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오뚝이 스타' 빛바랜 '시련의 나날'

2008. 10. 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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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진실의 빛과 그림자

20년간 밝고 억척스런 연기로 사랑 '국민배우'매니저 살해사건·조성민과 이혼 등으로 좌절

2일 새벽 삶을 접은 최진실씨는 '화려한 빛'과 '어두운 그림자'를 함께 지닌 '불운의 배우'였다. 20여년의 연기 인생 동안 '뭇 남성의 연인'이자 '시련을 이겨낸 오뚝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실제 생활은 이혼과 자녀 양육 소송, 그리고 여러 소문 등으로 주름의 연속이었다.

그는 1988년 문화방송 사극 <조선왕조 500년-한중록>으로 데뷔한 뒤, 88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카피로 유명한 광고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출연한 수십 편의 드라마와 영화, 광고가 크게 성공하면서 '국민 연기자'의 지위를 뚜렷하게 굳혔다.

첫 영화 출연작 <남부군>(1990)에서 강한 이미지를 심었고, 같은해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박중훈의 상대역으로 나와 밝고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민수와 함께 출연한 <미스터 맘마>(1992)에서는 억척스런 이미지로 변신했고, <마누라 죽이기>(1994)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4)에선 코믹 캐릭터나 악역을 능숙히 소화하는 등 꾸준한 자기 변신을 통해 인기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의 상품성은 방송 쪽에서 더 빛났다. 92년 최수종과 짝을 이룬 문화방송 드라마 <질투>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똑부러진 신세대 이미지로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트렌디 드라마'의 전설을 만들었다. 이어 출연한 <아스팔트의 사나이>(1995), <별은 내 가슴에>(1996), <그대 그리고 나>(1997) 등의 드라마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런 눈부신 활동으로 그는 90년대에 대종상 여우주연상, 문화방송 연기대상 대상, 한국방송대상 여자탤런트상 등 굵직한 상을 잇따라 거머쥐었다.

그에게 첫 시련이 찾아온 건 1994년. 매니저 배병수씨가 자신의 운전사 전아무개씨에 의해 살해돼 증인으로 법정에 서면서, 최씨는 한동안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악성 소문에 시달렸다.

최씨는 2000년 연하의 프로야구 스타 조성민씨와 결혼해 다시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이 결혼은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 시련이었다. 2002년 조씨의 파경 선언 뒤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고, 2004년 9월 결국 성격 차이와 자녀 양육문제 등을 이유로 갈라섰다. 그는 지난 5월 소송을 통해 두 자녀의 성을 최씨로 바꾸기도 했다.

최씨는 이혼 뒤 1년여 동안 두문불출하다 2005년 드라마 <장미빛 인생>으로 부활을 알렸다. 암에 걸린 억척스런 중년 주부 역으로 연기력을 과시하면서 중견 연기자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나쁜 여자 착한여자>를 거쳐 지난해 문화방송 주말극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로 '줌마델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중흥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재기는 2005년 한국방송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2006년 백상예술대상 방송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등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달 일어난 안재환씨 사망 사건의 '사채설'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급격히 퍼지면서 닥친 세번째 시련을 그는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오뚝이 스타'의 삶을 마감했다. 최씨는 숨지기 전까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속편인 '시즌 2'를 준비했으며, 최근 경인방송에서 토크쇼 <진실과 구라>의 공동진행을 맡기도 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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