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뒷감당'에 혈세2조

강기택|양영권 기자 2009. 10. 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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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너무 퍼준 해외M & A 후유증]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의 부실 석유기업인 하비스트에너지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하면서 국민들의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 10월29일자 본지 석유공사 1·3면 '너무 퍼준' 해외 M & A 기사 참조 >

석유공사가 한국석유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100% 정부출자기관이어서 하비스트에너지 인수에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가의 돈이고, 이는 곧 국민들의 혈세에서 나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밝힌 대로라면 39억5000만달러(4조7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 중 석유공사가 보유한 자금은 정부 출자금과 회사채 발행분을 합쳐 23억달러에 불과하다. 추가로 16억5000만달러(약 2조원)를 해외차입이나 국내차입 등으로 조달해야 한다. 이 경우 자산 13조원, 납입자본금 5조9148억원인 석유공사의 부채는 5조원에서 7조원으로 40% 증가한다.

해외채권을 발행할 경우 추가 금융비용도 발생한다. 공기업의 부채까지 국가부채로 봐야 한다는 광의적 개념에서 보면 국가부채도 그만큼 늘어난다.

물론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M & A를 안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M & A를 하되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M & A는 정부와 석유공사가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히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할인요소가 있는데도 이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스위스 석유기업 아닥스 인수에 실패하는 등 연이어 해외 석유·가스공구 인수협상에서 중국에 밀리자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협상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 & A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석유공사의 하비스트 인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일반적인 M & A관행에서 벗어난다.

우선 석유공사가 4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를 하면서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인수했다. 재무적 문제 해결능력이 FI보다 떨어지는 석유공사가 운영과 재무상의 위험을 분산하지 않은 것이다.

협상 시작부터 계약까지 2개월밖에 안걸린 점도 이례적이다. M & A전문가들은 거래규모로 볼 때 최소 3∼6개월의 실사와 협상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는 "투자자문을 맡은 메릴린치가 3개월 동안 실사를 했다"고 말했으나 메릴린치의 실사보고서는 거래를 성사해 수수료를 받는 게 목적인 자문사의 의견일 뿐이다. 재무제표상 드러나지 않은 우발채무 등 부실이 추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유기업의 특성상 매장량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우가 상당한데 이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사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2004년 로열더치셸그룹이 확인매장량을 속인 게 들통나 주주들에게 사과한 사례에서 보듯 석유업계에서 '매장량 스캔들'은 수시로 터져 나오는 이슈다.

석유공사가 2007년 인수한 캐나다 블랙골드 오일샌드의 경우 2010년부터 하루 3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2012년 초에나 하루 1만배럴 규모의 비투멘(역청)을 생산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인수후보 회사 목록을 갖고 시장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고 하비스트도 그 목록에 포함된 회사였다"며 "각종 자문사를 동원, 많은 인력을 투입해 하비스트 상황을 파악한 후 계약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석유공사를 대신해 보도자료를 내고 담당실장이 브리핑까지 한 지식경제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3개월 동안 투자자문사인 메릴린치가 실사를 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중국은 해외자원 확보에 대해 칭찬하는데 이런 식이면(조건을 비판적으로 따지고 들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석유가격이 오르고 내리느냐에 따라 싸게 산 것이 되고 비싸게 산 것이 될 수 있다"며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고 싶고 사는 사람은 싸게 사고 싶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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