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촛불=반미로 충돌 조장..매카시즘식 이념공세 도 넘어

2008. 6. 2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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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권력이 거리에서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협상을 촉구하기 위해 나선 '촛불집회'의 풍경이다. 이들 사이에서 갈등을 녹이고 조정·대변해야 할 정치권은 사실상 '실종' 상태다. 민심 전달의 창구를 자임해온 여당은 '반미' 색깔론으로 공권력의 강경 진압을 부추기고 있다. 거리로 함께 나선 야당은 갈등 조정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싸늘한 민심만 확인하고 있다. 시민들로선 아무런 정치적 '보호·완충 장치' 없이 권력 앞에 노출된 상황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한나라당의 '매카시즘'식 이념 공세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핵심은 과거 정통성이 약한 정권들처럼 '반미'와 '법질서'다. '촛불=반미 규정→불법폭력 시위→강경진압'으로 이어지는 '상징조작(실체와는 다른 환영을 조작, 대중을 움직이는 정치적 방법)'의 논리다. 일반 시민들의 두려움을 자극, 서둘러 촛불을 끄려는 '색깔론'과 '채찍'을 교묘히 버무린 '공포정치'의 의도마저 엿보인다.

27일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쏟아진 당 지도부의 발언은 한결같이 원색적이었다. '해방구' '깃발' '무법천지' '국가보안법' 등 과거 '색깔론'과 연관된 용어들이 거침없이 등장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금) 촛불은 사라지고 깃발만 나부끼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면서 "대책회의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국민 건강을 빙자한 반미에 있다"고 비난했다. "진보연대, 참여연대, 민노당 등이 (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핵심 세력은 남북공동연대 등 진보연대"라는 이유였다. 그는 "진보연대는 골수 반미단체고 반미를 신앙처럼 생각하는 단체"라며 "이들의 활동은 국가보안법 철폐,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매향리 사격장 폐쇄 등이고 효순·미선 범대위, 맥아더동상 철거, 한·미 FTA 반대를 주도한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들로 인해) 지금 광화문이 무법천지 해방구가 됐다. 촛불이 평화, 희생의 상징이 아니라 불법 폭력 시위 대상으로 변질됐다"고까지 했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경찰과 기자가 시위대에 두드려 맞고, 특정 언론사가 무차별 공격당하는 것을 방치하고서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은 시위대에 대한 방관은 시민의 피해로 직결된다"고 공권력의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김기현 제4정조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폭력시위가 교통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국가신뢰도도 떨어지게 할수 있다"고 거들었다.

전날에 이어 MBC 'PD수첩'에 대한 공격도 계속됐다. 홍 원내대표는 "PD수첩의 엉터리 방송이 있고 난 뒤 미국산 쇠고기가 전부 광우병 쇠고기로 전파됐다"면서 "중·고생들까지 나와 마치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리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를 보고 촛불시위 현장에 나온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검찰이 수사를 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홍준표), "(MBC는) 무조건 사과하고 해명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임태희 정책위의장)고 PD수첩에 대한 성토를 쏟아낸 연장선이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색깔론 공세는 추가협상까지 끝난 상황에서 검·경 등 공권력을 동원한 강행돌파 외에 '쇠고기 정국'을 타개할 마땅한 탈출구가 없다는 여권 내부의 공감 때문으로 보인다. 바로 '신공안정국'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권의 시녀" 등 야권의 비판대로 한나라당은 '강행돌파'의 선두에 선 '나팔수'의 상황인 셈이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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