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감상하는 모나리자

2010. 1.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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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명화 속 과학체험전' 3월1일까지 열려

"어? 벌써 끝났어? 아쉽다."

겨울방학을 맞아 엄마 손에 이끌려 '미술관'을 찾은 조은찬(9)군과 조은빈(8)군 형제는 1시간이 넘는 관람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잘 모르는 세계적 명화들의 비밀을 아이들이 온몸으로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기획전시가 열렸다. 한겨레신문사와 에스비에스(SBS)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이 주관하는 '명화 속 과학체험전-모나리자의 비밀을 찾아라!'가 바로 그것이다.

미션북을 받아들고 전시실에 들어선 은찬이와 은빈이를 처음 맞이한 작품은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섞을수록 색이 혼탁해진다는 사실로 고민하던 쇠라가, 물감을 섞지 않고 수많은 점들을 찍어 청명한 일요일 오후의 풍경을 그려 낸 작품이다. 당시 쇠라는 작은 점들이 뇌에서 하나의 혼합된 색채의 덩어리로 보인다는 과학적 원리를 자신의 작품에 응용했다. 이번 기획전시에선 쇠라의 작품을 첨단기술로 다시 한 번 재현해 냈다. 커다란 텔레비전을 통해 점이 흩뿌려지면서 한 폭의 풍경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 쭈뼛거리던 은찬이와 은빈이의 긴장을 풀어준 건 피터르 몬드리안의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 작품 전시다. 은찬이와 은빈이는 퍼즐 맞추듯 몬드리안 작품을 '갖고 놀' 수 있었다. 몬드리안은 오랜 나뭇가지 습작을 통해 '부분이 전체를 닮아간다'는 프랙털 이론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했다. 아이들은 '프랙털 이론'이 뭔지 잘 몰랐지만, 놀이를 통해 몬드리안의 작품에 흠뻑 빠져들었다.

명화를 갖고 놀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주어졌다. 파울 클레의 <고양이와 새>의 비밀을 풀어보기도 하고,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채소 재배자>를 직접 돌려보며 까르르 웃기도 했다. 얀 페르메이르가 '카메라 오브스쿠라'(어둠상자)를 통해 그린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같은 방식으로 직접 그려보기도 했다. 은찬이와 은빈이가 가장 재미있었던 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터치스크린으로 우스꽝스럽게 만들 때였다. 다빈치가 황금비율에 따라 그린 모나리자의 미소를,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마구 휘저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주관한 크리에이션랩알리스 강희경(36) 대표는 "예술성이 검증되고 널리 알려진 명화들을 아이들이 자유롭게 만지고,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들은 명화가 탄생하기까지 그 뒤에 숨겨진 수학·과학적 비밀들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7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오는 3월1일까지 계속된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02)737-7090 또는 누리집(www.scienceinart.co.kr)을 참고하면 된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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