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언론, "석유公 바가지 썼다"

강기택|양영권 기자 2009. 10. 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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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39억달러에 하비스트 인수 논란]한국석유공사의 하비스트 인수는 한국보다 캐나다 현지에서 오히려 화제였다. 과도한 부채에다 경영난을 겪고 있어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던 회사를 석유공사가 후한 값을 쳐 주고 샀기 때문이다.

하비스트 본사가 위치한 캘거리의 현지 언론는 여기저기 산재한 사업장, 천문학적인 부채, 정제마진 감소, 추가자금 투입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석유공사가 왜 47%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하비스트를 인수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하비스트 인수 후 가진 일문일답에서 "지난 6월 석유공사가 고배를 마셨던 아닥스 인수전 당시 중국석유화공유한공사(시노펙)가 아닥스에 지불한 경영권 프리미엄과 같은 성격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경영권 프리미엄 부분은 전체 인수 가격을 먼저 정하고 사후적으로 주가와 비교해 계산해 보니 47%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노펙이 인수한 아닥스와 하비스트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우선 하비스트는 수년째 손실을 내고 있는 부실기업이지만 아닥스는 계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다. 아닥스는 2008년도 총이익 37억6000만달러, 순익은 7억8400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올해 말 인수 거래를 최종 완료할 때까지 하비스트에너지의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로 한 석유공사와 달리 시노펙은 부채를 전액 상환하는 조건을 달지 않았다. 아닥스가 보유한 전환사채 중 주식전환분과 주식옵션을 인수하는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부채 상환 조건만 없었다면 석유공사는 인수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절반 이하로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측은 "하비스트에너지가 이전에 경영권 교체(Change of Control, COC)가 있을 경우 즉시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인수합병(M & A) 전문가는 "COC 조항은 공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민영화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넣는 게 일반적"이라며 "민간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이 조항을 넣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닥스 인수전이 시노펙 석유공사 등이 치열하게 접전을 벌인 경쟁입찰인 반면 하비스트는 매수자가 없어 비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됐다.

딱히 인수 경쟁자가 없는 상황인데도 첫 접촉부터 회사 인수 최종 계약서 서명까지 불과 2달 밖에 걸리지 않은 점도 문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스위스 석유회사 아닥스 인수에 실패한 뒤 지난 8월 중순부터 하비스트에너지와 접촉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BOA 메릴린치를 인수자문사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정밀한 실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우발 채무가 발생할 경우 기존의 인수 금액 이외 얼마를 더 투입해야 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비스트에너지는 당장 석유생산량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데 올해 28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전체 인수 비용은 5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측은 "상장회사로 상당한 정보가 공개돼 있어 인수협상 기간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추가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하비스트에너지의 기존 주주들이 이번 인수 협상의 승리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RBC 도미니언증권 , UBS 등의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하비스트는 기업들이 가장 나중에 인수를 하고 싶은 회사로 입찰경쟁자가 나타날 것 같지 않은 회사였다"며 "석유공사의 제안은 더할 나위 없는(full)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안에 해외 석유회사를 1∼2곳 인수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다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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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기자 aceka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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