평을 무상 제공하기로 하면서 가닥이 잡혔다. 지반을 닦고 길을 내는 등 토목 공사에 든 비용이 1억5000만원. 이 공사 덕분에 5t 트럭이 드나들 수 있게 됐다.

"가장 어려운 작업은 이장집이었다. 7개월 내내 작업을 했는데, 이장집을 받치고 있는 산이 너무 낮아 8m가량을 높였다. 여기 들어간 흙이 5t 트럭으로 80여대 분량이다. 만드는 중 비가 많이 와서 일부분이 주저 앉아 다시 세우기도 했다."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만화보다 더 많은 집을 지었다. 곡물창고와 축사 등 10여 채가 지어졌다. 한 마을을 만들었지만 워낙 입구가 좁아 배우와 스태프들이 지나치기 일쑤였다고. 박민욱 검사 역의 유준상은 인터뷰에서 "입구가 너무 좁아서 매일 가는 촬영장인데도 길을 못 찾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건 마을의 농작물까지 실제로 심었다는 점. 8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갔는데 그때 가장 많이 열려있을 만한 농작물을 심었다. 배추·메밀·오이·고추·옥수수를 길렀다. 세트장에 농작물을 전담하는 농부 4명이 상주했다.

"농부들이 있지만 스태프들도 신경을 써야했다. 세트를 만드는 틈틈이 물을 주곤 했는데, 수도 시설이 없어 냇가의 물을 길어다가 농작물에 줬다."

힘든 농사였지만 그렇게 길러진 오이는 촬영때 배우와 스태프들의 갈증을 씻어줬다.

정성과 공을 들인 마을이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권도 공원 공사 일정 때문에 영화 촬영 후 철거했다. 강우석 감독은 "공사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마음은 아팠다"고 아쉬워했다. 이 마을은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이끼' 속에서만 볼 수 있다.

<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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