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논객 이상돈 "맞불집회, '보수 늙었다' 인식만 심화"

2008. 6. 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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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윤경원 기자]

◇ 이상돈 교수는 "사람들은 보수가 무엇이냐는 것에 대해 복잡한 이론으로 느끼지 않는다. 바로 '어떤 사람이 보수더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젊은 사람한테 어필할 수 있는 보수성향의 오피니언 리더가 나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 가고 보수의 시대가 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새 정권 출범 100일이 지난 현재 보수진영은 강한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쇠고기 촛불시위'로 대변되는 반이명박 민심에 대한 보수진영의 충격이 크다. 그래서 "보수는 마지막으로 패배하고 있다"는 그의 개탄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57).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시국칼럼 내용이 다른 보수논객들의 주장과 배치되면서 매번 화제를 몰고 있다. 표현도 거침없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실패한다고 확신했고, 그것이 한국 보수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다가 '보수'는 이 대통령과 함께 도매금에 순장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 "탈이명박, 반이명박 신진 보수세력을 결집해야 한다"는 글은 이미 일부 언론들이 헤드라인으로 다룰 정도로 파격적이다.

그간 우파 인사들이 내부 진영, 혹은 정파의 이해관계를 감안해 꺼려했던 '자기 비판'을 과감하게 공개된 공간에 던진 그. 지난 10여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완고한 보수주의자로 평가돼 왔던 이 교수는 지금 어떤 심정으로 보수진영의 아픈 구석을 헤집는 것일까. <데일리안>은 지난 16일 서울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를 찾아 그를 만났다.

법대 건물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문을 닫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글에서 묻어난 그의 개방적인 사고방식이 느껴진 풍경이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조선일보 김대중 논설고문의 'MB 일생일대의 결단'이라는 제목의 최근 칼럼을 유심히 읽고 있었다.

지난 1995년부터 2003년까지 8년 반 동안 조선일보에서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김 고문과 함께 신문의 사설과 칼럼을 써왔던 그는 김 고문의 칼럼이 "MB의 사퇴 혹은 재신임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최고 일간지가 이같은 주문을 할 정도로 현 시국이 대통령의 하야도 가능한 위기라고 그는 진단했다.

-'보수는 이제 마지막으로 패배하고 있다'는 글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 글을 쓰고 상당히 많은 반향이 있었다. '구태여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박근 전 유엔대사가 쓴 '한국의 보수여 일어나라'제목의 책이 있다. 피를 토한 심정을 쓴 책인데 현재 박 전 대사는 허탈한 느낌을 갖고 계실 것 같다. (좌파정권) 10년이 지나갔음에도 보람이 없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의 5년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운하 추진 때문에 문제가 될 것으로 봤는데 예상 외로 쇠고기 협상문제에서 일찍 터졌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보수논객이 보수진영을 신랄히 비판한 것 자체가 다소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글을 쓸 때 시원시원하게 쓰는 편이다. 교장이 훈시하는 식으로 쓰지 않는다. 내용이 시니컬하니 그쪽(좌파진영)에서도 재미있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5년은 실패할 것이라고. 대운하 추진 때문에 문제가 될 것으로 봤는데 예상 외로 쇠고기 협상문제에서 일찍 터졌다. 결국은 (지도자의) 신뢰성 문제다. 이것은 국민에게 지워지지 않는다. 나는 학교에서 젊은 사람을 많이 보지 않나. 피부로 느끼는 것이 있다."

-보수진영의 자성론을 제기했는데,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아젠다에 대해 어르신들이 우국충정으로 나선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문제는 그런 에너지와 아젠다를 전파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후속세대를 키웠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과감하게 리더 자리를 넘기는 자세가 필요했다. 소위 진보라고 하는 쪽은 자신들의 진영을 위해서는 젊은 대표선수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키워내고 있다. 보수쪽은 그런 문화가 안 돼 있다.

과거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보수쪽 정치세력이나 지식인들은 그 생명력이나 투쟁력이 진보쪽에 비해 떨어졌다. 진보진영은 그 투쟁력이 월등했다.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글을 쓰고 책도 많이 번역했다. 거기서 진 것이다. 보수진영은 그런 것에 대한 이해가 잘 안 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홈페이지 칼럼에서 이념적 문화전쟁을 보수진영의 장기적 과제로 제시하셨다.

"이미 패배했다. 도서 출판 시장을 보면 잘 나타나 있다. 5월 마지막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를 분석해보니 베스트 60권 중 좌편향적인 책이 40권이상이고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단 한 권밖에 없었다.(이 교수 본인이 번역한 앤 코울터의 '반역') 나머지 열권정도는 중립적인 책이었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20년은 이어져 온 것이다. 내가 늘 허탈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이런 것이다. 이렇게 내버려 둔 장본인은 누구냐, 바로 보수지식인들이다.

무엇보다 보수는 도덕성을 중요시 해야 한다. 앞으로 이렇게 가면 할 사람이 없다. 부도덕과 부패의 상징이 보수라면 누가 보수를 하겠는가. 젊은 사람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이런 문제다. 그래서 진 것이다."

-'쇠고기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젊은이들의 성향과 이에 대한 보수진영의 대응을 어떻게 보는가.

"요새 젊은이들에게 보수이념을 주입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 세대가 사안사안마다 좌파에 마비돼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보수정권으로의 정권교체가 된 것은 바다 수면 위에 나온 빙산 같은 것이다. 수면 아래의 사정은 수면 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촛불집회에 맞불 시위한 것이 바람직한 것이었는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현재는 이미지의 전쟁이다. 카메라나 TV에 나온 것이 보기에 '경치'가 좋아 보이는 것이 이기는 시위다. TV는 지난 6월 10일 시청 앞 보수 집회를 아예 희화화해 버렸다. '보수는 늙었고, 무식하다'라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파하고 말았다. 백발 어르신네들 위주로 모이는 집회는 하나 마나 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도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다."

◇ 이 교수는 "대통령의 말 때문에 모든 게 자꾸 커진다"고 우려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렇다면 보수가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무엇이 있겠는가.

"사람들은 보수가 무엇이냐는 것에 대해 복잡한 이론으로 느끼지 않는다. 바로 '어떤 사람이 보수더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젊은 사람한테 어필할 수 있는 보수성향의 오피니언 리더가 나와줘야 한다. 그런 점이 아쉽다. 예를 들면 미국에는 앤 코울터 같은 대중적 호불호가 분명하면서도 상당한 지지를 확보한 미디어 스타가 많다. 훌륭한 대학 나오고 공부도 많이 한 또 패션감각도 뛰어난 그런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우리가 그런 전략을 못 세운 것 같다."

-보수지식인들도 시국선언을 하는 등 행동이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어제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보수 성향 교수들이 성명을 냈는데, 그 성명은 '이러면 안 된다', '서로 양보해서 현 난국을 극복하자'는 내용 정도였다. 말하자면 고전적인 논설 모범답안 식이다. 내가 볼 땐 그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런 임계점은 이미 지났다. 최근 조선일보에 나온 김대중 고문의 칼럼이 현실성 있는 얘기라고 본다."

-김대중 칼럼이 어떤 내용인가.

"김 고문은 MB에게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시청 광장에 모인 반대자들에게 매번 수모를 당하며 사는 것은 대통령의 삶이 아니라고 했다. 즉 수모를 당할 바에는 자리를 버리라는 뜻이다. 그 정도의 엄청난 의미를 담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홈페이지 칼럼에서 '반·탈이명박 신진보수세력이 결집하라고 쓰셨다. MB가 중도 하야할 가능성을 보는건가?

"김 고문이 MB에게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지 않았느냐. 이에 대한 대비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 "보수정권으로의 정권교체가 된 것은 바다 수면 위에 나온 빙산 같은 것이다. 수면 아래의 사정은 수면 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보수가 취해야 할 방법은 무엇인가.

"보수진영은 지나치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그래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러나면 큰일 난다고 보는 것 같다. 나는 이래선 안 된다고 본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68년 대선 때 압승했고 재선에서도 압승했지만, 탄핵 당했지 않은가. -참고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았던 사유는 우스웠다. 탄핵사유가 실정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있는 사항이었지만 굉장히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은 신뢰성의 문제다. 물론 우리는 의원내각제가 아니기에 대통령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해서 하야하는 경우는 없지만, 임계점이 있는 것이다. (불신이) 어느 정도 이상을 넘어섰다면 정부를 이끌어갈 수 없는 것 아니냐. 좌우간 지금은 상당히 허탈하고 심각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도를 어느 정도로 보는가.

"기본적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지도자는 허점이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보수정치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서민쪽에서 나와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 아버지는 찢어지게 가난한 알콜 중독자였다. 이런 서민풍의 사람을 보수 리더로 만들어야 한다. 오히려 진보쪽은 철학이 부의 배분이기 때문에 부자가 대통령을 할 수 있다. 루즈벨트 케네디가 그랬다. MB는 가난한 집 태생이라고는 하지만 감히 쳐다볼 수 없는 부자다. 그러니 우리쪽에서 앞으로 선수를 잘 뽑아야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보수대연합 등 정국타개론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좋은 대통령은 좋은 사람을 구해서 그 사람한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정권 초기 교통부 장관의 얼굴조차 못 알아봤다. 장관이 백악관에 올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모든 교통 정책과 관련한 권한을 장관에게 준 것이다. 정권초기 일어났던 항공관제사 파업도 교통부 장관 스스로 알아서 해결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명박 통치스타일은 완전히 낙제점이다. 청와대에서 전봇대를 뽑으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런식의 방법은 실패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지만 총리가 있어서 대통령이 취약한 경우엔 총리가 이끌어 나가곤 했었다. 노태우 대통령 때 강영훈 총리는 국민화합형이었다. 이런 접근도 필요한 것 같다."

◇ "기본적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지도자는 허점이 있으면 안 된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쇠고기 협상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대통령과 정부가 너무 쉽게 생각했고 또 불필요하게 문제를 일으킨 측면이 크다. 특히 대통령의 말 때문에 모든 게 자꾸 커진다. 최근에는 '쇠고기로 자동차 수출 발목 잡힐까 걱정'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건 대통령이 할 얘기가 아니다. 지금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하는 데는 현대밖에 없다. 고환율 정책에서 제일 득본 것도 현대자동차다. 그럼 이 정부는 누굴 위한 정부냐. 물론 수출이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뭔가 봉합될만하면 자꾸 말을 터트려서 망가뜨리고 있다."

-보수성향 인사로서 소위 보수언론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뉴욕타임스는 진보성향 신문이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 때 가차 없이 매일같이 그에 대한 기사를 톱으로 냈다.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는 클린턴의 탄핵은 반대했다.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우리 언론은 그런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 신문들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론학자들에 의해 비판받을만한 것들이다. 그것이 또 오늘날 신뢰성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본다. 과거 조선, 동아는 광우병에 대해 굉장히 위험한 것처럼 썼다. 언론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잘못된 정책에는 가차 없이 칼을 대야 한다. 그랬다면 요즘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대운하정책과 관련해 추진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부의 눈치보기가 한창인 듯하다. 어떻게 보는가.

"노무현 정권 때 북한산 관통터널 사업을 논의하는 데만 해도 임기가 다 갔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논의도 대통령의 임기가 몇 번이나 지났다. 운하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논의조차도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비단 운하뿐만 아니라 수도 등 민영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운하라는 것은 19세기 유물이지만 그 논쟁이 수십년 가고 100년 가는 것이다."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등 이른바 선진·뉴라이트 인사들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셨다. 왜인가.

"free하게 쓴 것을 일부 신문이 크게 부각시켜 보도했는데, 나는 사람이 자기의 철학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보 시민운동을 하다가 별안간 전향해서 '내가 오늘부터 보수다'라고 하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공산주의가 논의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체 게바라처럼 북한인권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수'로 볼 수는 없다."

-뉴라이트를 평가한다면.

"그것은 나중에 사실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해서 뉴라이트라는 단체가 됐으며, 어느 뉴라이트는 어떻게 그 거대한 조직을 만들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말이다. 또 그것이 지난 대선 때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것에 대해서도 나중에 평가를 받을 문제다."

◇ "좋은 대통령은 좋은 사람을 구해서 그 사람한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과감히 이임할 것을 요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에서 보수주의의 속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다.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 북한 정권이 보다 정통성이 있다든가, 사회적 균등주의가 좋다든가 하는 주장은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킨 경험이 있다.

다음으로는 개혁 보다는 점진적 진화를 선호하는 것이다. 대처식 보수주의 개혁이란 사회주의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개혁을 바로 잡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에다 내가 추가하고 싶은 것은 골드워터-레이건 식의 보수주의다. 이는 흔히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강경책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도덕성과 보통사람에 기반을 둔 보수주의라는 사실이다.

그 전까지 공화당 보수파를 지지하는 층은 월가의 금융인과 대기업자들이었지만 그런 사람들의 표라는 것은 제한돼 있다. 1964년 골드워터는 엘리트가 지배하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주정부, 지방정부, 시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전혀 새로운 공화당원을 끌어들였다. 1980년 레이건은 중앙정부가 부당하게 갖고 있는 권한을 도로 가져 오고 세금을 내려서 국민이 스스로 자기 일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모두 가정, 교회 같은 전통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도덕, 가정, 교회, 지역 공동체 같은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보수주의의 덕목이다. 이런 주장이 중산층, 자영업자, 농업 경영인을 파고들어 갔다.

이같은 보수의 입장에서는 도덕과 신앙, 국가에 대한 헌신 같은 덕목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도덕성과 대중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여기에서 기준미달인 것이다. 사실 진보세력이라고 도덕성에서 특별히 우수한 점은 없다. 그러나 진보세력은 대중성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 대중성에서 한계가 있으면 도덕성에서라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일당은 이 두 가지 면에서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그러면서 개혁을 하니 운하를 파니 하니 결과는 보나마나 뻔한 것 아니겠느냐."

-정치일선에 직접 나서볼 생각은 없는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내일 모레면 60이다. 하하. 책을 몇 권 더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 1968부터 92년까지 내가 관심이 많았던 미국 정치상에 대한 책을 써볼까 한다. 마틴 루터 킹, 케네디 암살부터 레이건의 당선, 부시의 재선실패 등 24년간에 대한 내 생각을 적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읽을 만한 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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