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리포터] (10) 격투기에 빠진 직장인들

2008. 9. 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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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기업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는 신상준 과장(36)은 격투기로 하루를 여닫는다. 아침에 출근하면 포털사이트에서 격투기 관련 뉴스부터 확인하고, 점심시간에는 격투기 관련 카페( http://cafe.daum.net/ssaumjil)와 해외사이트( http://www.sherdog.com)를 방문해 새로운 소식을 체크한다.

 퇴근 후엔 케이블채널의 격투기 프로그램이나 경기 동영상을 시청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일주일에 사흘은 격투기 체육관에서 타격기와 유술기를 수련하고, 가끔씩 갖는 지인들과의 술자리 또한 효도르로 시작해 크로캅으로 끝난다.

 편의점과 만화방을 운영하는 진영규씨(34)는 격투기라면 빼놓지 않고 본다. 진씨는 2006년부터 K-1 서울대회와 월드그랑프리 개막전 관람은 물론, 국내 최고 권위의 스피릿 MC 대회 현장도 자주 찾는다. 그의 PC에는 미국의 UFC와 일본의 드림 등 각종 격투기 동영상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최근에는 실전성이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절권도를 수련하기 시작했다.

 이종격투기의 인기가 올라가며 직장인 마니아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종격투기가 소개된 건 2000년대 초반. 태권도, 쿵푸, 가라데 등 서로 다른 무도가들이 최강을 가리는 스포츠는 청소년과 젊은이들 사이에 커다란 열풍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효도르, 크로캅, 실바, 제롬 르 밴너 등 극강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종격투기는 크게 복싱과 가라데, 무에타이처럼 마주 선 상태에서 타격만 가능한 입식타격기와 쓰러진 상태에서도 파운딩, 조르기, 꺾기 공격을 할 수 있는 종합격투기로 구분되며, 입식타격기는 K-1, 종합격투기는 UFC와 드림이 대표적 대회다.

 최근에는 최홍만, 추성훈, 윤동식, 데니스 강 등 세계적 수준의 스타 파이터들이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사회적 시선도 긍정적으로 순화됐다.

 이와 함께 마니아층이 중장년층 남성과 젊은 여성들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로 체육관을 찾아 격투기를 배우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종합격투기 체육관에 1년째 다니고 있는 박기철씨(36)는 '이소룡 키드'였던 학창시절에는 입시의 중압감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격투기에 대한 열정을 접었지만, 크로캅에 매료돼 늦은 나이에도 용기를 내 격투기에 입문했다.

 "에너지 소모가 큰 격투기 수련으로 건강관리와 취미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며 "네살 난 아들이 빨리 커서 함께 스파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형태씨(34)도 올해초부터 무에타이 도장에 다니며 체력단련과 스트레스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또한 "실제로 싸울 일은 없겠지만, 만약의 상황에 아내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용기가 돼준다"며 격투기 수련의 장점을 얘기했다.

 실제로 이처럼 직장인들의 격투기 입문은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역삼역 근처에 있는 종합격투기 체육관 '팀 태클'은 50여명의 수련생 중 40% 가량이 20대 후반 이상의 직장인이다.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를 거쳐 프라이드FC에서 활약한 최무배 선수가 직접 지도하기 때문에 수련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최무배씨는 "종합격투기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배우는 권투, 무에타이, 유술, 레슬링 중 일반인들에게 레슬링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극히 드물다"며 "특히 레슬링에 대해 생소했던 직장인들이 재미있게 수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의 투혼정심관 총본관은 우리나라 이종격투기 도장 중 가장 큰 명성을 자랑한다. 임재석, 김창현, 이광희 선수 등 스피릿 MC의 스타들이 훈련하는 곳이라 '챔피언 소굴'이라는 애칭이 붙었을 정도.

 이곳 또한 150명의 수련생 중 30%가 직장인이며 수련생 중에는 50대의 중장년층 남성회원들도 있다. 총본관장 홍영규 회장은 중장년층 수련생들이 더욱 성실하고 꾸준히 수련한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이소룡 절권도 한국 총본관도 60여명의 수련생 중 25세의 이상의 직장인이 절반을 차지한다. 전설적 액션스타이자 무도가인 이소룡이 창시한 절권도는 높은 실전성과 함께 삶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으며, 수련 중 항상 무도에 대한 이해와 함께 유연한 사고를 강조한다.

 총본관장 김종학 관장은 '작은 아씨들', '달콤한 스파이' 등 여러 드라마의 무술감독을 맡았으며, 장혁, 김수로, 유선, 김선아 등 많은 스타들이 수련을 거쳤다. 김종학 관장은 "절권도는 단순한 반복동작보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이 강조되는 무도인 만큼 인생 경험이 풍부한 성인층의 이해도가 더욱 높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철학과 김도식 교수는 이같은 격투기 열풍에 대해 "현대인은 격투기 경기를 통해 인간 본연의 호전성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성인 직장인들에게 격투기 수련이 심신을 단련하는 즐거운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 신동광 오피스리포터(대상) sd75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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