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부터 재판까지"..결국 "이재용"만 웃었다

2009. 5.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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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심훈 기자]

아버지에게 60억 원을 증여 받은 뒤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 20여년 만에 2조 원대 자산가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이재용의 마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투자 성과다.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사자마자 이 회사들이 상장돼 5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고, 곧 이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사들여 단번에 최대 주주가 됐다.

자산 구성은 더욱 놀랍다.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등 삼성 그룹 순환 출자의 핵심 고리가 되는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이미 삼성 그룹의 전체의 지배주주가 될 채비를 마쳤다.

◈대법원, 이재용의 "마술"은 "무죄"

29일 대법원은 이재용 전무의 "마술 같은 투자"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을 내렸다.이날 판결 대상이 된'에버랜드 전환 사채 헐값 발행'사건에는 이재용 전무가 부린 마술의 비밀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에버랜드는 지난 1996년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회사 자금을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주주배정' 방식으로 전환사채 (일종의 주식 교환권)을 팔려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수권을 가진 기존 주주들은 하나 같이 이 전환사채를 사지 않았다.

이재용 전무와 여동생 3명은 다른 주주들이 포기한 주식을 모조리 인수해 에버랜드 주식 64%을 취득했다.

이재용 전무 남매들이 주식 매매 대금으로 쓴 돈은 합계 100억 원이었다. 당시 삼성SDS는 총자산 8,387억에 자본총계는 1,581억, 신용등급은 A3+였다.

◈마술의 핵심은 "삼성 계열사들"

결국 이재용 전무가 헐값에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에버랜드의 기존 주주들이 인수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삼성 에버랜드의 기존 법인 주주들은, 중앙일보, 제일모직, 삼성문화재단, 제일제당, 한솔제지, 신세계 백화점 등 모두 삼성 계열사(계열 분리 전)였고, 개인주주들의 절대 다수가 삼성의 전현직 임직원들이었다.

법원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들이 '에버랜드'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인수를 거부한 것은 "이건희 회장 또는 삼성그룹 비서실의 지시" 때문이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의 지시를 받은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전현직 임직원들은, 에버랜드 전환 사채가 싼 값에 발행됐음에도 손해를 감수하고 인수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포기한 권리는 그대로 이재용 전무에게 넘어갔고, 이 전무는 삼성 계열사들로부터 이전받은 권리를 행사함으로서 막대한 이득을 거둔 셈이다.

한 예로, 중앙일보는 전환 사채 발행 전에는 에버랜드 4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전환사채 인수 포기 이후 불과 17%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지시로 에버랜드 사건이 발생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유죄"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에버랜드 사건으로 기존 주주들(삼성 계열사 및 전현직 임직원)이 손해를 봤을 뿐, 에버랜드 입장에서는 주식을 누가 사는지와 관계없이 자본금 충당이 되기 때문에 회사는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에버랜드가 손해를 보지 않았으므로, 에버랜드 경영진(허태학, 박노빈)의 배임 혐의를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 이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다.

◈ 시민단체 "이재용 전부가 삼성 그룹의 부를 빼먹은 것"

만일 삼성 그룹 전체가 이건희 전 회장 소유라면, 계열사들의 손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계열사의 재산이 이재용 전무에게 넘어가더라도 이는 결국 이 전 회장의 재산이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어 세금(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뿐, 피해자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이 순환 출자 방식을 통해, 불과 5%도 안 되는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던 구조에 비춰볼 때. 계열사의 손해는 고스란히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의 손해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김진방 교수는 "이재용 전무가 삼성 계열사들의 자산을 빼먹은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결국 계열사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졌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영희 부소장도 "대법원이 순환출자방식의 재벌 구조를 도외시한 상태에서 형식 논리에만 얽매인 판결을 내놨다"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계열사의 재산을 빼돌리는 방식의 경영권 불법 승계를 막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 이재용, 3세대 총수 탄탄대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 다섯 차례에 걸친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용 전무는 경영권 승계를 "합법"으로 인정받은 성과를 거뒀다. 게다가 특검 수사로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앞선 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전무의 3세대 총수 등극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경제개혁 연대 김상조 교수는 "이재용 전무 측은 3세대 총수 등극을 위해 또 다른 방식의 에버랜드 사건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삼성 그룹이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한 이후에도 많은 사법적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simhun@cbs.co.kr

'에버랜드 편법승계' 무죄…삼성, 이재용 시대 열리나 대법, 이건희 '에버랜드 경영권 편법승계' 무죄 확정 대법, 삼성 경영권 편법승계 사실상 '무죄' 확정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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