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이슈why] 뮤지컬 '아이돌 캐스팅', 이벤트 장사인가 새 돌파구인가

입력 2010. 6. 26. 13:20 수정 2010. 6. 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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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아이돌 캐스팅하면 잘 돼죠. 그런데 스타 마케팅으로 단기간 수익을 얻는 것은 너무 싸구려 해결책 아닙니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뮤지컬계의 아이돌 스타 캐스팅이 올해 정점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도나도 스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어 일각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아이돌 1세대인 그룹 핑클의 옥주현과 SES의 최성희(바다)가 뛰어난 연기력과 티켓 파워를 과시하며 성공적인 안착을 한 이후 속속히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뮤지컬에 도전한 TV 스타들은 줄잡아 4,50명에 이른다.

최근 그룹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모차르트), '빅뱅'의 대성(캣츠)과 승리(샤우팅) 유노윤호(궁), '소녀시대'의 제시카(금발이 너무해), 태연(태양의 노래), 슈퍼주니어의 성민과 예성(홍길동) 등이 뮤지컬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며 무대에 올랐다.

◇ 아이돌 가수들, 왜 뮤지컬에 눈을 돌리나

지난 16일,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궁'의 제작발표회장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몰렸다. 주인공을 출연하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다. 시상식 이외는 여느 뮤지컬 행사에서 찾아보기 접하기 힘든 환호와 응원의 함성이 들끓었다. 국내 팬 뿐 아니라 외국 팬들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아이돌 스타들은 늘 열성팬들을 몰고 다닌다. 이는 곧 티켓 파워와 연결된다. 아이돌 스타들이 뮤지컬계에서 잇따른 러브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소녀시대 태연이 출연한 '태양의 노래'와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출연한 '모차르트'는 티켓 오픈때부터 예매 사이트 서버가 다운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아이돌 스타의 출연은 마케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홍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공연계에서는 작품성보다 마케팅의 일원으로 아이돌 스타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아이돌 스타의 독자적인 활동 방향도 이 같은 흐름과 맞물린다. 단일 활동을 하던 과거와는 달리, 한 그룹 내에서도 각자의 개성과 재능에 따라 독자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TV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MC 등의 영역에 보폭을 넓히며 활동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뮤지컬 출연 또한 새로운 도전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그룹의 멤버로서가 아닌 개인의 이름을 내걸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자기 브랜드의 재발견이기도 하다. 팬들에게 도전에 대한 새로움을 줄 수 있다는 점과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기 파워에 대한 욕심 또한 큰 몫으로 작용한다. 즉, 제작사와 가수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다.

◇ 일종의 이벤트 일뿐…장기적인 뮤지컬 성장에 도움 안돼

뮤지컬 스타 박해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 데뷔에 대해 "그것은 제대로 된 뮤지컬 작품이 아닌 이벤트 장사"라며 "아이돌이 주가 되는 뮤지컬 무대는 그 인물에 대해서 환호하는 것이다. 그 매체가 뮤지컬이 됐건 아이돌을 사랑하는 사람은 상관없이 그 장소를 찾을 것이기에 순수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경기 불황으로 침체된 공연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뿐 아니라 뮤지컬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술성과 상업성이 적절히 균형을 맞추어야할 뮤지컬이 점차 단순히 상업적인 측면의 전략만을 즐기고 있다는 시선이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작품성보다는 팬덤에 따라 작품이 좌지우지 되는 양상은 좋은 작품 만들기보다 인기 많은 아이돌 캐스팅에 열을 올리는 데에 집중돼 결국 제 살 깎아먹기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뮤지컬 마니아 김 모씨(36)은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공연을 보러 갔는데 무대에 그가 등장할 때마자 여기저기서 시도 때도 없이 환호성을 질러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며 "연기력도 실망이었지만 열성적인 일부 팬들의 응원소리가 더 거슬렸다"고 말했다.

또한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했다가 연기력 논란에 본전도 못 찾은 스타들도 있다. 또한 바쁜 스케쥴로 인해 연습 시간에 참석하지 못해 동료 배우들과 연출진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때문에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스케쥴 조율에 대한 부분이다.

모든 작품이 아이돌 스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워낙 높은 음역대를 가진 노래가 많아 일반 연예인은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고, 100년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중근 의사의 내면적인 고뇌와 인간적인 면모를 그린 뮤지컬 '영웅'은 작품 이미지에 걸맞게 애초 아이돌 스타의 캐스팅과는 거리가 멀었다.

◇ 제2의 옥주현, 바다를 꿈꾸며…1%의 가능성을 믿는 스타들

뮤지컬계의 아이돌 스타 캐스팅은 일종의 트랜드일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이돌 스타 마케팅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일각에서는 '아이돌 가수가 없으면 투자를 안하겠다'는 경우가 있을 만큼 투자를 받아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아이돌 스타 만한 대안이 없다.

아이돌 그룹 출신 옥주현은 "처음에는 나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팬들이 점차 다른 뮤지컬에도 관심을 보이더라"며 "내가 나오지 않더라도 공연을 즐기는 팬들을 보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어린 관객들이 호기심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가 조금씩 뮤지컬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큰 뮤지컬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사 쪽도 고민은 많다. 무엇보다 될 만한 인재를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한 관계자는 "뮤지컬이 붐인 만큼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가 충분히 연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 안좋은 평가를 받아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며 "노래 뿐 아니라 연기도 해야 되고 감정까지 전달해야하는 만큼 선뜻 출연한다고 했다가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아준수는 '모차르트'로 지난달 열린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신인상과 인기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뮤지컬 연습을 들어갈 때 다른 스케쥴을 철저히 배제한 채 뮤지컬 연습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작품의 주제가 '음악가'라는 점에 있어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남달랐다는 평이다.

아이돌 가수에서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수많은 가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스타 마케팅을 벌이는 제작사들은 단 1%의 가능성을 믿는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WE+]는 Weekend와 Entertainment의 합성으로, 세계닷컴이 만든 '격주말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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