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격렬했지만 '비폭력' 끝까지 지켰다

입력 2008. 6. 23. 18:57 수정 2008. 6. 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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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의 비폭력 시위 원칙22일 새벽 네티즌 깃발만…'방화男' 잡아 신고

촛불시위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자 경찰과 보수언론이 일제히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초기 순수했던 시민 중심의 촛불집회가 특정운동단체의 폭력집회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른바 '운동권단체'와 폭력시위의 관련성을 밝히지 못하고 있어 '흠집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장에선 무슨 일이='제2차 릴레이 촛불시위' 마지막날인 22일 0시15분 서울 세종로 사거리. 시민 10여명이 미리 준비한 밧줄 5개를 이용해 전경버스 곳곳을 묶어 끌어내는 '과격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탑승하고 있던 전경 9명이 시위대 사이에 고립됐다.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전경 쪽으로 달려들었다. 순간 주변의 50여명의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스크럼을 짜서 전경을 보호한 뒤 경찰 측에 인계했다.

새벽 4시쯤에는 안모씨(31·무직)가 세종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전경버스에 방화를 시도했다. 시위대는 즉각 그를 국민대책회의에 넘겼고 대책회의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 도심에서만 6만여명이 참여해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던 21일 밤 촛불시위는 시종 평화기조를 유지했다. 시위대는 세종로 사거리를 막고 있던 경찰버스 차벽 앞에 모래 주머니로 2m 높이의 '국민토성'을 세웠지만 버스 위를 넘지는 않았다. 소수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로 치달을 때마다 대다수는 "비폭력"을 외치며 상황을 진정시켰다. 대책회의 안진걸 팀장은 "시민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수시로 토론하면서 저항 수위는 높이되 비폭력 기조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견고하다"고 말했다.

운동권 단체가 대거 모일 것으로 예측됐던 지난 13일 '고 미선·효순양 6주기' 촛불시위. 서울광장에서는 사회운동단체 깃발은 드문드문하고 메이저리그 동호회인 'MLB PARK', 여성포털 '마이클럽', '아고라' 네티즌 등이 들고온 깃발이 넘쳤다. 반미 구호도 없었다. 이날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여의도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1만여 촛불시위대의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참여한 시민과 네티즌들이었다.

◇경찰 강경기조로 전환=경찰은 최근 촛불집회가 일부 특정단체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변질됐다고 판단, 현장검거 등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위가 변질돼서 시민들이 아닌 특정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시민들 거부감도 많고 여론도 안 좋다. 특정단체는 깃발을 보면 알 것"이라고 밝혔다. 이길범 경찰청 경비국장도 "시위 초기에는 가족·노약자·부녀자 등이 다수 참여했기에 현장 검거를 자제해왔으나 최근들어 운동권이 많이 유입돼 과격시위가 늘어난 만큼 엄격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조차 운동권단체와 과격시위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시위 과정에서 지금까지 연행된 606명 중 경찰과 보수언론이 '배후 주동자'로 지목한 사람은 없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연행된 사람들은) 시위에서 주동자들은 먼저 나가고 남은 사람들이다. 주동자 중에는 (폭력으로 잡힌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22일 자정까지 경찰과 대치할 때 시위대 속에 등장한 깃발은 '토론의 성지-아고라' '안티-이명박탄핵운동본부' '웃긴대학-특검게시판' 등 네티즌모임 깃발 4개뿐이다. 운동권단체의 깃발은 없었다. '비폭력 무저항' 원칙을 고수하는 대책회의는 일부 과격 시민들로부터 종종 질타를 받고 있다.

<강병한·유희진기자>

2. 경찰 이상한 셈법16일부터 참가자 6~7개 그룹 구분…'학생 · 네티즌 뺀 시민' 숫자 발표

경찰은 최근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을 6~7가지 부류로 구분하는 '새로운 셈법'을 활용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등이 "촛불집회가 특정단체가 주도하는 시위로 변질됐다"고 지적하고 나선 시점부터다. 이 같은 셈법 때문에 불과 10여일 전까지만 해도 '시민'의 범주에 속했던 집회 참가자들이 네티즌·대학생·민주노총 등으로 잘게 나뉜 뒤 '특정단체'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인원을 세분하기 시작한 건 지난 16일부터다. 경찰청 경비국 '일일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노총 △재야·정당인 △대학생 △중·고생 △네티즌 △시민 △시민단체 등으로 분류된다.

경찰은 16일 서울광장에서 3000여명이 참석해 촛불집회를 열 것으로 예상하면서 민노총 100명, 대학생 300명, 중·고생 100명, 네티즌 1000명, 시민 1000명으로 구분했다. 경찰의 이 같은 분류법은 촛불집회가 연일 최대 참가 인원을 경신하던 지난 1~10일 사이에는 볼 수 없었다.

경찰 셈법에 따르면 '일반 시민'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6일에는 전체 참가자 중 시민 비율이 3분의 1이었다가 19일 3.3분의 1, 21일 5분의 1, 22일 7분의 1로 급격히 줄었다. 급기야 23일 시위에는 참가자 1000명 중 '일반 시민'은 100명(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했다. 중·고생, 대학생, 네티즌들은 시민이 아닌 격이다.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고위관계자들은 "최근 시위에 일반 시민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일반 시민과 특정단체를 구분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송진식기자>

3. '촛불'의 진로는대책회의 "고시땐 전면저항…끝장토론 하자"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강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를 막으려는 촛불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고시 강행을 추진할 경우 촛불정국은 이번주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3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고시를 강행하면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국민적 저항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만이 유일한 대안이고 고시 강행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밝혔다.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1차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유통저지에 나서고 '미국산 쇠고기 제로운동'을 벌일 계획"이라며 "미국이 스스로 쇠고기 못 팔아먹겠다고 생각해 재협상을 결정하도록 동시다발적 저항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회의는 이날 청와대·외교통상부·농림수산식품부에 '추가협의 결과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는 공문을 팩스와 우편으로 각각 전달했다. 대책회의가 제안한 토론회는 TV로 생중계되는 공개·끝장 토론이다. 대책회의의 전문가 위원들과 김종훈 본부장을 포함한 정부 담당자들이 동수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대책회의 측은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통해 판을 정리하는 게 비용을 적게 쓰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머슴(정부)이 주인(국민)한테 이대로 믿으라고 강요하는 방식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3일 상시집회로 다시 전환한 촛불집회는 숨을 고르는 상황이다. 박원석 공동대표는 "일단 1주일간은 종전처럼 촛불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그 이후 촛불집회를 지속할지 재신임 국민투표·국민소환제를 추진할지는 국민대토론회 등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대토론회는 24·27일에 잡혀있다.

<김다슬기자 amorfa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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