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어떤 선수가 제일 예쁘니?

입력 2009. 11. 12. 07:50 수정 2009. 11. 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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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창기 김연아도 퇴짜 얼짱만 찾는 스폰서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대표스타가 된 신지애. 그는 2005년 마음에 쓰라린 상처를 입었다. 그해 5월 17살 아마추어 여고생으로, 쟁쟁한 언니들을 물리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에스케이 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실력과 장래성으로 치면 그를 대적할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해 프로에 데뷔하려니 스폰서를 해주겠다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 외모를 중시하는 기업 스포츠마케팅 풍토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하이마트의 러브콜을 받고 겨우 프로로 전향할 수 있었다.

당시 후원 계약에 관여했던 하이마트 관계자는 "우승 한 달 뒤 신지애 쪽과 계속 접촉했는데, 다른 기업에서는 아무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하이마트는 크지 않은 돈을 들이고도 이후 3년 동안 기업 홍보에 대박을 터뜨렸다. 신지애가 이후 국내 대회 우승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장래성보다 외모만 중시하다가 결과적으로 '대어'를 놓쳐 땅을 친 기업도 적지 않다. 유명 의류브랜드 ㅎ 기업 전 관계자는 몇 년 전 사장에게 이런 제의를 했다. "저 선수, 지금 어리지만 잘나가는데 5000만원에 의류 후원 계약을 맺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데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쟤, 옷걸이도 안 좋은데 뭐 …." 그 선수는 김연아다. 이 관계자는 "이제 15억원 이상은 줘야 할 판"이라며 씁쓸해했다.

스포츠 스타나 유망주를 상대로 한 기업의 후원 계약은 선수 실력보다는 외모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대세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나, 불이익을 당하는 선수들 처지에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사회공헌을 외치는 기업에도 어울리지 않는 행태다.

스폰서 계약 때 국내 남녀 골퍼 중 '얼짱'을 선호하는 기업 중 하나가 에스케이텔레콤이다.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젊고 활력 있는 우리 기업 이미지상, 선수의 이미지·매너·자질 등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자연 인물을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남녀 골프 최고 얼짱으로 알려진 홍순상과 최나연, 그리고 박인비는 이 기업이 메인 스폰서다. 박태환도 마찬가지다. 이 기업은 물론 핸드볼도 적극 후원하는 등 비인기 종목 지원에 나서고 있기는 하다.

이 기업과 같은 계열사인 에스케이에너지는 몇 년 전 외모가 출중한 여자골퍼 ㅎ과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그의 성적 부진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하나금융은 2006년 우승 경력은 있지만 최근 국내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ㅁ 선수와 올해 후원 계약을 맺었는데, 일부에서는 인물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대로 외모보다 실력을 중요시하는 기업도 있다. 선종구 사장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하이마트다. 하이마트는 현재 17명의 여자 골퍼를 지원하고 있는데, 최원석 홍보담당자는 "선수의 데이터, 인성,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선정의 주된 기준"이라고 했다. "제가 사장님한테 '이제 비주얼 보고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사장님께서 '골프 잘 치면 골프장에서 제일 예쁜 것 아니냐'고 했어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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