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저작권法' 변호사들의 돈벌이 수단?

정현수 기자 2009. 11. 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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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현수기자][[저작권문화 바로잡기] 블로그 이잡듯 뒤져 무차별 소송…합의금 장사]

# 오영훈(18·가명)군은 얼마 전 경찰로부터 낯선 전화를 받았다. 저작권법을 위반했으니 경찰로 출두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모 포털사이트에 올렸던 음악파일이 화근이었다.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경찰의 전화에 학생 신분인 오 군은 덜컥 겁부터 났다.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학교에는 어떤 변명을 둘러대야 할지 답답할 노릇이었다. 결국 오군은 법무법인의 '조언'대로 60여만원의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

# 올해 3월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김용민(37·가명)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또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경찰은 김씨가 비슷한 이유로 다시 한번 기소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법무법인의 이른바 '시간차 공격'이었다. 지난 3월에는 처음 기소된 데 따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바로 처벌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법무법인이 내건 100만원 합의금 이야기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7월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저작권 파파라치'가 그것이다. 저작권 파파라치에 대한 비판은 몇 년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이들은 기묘한 상술로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저작권법에 대한 무지와 일반인들의 빈약한 법률적 지식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 저작권 전담 법무법인 기승···'합의금 장사'에 넷심 울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저작권법 소송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무법인은 대략 6~7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소속 변호사가 3~4명에 이르는 소규모 법무법인이지만, 저작권법 위반 사례를 전담해 찾아내는 아르바이트생은 수백명 보유하고 있다. 저작권 파파라치에 최적화된 형태인 셈이다.

지난 4월 경찰에 의해 적발된 서울 모 법무법인의 사례를 보면 '저작권 파파라치'가 얼마나 기승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변호사 부인 명의로 출판사를 차려놓고 저작권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법인은 출판사의 직원을 뽑는다며 300여명을 채용해 저작권 위반 사례를 수집했다. 이렇게 1년동안 벌어들인 돈만 70여억원이었다.

이처럼 저작권 전문 법무법인들의 목적은 뚜렷하다. 수익을 올리기 위함이다. 절차도 대략 정형화돼 있다. 우선 저작권법 위반 사례를 무작위로 추출한다. 사례를 취합한 뒤 저작권자에게 소송 위임을 받는다. 저작권자들로서도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응한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자와 법무법인은 수익을 나누기로 한다.

일단 저작권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묻지마식 고소'가 이어진다. 연령과 저작권법 위반 시기에 상관없이 고소가 이뤄진다. 고소도 고소지만,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합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고소장을 받아든 사람들이 경찰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를 방문하게 되면 위축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법무법인의 합의 요구는 피하기 어렵다.

저작권 고소를 당했던 김용민씨는 "법무법인에 연락을 하면 합의 과정을 전문으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다"며 "일반인은 100만원에 합의를 해준다고 하고 학생들은 20% 할인해주겠다는 말까지 하는 걸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일부 법무법인들의 횡포가 이어지면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까지 등장했다. 포털 네이버에 개설된 '파일공유, 음란물,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http://cafe.naver.com/userjosa)' 카페가 대표적이다. 이 카페는 최근에도 하루 20여개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회원수만 5만명을 넘었다. 카페 회원들은 한결같이 "저작권 위반은 잘못했지만 법무법인의 횡포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 "저작권 위반은 물론 잘못한 일이지만.."

저작권 파파라치가 늘어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은 올해 3월부터 저작권법을 위반해 처음으로 고소를 당했거나 미성년자에 한해 죄를 묻지 않고 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지난해 7월 서울 중앙지검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다 올해 3월 전국으로 확대됐다. 성인도 포함됐다.

하루 8시간으로 이뤄지는 교육은 저작권의 개념, 분쟁 사례, 질의응답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만 받으면 죄를 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교육 참가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제도 시행 7개월만에 교육을 받은 인원만 6000명을 넘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1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돼 있어 내년 3월부터는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일부 악의적인 법무법인의 경우 기소유예제의 맹점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상술까지 보이고 있다. 저작권법 관련 고소를 처음 당한 사람만 죄를 묻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인터넷 게시판에 불법 저작물을 5개 올렸다고 하면 2개에 대해 먼저 고소하고, 3개는 이후에 고소하는 식이다. 누리꾼들은 이를 '시간차 공격'이라고 표현한다.

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시간차 공격에 대해 질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차 공격의 경우 검찰의 재량에 달렸기 때문에 검찰의 성향에 따라 원칙대로 죄를 묻는 경우도 있고 정상을 참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검찰청은 내년 2월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의 한시적 운영이 끝나기 때문에 기소유예제의 지속방안이나,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고, 건전한 인터넷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도 저작권법을 위반한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일부 법무법인들이 '합법'을 가장해 묻지마식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학습효과에 비해 기회비용이 크다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u클린]저작권법 고소 "무조건 합의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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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기자 gustn99@<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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