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잘린 조 아무개씨 "의도적으로 깨문 것 같다"

2008. 6. 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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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경에 물려 왼쪽 가운데 손가락 1.5cm 가량 잘려

잘려진 손가락 찾지 못했는데, 경찰은 '현장 정리'

 26일 새벽 구 금강제화 입구에서 경찰과 시민이 대립하던 중, 시민 조아무개(54)씨가 경찰에 폭행당해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벌어졌다. 조씨의 왼쪽 가운데 손가락은 사선모양으로 1.5cm 부분이 잘려나갔다. 그러나 잘린 손가락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조씨는 "새벽 1시 30분께 금강제화 입구에서 시민들에 의해 끌려 나온 한 전경이 흥분해 내 손가락을 물어뜯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의료지원단 시민들에 의해 응급처지를 받은 후, 국립 의료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조씨의 잘린 손가락은 현장에서 바로 발견돼 의료지원단에 넘겨졌지만, 혼잡한 현장상황으로 인해 다시 분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민들은 새벽 내내 조씨의 손가락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조씨의 손가락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경찰의 무성의한 사후조치로 찾을 수 있었던 손가락을 못찾았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손가락 응급처치를 담당했던 김아무개(31)씨는 "절단된 손가락 일부를 찾기 위해 경찰들 쪽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경찰이 못들어가게 했다. 시민이 다치는 것에 무감각한 경찰 상부들을 보고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시민 김용씨는 "경찰 방송차에 절단된 손가락 일부를 발견하면 즉시 의료팀에 전해달라고 방송부탁을 했지만 경찰이 거절했다"고 말하며, "경찰이 조금만 노력해주었으면 찾을 수 있었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경찰은 조씨의 손가락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벽 3시께 청소차로 현장을 치운 후, 차량소통을 재개했다. 시민들은 안타까운 듯 발을 동동 굴렀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은 "시민들 사이에 '찾았다'는 소리가 들려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경찰이 손가락을 발견해 을지로 백병원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병원 응급실에서는 "들어온 손가락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조씨는 국립의료원에서 긴급처치만 받은 후, 잘린 손가락 일부가 병원으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의 한 의사는 "잘린 손가락의 조직상태를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봉합 수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씨 외에도 한 여성이 경찰의 방패에 찍혀 손가락이 절단됐다고 시민들이 주장했지만 이 여성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래는 국립의료원으로 후송된 조씨와의 인터뷰.

  -현장에서 무슨 일 있었던 것인가.

 =새벽 1시 30분. 구 금강제화 골목에서 경찰과 대치중에 있었다. 이 때 시민들에 의해 경찰 두명이 끌려 나왔는데 이중 한 경찰이 내 낭심 근처 허벅지를 찼다. 그래서 내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손을 뻗어 그의 몸을 붙잡았는데 이게 경찰의 입으로 들어갔나보다. 흥분한 경찰이 내 손가락을 꽉 깨물었다.

  -깨물은 정도로 손가락이 절단될 수 있는가.

 =내가 느끼기엔 굉장히 센 힘이 손가락에 느껴졌다. 의도적으로 깨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손가락이 절단될 수 없다.

  -손가락은 얼마나 뜯겨져 나갔나.

 =왼쪽 가운데 손가락이 사선형태로 약 1.5cm 잘렸다.

  -잘린 손가락은 못찾았나.

 =의료팀에서 중간에 손가락을 찾아 거즈로 싼 후 얼음통에 넣어놨는데, 환자들이 계속 몰려오는 바람에 얼음통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지금 상태는 어떤가.

 =절단된 손가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손가락에 극심한 통증이 온다.

  -경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경찰이 '손가락을 찾아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성의 있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경찰이 내 손가락이 정말 잘렸는지 믿지 않았거나, 시민이 당한 부상을 하찮게 여겼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손가락 물어 뜯은 경찰을 찾아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 내 아들같은 사람인데 몰아세우고 싶지는 않다.

  -경찰이 어떻게 사후처리를 해주었으면 하나

 =이건 흥분한 경찰과 나와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이 철저히 조사해서 진상조사를 해주었으면 한다. 만약 원리원칙대로 해주지 않으면 내 권리를 찾기 위해 나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오늘 시위엔 어떻게 참석했나

 =오늘이 가족들과 함께 나온 일곱 번 째 집회다. 그런데 26일 미 쇠고기 협상을 관보에 게재한다고 하더라.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 정부가 국민 건강에 위기가 닥쳤는데 위기관리를 안하고 있다.

  -가족들은 어떤 상태인가

 =지금 아들이 병원에 와 있고, 아내는 집에서 소식을 들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이런 모습을 가지고 계속 살아야 하는지 답답하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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