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블랙박스]안중근, 박정희, 그리고 정치

전필수 2009. 10. 2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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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오늘은 안중근 의사(義士)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지 100주년 되는 날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저격에 대해 대한제국 의병의 참모중장으로서 전투행위임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개인의 테러가 아니라 교전국 장수로서 적장을 친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토는 메이지(明治) 유신의 주역으로 초대 총리를 포함해 4번의 총리와 대한제국의 초대 통감을 지낸 인물로 일제 조선침략의 사령관 같은 인물입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安家)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피살된 날이기도 합니다. 김재규는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으로 '유신의 심장'에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70년을 사이에 두고 일어난 두 사건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면식없는 적국의 대표인사를 향한 저격과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진 심복에 의한 암살이란 차이점이 있지만 공통점도 있는데요. 바로 저격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엄연한 정치행위라고 한 점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이들도 있겠지만 실제 10월26일의 총성이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미친 영향은 컸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안 의사의 의거 이듬해인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합병됐고, 박통(朴統)의 서거 다음해엔 신군부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군인세력에 의한 집권이 이뤄졌습니다.

이틀 후면 보궐선거입니다. 모두 5곳의 국회의원을 뽑는 보궐선거라 여당과 야당, 모두 사활을 건 듯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정권심판을 얘기하고,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달란 얘기가 나옵니다.

이 와중에 다시 한번 관심을 모은 이가 있습니다. 30년전 저격당한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입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원칙대로' 하자고 제동을 걸면서 다시 한번 정치권과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00년전, 30년전 정치가 총성으로 바뀌었다면 이제는 표로 바뀌는 시대가 됐습니다. 박 전대표의 한마디가 표로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선거가 치열해지기만을 즐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발빠른 테마주 투자자들이 그들 중 한 부류입니다. 광고, 제지 등 과거 전통적 선거관련주들과 선거의 상관관계는 많이 약화됐지만 최근에는 특정 정치인과 연관(?)된 종목들이 선거를 전후로 급등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증시에 가장 위력이 강한 정치인은 당선 1년전부터 맹위를 떨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은 예비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대운하 테마부터 시작해 당선 이후 각종 정책 공약으로 이른바 MB테마들을 양산했습니다. 자전거, 2차전지, LED 등의 테마들이 그의 녹색성장 추진에 힘입어 시세를 냈습니다.

이중 선거와 관련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테마로는 원조 MB 테마인 대운하 테마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은 4대강 테마로 이름을 바꾼 이 테마는 야권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정책과 연관된 테마라 선거결과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삼호개발특수건설 등이 2007년 10배 이상씩 시세를 내던 시절의 탄력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박근혜 전대표에게도 관련 테마주가 있습니다. 바로 동생인 지만씨가 오너로 있는 EG입니다. EG는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놓고 이 대통령과 일전을 벌이면서 자연스럽게 박 전대표 테마로 분류됐습니다.

한때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유력 대선 후보시절, 테마주들이 있었습니다. IC코퍼레이션, 한세실업, 세지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IC코퍼레이션은 대주주인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가 손 후보의 지지 세력인 선진평화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이 부각돼 테마주의 첫손에 꼽혔습니다. 한세실업역시 김동녕 회장이 선진평화연대 공동대표로 '손학규 수혜주'로 분류됐고, 세지는 IC코퍼레이션의 자회사입니다.

손 전지사가 현재 수원 장안에서 민주당 후보를 위해 발벗고 나선 상황이라 그곳의 선거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손 전지사 테마주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손 전지사 테마주들은 대선과 지난해 총선 이후 손 전지사의 행보만큼이나 굴곡이 많았습니다. IC코퍼레이션은 상장폐지됐고, 김유식씨도 얼마전 디시인사이드를 떠났습니다. 세지는 2008년말 영진인프라에 우회상장돼 4대강 테마주가 돼 버렸습니다. 대신 한세실업의 새 계열사 예스24가 새로 상장됐습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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