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는데 도로 물청소..'황당한' 자치행정

2009. 10.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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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박종관 기자]

서울지역 구청들이 비가 내린 날에도 도로 물청소를 실시해 귀중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구청은 올 들어 서울에서 가장 많은 190.0mm의 강수량을 기록한 지난 7월 9일에도 도로에 물을 뿌리고 다녔다.

CBS 노컷뉴스는 서울 지역 25개 구청에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해 '지난 5월~8월 도로 물청소 실시현황'에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 자료를 기상청의 자동기상관측자료(AWS)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상당수 자치구가 규정을 어긴 채 비오는 날에도 도로 물청소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2일 서울에는 오전 2시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하루 강수량 96.5mm를 기록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학동로를 비롯해 23.4km 구간을 청소하면서 모두 112.5톤의 물을 사용했고, 용산구와 종로구를 포함해 모두 5개 자치구가 비가 오는데도 도로 청소를 실시했다.

특히 190.0mm의 비가 내려 올 들어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지난 7월 9일에도 몇몇 구청의 물 청소차는 도로를 누비고 다녔다.

당시 강남구는 학동로 등 4km 구간에서 6.5톤의 물을 길가 휴지통을 씻는데 썼으며, 광진구와 중구도 각각 30km와 10km 구간에서 도로를 청소했다.

이밖에도 7월14일(강수량 140.5mm)과 8월11일(113.5mm) 등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서울 지역에 20mm 이상의 비가 내린 15일 가운데 무려 12일씩이나 일부 자치구가 빗속을 뚫고 물청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보통 새벽부터 청소를 시작하기 때문에 당장 비가 오지 않으면 거의 예정대로 물청소를 한다고 보면 된다"며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고 해서 청소를 취소하기 보다는 가능하면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비록 비 예보가 있더라도 청소를 시작하는 시간에 비가 오지 않으면 물청소를 관행적으로 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도로청소 관련 규정은 이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5mm보다 많은 비가 오거나 강수확률이 60% 이상으로 예보된 경우에는 청소를 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

당장은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세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물청소를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또 다른 구청의 관계자는 "자료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있어도 실제로 비가 내리는데 청소를 했을 리가 없다"며 비가 오는 날에 물청소를 했다는 지적을 부인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제출한 자료를 탓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클린도시담당관실 담당자는 "비가 5mm보다 적게 내리면 도로의 쓰레기가 물에 불어 청소효과가 더 좋아지는 측면이 있지만 물을 낭비한다는 인식이 있어 비가 오면 원칙적으로 물청소를 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된 구청을 대상으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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